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어는 메시지가 중요하고,

결론이 중요하고,

동작이 중요하고,

'바닥'을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조금 감이 잡히려고 합니다.

 

그래서 조개처럼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영어로 말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발음요!!

 

이 토종 김치, 된장 냄새 팍팍 풍겨나는 이 발음은 어찌하오리까?

 

다시 입을 닫아야 할까요?

 

제가 원어민과 일대일로 수업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와서 초창기죠. 미국오기 직전에 회화학원 다니면서 나름 레벨 10까지 있는 회화반에서

레벨 10을 들었습니다. 나름 영어 잘한다고 으쓱거리고 돌아다닐 때죠.

 

미국와서 유치원생하고도 대화가 안되서 쩔쩔매면서 제 영어의 본모습을 보기는 했지만요.

 

원어민과 일대일로 수업을 하는데, 이건 뭐, 회화를 가르쳐줄 생각은 않고

제게 '파닉스'를 들이미는 겁니다. 알파벳을 처음부터 발음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거예요.

짜증나죠 저는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말이죠. 비디오 빌리러 가서 직원이 뭐라고 하는지

너무 빨라서, 발음이 뭉개져서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처음에는 짜증이 나더니 며칠 지나면서 제 발음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C'를 앞머리에서 내는 법도 틀렸고,

'D'는 또 왜 그리 다른지요?

 

예를 들어, '대구'를 말해봅니다.

 

그리고 'Daegu'를 말해봅니다.

 

이 때, 'ㄷ'과 'D'는 혀의 위치가 다릅니다.

 

'ㄷ'을 말할 때 우리 혀는 앞으로 편평해지면서 '대'할 때 윗니 안 쪽 입천정과 혀가 평행합니다.

한 번 해보세요. 편평하다 못해 혀가 윗니 사이로 삐집고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죠?

안해보셨다고요?  지금 해보세요. 해보셔야 압니다.

 

그런데 영어의 'D'는 다릅니다.

 혀끝을 빠짝 세워서 윗니 안쪽 입천정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야 합니다.

그 때 목청을 울리면 'D'가 되고 안 울리면서 좀 더 하이킥하면 무성음...'T'가 됩니다.

 

그 때, 원어민에게서 배운 내용입니다. 그러니 맞을 겁니다.

 

'C'도 우리가 목청을 울리는 깊이와 원어민이 울리는 깊이가 다릅니다.

그래서 'coke'도 잘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아주 근소한 예에 불과합니다.

 

이런 알파벳들이 수없이 만나 이루어지는 단어들.........그 단어들을 발음할 때는 또 어떻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 저는 '포기'라는 걸 하게 됩띠다.

 

이건 결코, '발음'을 무시하리라는 '포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원어민의 '발음'을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인들을 보세요. '블루힐'도 발음이 안됩니다. 브루히루라고 하죠.

제 일본인친구에게 '블루힐'이라고 억지로 해보라고 시켰다가 그 친구 얼굴 허옇게 뜰때까지

블루힐.........을 해봤지만 그 혀......참 고집스럽더군요.

 

평생 글자 밑에 '받침'이란 건 '이응', '니은' 정도밖에 안 넣어본 일본인들에게

발음시 받침이 등장하는 한국어, 영어는 고역입니다.

 

거짓말 아니고 제가 옆에서 잘 들여다봤는데요. 정말로 혀가 잘 안 말립니다..그쪽 분들은.

 

당연하죠. 평생 혀가 그런 포즈를 취해본 적 없으니 그리 굳은 겁니다.

 

그런 일본인에 비하면 우리는 대단히 유리합니다. 받침이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발음'은 포기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30년동안 김치먹던 혀니 앞으로 30년동안 빠다만 먹으리.

그런 결심을 한다고 해서 빠다발음 안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욱이 중요하니까요.

이미 성인이 된 우리 혀는 굳었습니다.

 

그렇다고 '발음' 공부를 완전히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원리를 알고 있는 건 중요합니다. 다만다만, 똑같이 안된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리스인 친구가 영어를 잘하는 건 결딴코 발음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하지만!!!

 

영어에서 발음과 관련해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되는 게 있습니다.

못하면 용서가 안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인토네이션'과 '강세'입니다.

얘네들은 혀가 굳어진거하고 그렇게까지 심하게 상관되지 않습니다.

그냥 많이 듣고 많이 말하면 얼추 됩니다.

 

우리말에는 이 강세가 그다지 발달되어 있지 않지만(대신, 음의 장단이 있죠),

영어는 모든 단어에 강세가 있습니다.

 

Manhattan은 '맨해튼'이 아닙니다.

그건 Manhattan과 아무 상관없는 다른 단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맨해튼..........이 Manhattan입니다.

 

혹자는 '맨해른' 하지 않고, '맨해튼'이라고 해서....

즉 '발음'이 틀려서 상대방이 못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 또 발음탓을 하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해'에다가 강세를 주었다면 뒤의 '튼'은 자연히 약해집니다.

굳이 '른'까지는 아니어도 말입니다.

 

상대방이 못알아들은 건 이해의 clue가 될 수 있는

앞뒤 문맥 전혀없이, 강세 전혀없이 다짜고자 '맨해튼'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빠다발음 안된다고 좌절하지 마십시요.

미국에서 발간된 외국인을 위한 기초발음 교재 정도면 충분합니다.

테이프를 몇번 들으면서 원리를 익히세요.

(예를 들어, Perfecting Your English Pronunciation with DVD/Susan Cameron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냥 원어민이 만든 발음책 보세요. 발음까지 한국책 고집하실 필요없습니다.)

 

그대로 안되더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알고는 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강세와 인토네이션에 공을 들이십시요.

 

방법은?

 

드라마, 뉴스, 토크쇼, 라디오 등 '영어'로 된 말을 자주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로 된 말을 듣지 않으면서

내가 하는 영어가 영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발음.............

그 하나만이 영어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며

그걸 원어민과 똑같이 못한다고 영어로 소통이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