Medical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 26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일 하다 보면, 더더욱 '괜찮다' 라는 이야기가 습관처럼 따라 다니는 것 같다. 직장 상사에게 저는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고, 이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습니다. 라고 속 편하게 이야기 나오는 사람을 찾는 것이 사실 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야기 하려고 하는 '안 괜찮은데 괜찮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어쩌다가 한 번씩 짧은 회기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사람들 보다는 일생의 대부분을 인내하고 참으며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어쩌다 한 번, 순간적 상황들을 벗어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과 달리 대부분의 인생에서 고뇌와 이해와 인내를 기반으로 한 괜찮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고 이 상황이 지나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분명 얼굴 어딘가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사실은 괜찮지 않았고, 아팠고, 힘들었고,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무던하고 묵묵하게 견디고 넘겼던 바로 그 흔적들이 얼굴에 나타난다. 이것 만큼은 숨기고 싶었을지 모르고,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사람의 흔적은 참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어딘가에 남아있다. 

 참 아팠을 텐데, 그 마음 스스로 잘 다독이고 다시 일어나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걸 다 감내하고 살아오느라 그 흔적이 자기의 얼굴에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 하셨을 텐데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마음도 아프고, 속도 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착하다고 혹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며 이용하거나 힘들게 만들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속상하고, 더 아프다.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습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실제론 많이 힘드셨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살아오셨는지 말이다. 그랬더니, 공통적으로 나온 답변 중에 좀 재미난 의견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필자가 이름 붙인 방법이긴 한데...'교체 권법'이다. 이것이 대략 어떤 전술을 구사하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예를 들어, 내가 아끼던 빨간색 아몬드 쵸콜렛이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가 빼앗아 갔다.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팠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내게 다른 초록색 쵸콜렛을 선물로 줬다. 그래서 사실 잃어버린 것은 빨간색 아몬드 쵸콜렛이지만, 선물 받은 초록색 쵸콜렛으로 아픈 마음을 대체하며 괜찮다고 여기는 방식이다. 즉 수습되지 않고, 해결되기 어려운 일에 사로잡혀 스스로 마음아파 하는 것 보다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일로 스스로를 위안삼으며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엄청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남보다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이루었으니 어릴 적 겪었던 고생 정도는 괜찮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교체 권법'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대체 권법의 맹점이 있다. 지금 내게 새로운 초록색 쵸콜렛이 생기고, 남보다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이루긴 했지만, 분명 나에게 상처를 줬던 것은 아끼던 빨간색 아몬드 쵸콜렛의 상실이며,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즉슨, 다른 무엇인가로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스스로 괜찮다고 여기려고 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 했고 상처가 되었던 사건들은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감추려고 했지만, 결국은 그 모습 역시 '흔적'으로 남아있다는 것을 뜻 한다. 

 내가 너무 사랑하며 정성을 아끼고 키웠던 강아지 '스파크'가 무지게 다리는 건넜지만, 그 강아지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새로 사서 키우니까 내 슬픔은 괜찮다. 라는 것은 사실 완전한 치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나마 '스파크'와 똑같은 강아지가 생겼기 때문에 내 마음 속에서 일정 위로는 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 '스파크'가 원래 내가 알던 '스파크'는 아니다는 그 말이다. 조금은 역설적이게도 상처는 아직 상처로 있다, 다만 오래되어 딱지가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무언가로 채웠기 때문에 나의 아픔과 슬픔은 괜찮다라고 받아들이는 '교체 권법'에는 아픔이 뒤따른다. 그래서 그런 아픔의 흔적들이 공통적인 특징들을 만든다. 몇 가지 제시를 하자면, 이것은 감정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행동과 언어적 특징이 눈에 띄네 나타난다. 특정 외모 하나로 국한 지을 수 없는 가변적인 행동들에서 이런 흔적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아픔을 묻어두고, 괜찮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대화 도중 쉽게 감정 이입이 되어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수시로, 마음 아픈 사연을 듣거나 감정적 공감을 느끼게 되면 자주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혹은 실제로 눈물 흘리는 경우가 많다. 겉으론 굉장히 밝고 유쾌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특정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그런 반응을 종종 보인다. 감정적으로 예민하거나 조금은 깊이 있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발생하게 될 부정적 에너지와 그 과정이 힘들어서 안 좋은 감정을 일부러 진행시키지 않고, '괜찮다' 라는 이름 하에 가두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그런 묻어두었던 감정적 행동들이 분출한다. 

 그리고 좀 눈에 띄는 행동 중 하나는 유쾌한 것을 참 좋아한다. 아주 크게 웃는다. 누가 들어도 너무 호방하고 유쾌해 보이는 웃음 소리가 자주 난다. 단순하게 너무 재밌어서 웃는 사람들의 웃음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하는데, 그렇게 즐겁게 웃는 과정에도 순간 스치듯 감정적 슬픔이 한 번씩 지나간다. 필자는 그 순간적인 슬픔을 '0.03초 슬픔'이라고 칭한다. 티 없이 밝은 아이들이 그냥 너무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고 뒹구는 웃음에서는 관찰될 수 없는 특정 행동이다. 분명, 너무 즐겁게 웃고 있는데 웃음 중간에 한 번씩 슬픔이 스치듯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그 감정이 남아서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생각이 깊은 사람들이 자주 괜찮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모든 일에 대해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사람일 수록 더 자주 빈번하게 괜찮다는 말을 한다. 사건 하나가 발생해서 그것을 해결하려고 모든 에너지를 동원하는 것 보다 차라리 한 번 참고 넘어가는 것이 감정적 에너지의 소모를 막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가볍게 넘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들 때문이라도 신경써야 할 일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 그러니 더 자주 빈번하고 일관성있게 괜찮다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슷한 유형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필자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제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혼자 모두 감내하고 다 숨기고 가실 이유가 없다. 나는 감쪽같이 숨겼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어딘지 모르게 남아있는 그 흔적을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읽어내려 간다. 사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경우도 많고, 귀신같이 사람을 잘 파악하는 사람들은 숨 소리를 한 번 듣자마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느끼고 있다. 

 물론, 안 괜찮다고 반복해서 솔직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너무 많은 슬픔과 아픔을 혼자만 감내해야만 한다면 그건 나에겐 너무 큰 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야 한다면, 그리고 살고 싶다면, 혼자만 과한 아픔으로 지치고 싶지 않다면, 때론 힘들더라도 괜찮지 않다고 이야기 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것을 참고 인내했기 때문에 아마도 주위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늘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만약 괜찮지 않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저 이야기가 나왔는지 말 하지 않아도 알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에게는 가끔은 좀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내가 너무 힘들어서 못 견딜 순간이 오면 당당하고 편안하게 이야기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 지금 안 괜찮아요. 그러니까 내게 너무 힘든 부탁 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이다. 

늘 참았으니, 1번 쯤은 마음 편하게 내려놓고 그렇게 가셨으면 좋겠다. 혼자만 병으로 남기지 않으시길...그렇게 1번이라도 이야기 하면 진짜 진심으로 내 마음이 괜찮아 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