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대에 이미 할머니가 되었다.
남편의 누나들의 자식들이 아이를 낳아
본의아니게 일찍부터 할머니란 호칭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면서는 그들을 볼 일이 없으니 그렇게 불릴 일이 없지만
한국에 가면 이모같은 할머니, 미국 할머니, 젊은 할머니 등
다양한 호칭으로 소개되고 손자녀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했다.

'할머니가 너무 젊은거 아냐?'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고 누군가의 할머니로 불려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엔 장모도 되었다.
덕분에 내가 가진 호칭의 폭이 한결 넓어졌다.

아내, 엄마, 딸, 며느리, 언니, 동서, 올캐, 시누이, 이모, 고모, 조카, 할머니, 그리고 장모까지.

호칭마다 무게가 있을 것이고
그것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가 있을 터!
막상 장모가 되고보니 장모의 무게도 만만찮은 것 같다.

'장모'에 대해 좀 찾아보니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주는 장모가 있는 반면 언제나 구박만 하는 장모.
이렇게 두 부류에 대해 나온다.

우리는 '사위 사랑은 장모' 라는 말이 훨씬 익숙한데
오히려 서양에서는 고부갈등 보다는 장서갈등이 더 흔하다고 하니
이유인 즉슨, 장모가 결혼생활의 보스 역할을 해서 그렇다고 한다.

고부갈등도 사실은 보스를 자청하는 시어머니 때문이고 보면
시어머니고 장모 할 것 없이 모두들
'둘이 고착해서 잘 살아라' 하는 마인드로 조금 멀찍이 떨어져 참견보다는 응원만 해주면 될 것 같다.

앞으로 내가 가질 나머지 하나의 호칭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시어머니..^^

아들 녀석은 자신의 결혼식에서 mother and son dance에 출 곡을
엄청 슬픈 것으로 선곡해 친구들을 울리겠단다.
지난번 자신의 친구 결혼식에서 엄청 울어버렸다고 친구들에게도 울 기회를 줘야 한다나?
나는 어쩌라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녀석이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빠른 시일 내로 '시어머니 되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쓸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