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백발의 할머니

"늙는다는 것은
흰머리가 나는 때를 말해요."
알렉스는 마침내 말을 꺼냈으나
옆에 앉은 도로시 할머니를 슬쩍 쳐다본다.
80대인 도로시 할머니는 머리 전체가 백발이다.
알렉스는 당황해서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린다.
도로시 할머니는 알렉스의 등을 토닥거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내겐 19살 때 흰머리가 난
자매가 있단다. 그러니까 흰머리가 난다고
늙었다고 할 수는 없지. 그리고 염색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 크리스토퍼 필립스의 《소크라테스 카페》 중에서 -


* 백발이 되는 요인은 많습니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하룻밤 새 머리가 하얀 백발이
되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흰머리에
탈모까지 겹치는 경우도 많고 유전적으로 일찍이
백발이 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어떤 경우이든
흰머리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면 그 기회에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음마저 백발에 흔들지 않도록.
더 젊은 생각을 갖도록.

- - -고도원의 아침 편지 중에서- - -

친정 엄마의 머리는 늘 까맸다.
한평생 파마하고 염색하는걸 빼먹는 법이 없이
풀어지기 무섭게 파마했고
색이 빠지기 전에 물들였다.

머리가 일찍 희어지는 것도 유전이라
나 역시 일찍부터 뿌리 염색을 시작했다.
한달에 한번씩 착실허게 뿌리염색 하다가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지면서
2년 꼬박 염색을 안하고 살았다.
그야말로 '백발'.
염색에 파마에 지친 머리가 2년 동안 휴식할 수 있었다.
그 기간에 한번씩 나를 본 사람은 '이 머리 실화?' 그런 반응이었고,
좀더 솔직한 사람들은 '염색하라고..제발' 이란 반응이었다.
정작 남편과 아이들은 멋지다고 해주어
2년간 염색 안하고 버티다가
뜻밖의 염색샴푸 등장에 한동안 연갈색 머리로 지냈다.
그러다가 코로나 해제되고 바깥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염색을 시작했다.

친정 엄마를 비롯한 우리집 세자매 모두
코로나 격리 기간 때 백발을 고수하다가
지금은 엄마와 큰언니만 염색에서 해방된, 멋진 백발이 되었다.
훨씬 고상한 분위기다.
그 분위기 멋지긴 한데 나랑 작은 언니는 나이가 있어서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 백발로 갈아타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을 고려해서라도 아직은 백발로 다닐 때도 아니고.

늙는다는 것은 뭘까?
적어도 흰머리가 나는 때는 아니다.
그렇다면 늙는다는 것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