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을 키우기 시작한 지가 30년이 넘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에게 선물받은 화분 하나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경력 30년 바이올렛 집사(?)인 셈이다.

번식이 쉬워 싱싱한 잎자루를 하나 꺾어 물에 담가두면
한달 정도 지나 뿌리가 내리고
그것을 다시 흙에 심으면 보기좋은 화분 하나가 생긴다.

싱싱한 잎자루 서너개 담궈두면
화분이 서너개 생긴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일년내내 조건만 맞으면 쫓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니
'늘 꽃이 있는 집"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물이 많은 식물이라 물을 자주 줄 필요도 없고,
흙이 말랐거나 잎이 좀 기운이 없는 것 같을 때
흙으로 물이 빠지게 물을 듬뿍 주면 다시 생기를 되찾는다.
물을 줄 땐 잎에는 물이 닿지않게 흙에 직접 줘야 하고,
직사광선만 피한다면
초보자도 쉽게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상적인 꽃이다.

그동안 통 번식을 안 시키다가 아주 오랜만에
싱싱한 잎자루 네개를 잘라 물에 담가 두었더니
보답이라도 하듯 뿌리를 내려주었다.
뿌리가 내리자마자 심지 않고 한동안 그냥 물속에 놔뒀더니
물속에서 올망졸망 새끼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에고..새끼들 힘들다.. ' 싶은 생각에 흙에 옮겨 심었다.
처음에 담가둔 엄마 잎자루가 붙어있는 것 세개와
엄마 잎자루가 시들해 새로 돋은 새끼 잎만 심은 것 하나.

그런데 처음 심을 땐 사이즈가 거기서 거기였던 애들이었는데
엄마 잎자루랑 함께 있는 새끼 잎들이 훨씬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있고 없고만 다르고
일조량, 물, 기온, 흙 모두 같은 조건인데 말이다.

갱년기 탓이겠지?
요즘 뉴스에 매일같이 올라오는 영유아 살해 이야기와 오버랩 되면서
문득 엄마 없는 새끼 바이올렛에 감정이입이 된다.

엄마가 곁에 있을 때 식물도 건강한 것처럼
엄마가 곁에 있을 때 애들도 건강하겠지.
엄마란 그런 존재다.
그냥 곁에 있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고, 힘이 되는 존재.

하지만 나는 믿는다.
엄마가 없다고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님을.
오히려 더 씩씩하고 꿋꿋하게 자라날 수도 있음을.
환경은 환경일 뿐 그것이 결코 핑계일 수는 없음을 말이다.

엄마 없는 바이올렛이 건강하게 잘 자라 보랏빛 이쁜 꽃을 피울 날을 고대해본다.
잘해보자, 애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