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남편의 고교 동창 친구 부부가 내년 은퇴를 앞두고 미국에 안식년을 하러 왔다.
그집 큰 딸이 미국에 살아서 거기에 거점을 두고 여기저기 여행 할 계획이란다.
얼마전에는 우리집에서 며칠 함께 시간을 보냈다.
때마침 우리집 근처에서 '미주 고교 동문회' 가 열린다 해서 꿩 먹고 알도 먹는 셈일 테다.

그 친구 덕택에 남편은 이번에 동문회 존재를 알게 됐지만
어떻게든 학연, 지연으로 엮이는 걸 지양해온 사람이라 친구의 방문에도 동문회는 참석하지 않았다.
워낙 남편에 대해 잘 아는 친구는 딱 한번 "같이 가자!" 청하더니 남편이 거절하자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성격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45년 이상을 친구로 지낸 이유,
그 이유를 알겠다.
서로의 호불호를 존중해주는 것!

남편 친구의 후기를 들어보니
고교 동문회는 상당히 건전하고 건설적이었다 한다.
술 좋아하는 남편 친구가 말간 정신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졸업 후 '10년 동창회'을 한다고 당시 학생회장이었던 친구의 연락을 받았단다.
통화를 하고나니 잊고 지냈던 옛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들어 참석 결정!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 다니러 왔다가 동창회에 참석했다.
아들의 성격상 혼자서는 뻘쭘했을텐데
절친이 함께 참석해서 부담감을 많이 덜었노라 했다.

동창회에 다녀와서는 감회도 감회지만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고 했다.

서른이 낼 모레이다보니 다들 아저씨들 모습이었고,
결혼을 앞둔 친구,
내년이면 애 아빠가 될 친구,
벌써 애 둘을 가진 친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 했다.
중학교 때까지 친하게 지냈지만 고등학교 때 추구하는 길이 달라 소원해진 친구 하나는 고교 때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10년이란 시간을 넘어 다시 만난 옛 친구들.
학창시절엔 그저 다같이 책가방 매고 공부만 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 한다고,
동창회에 다녀오길 잘했다고 아들은 회고한다.

남편 친구처럼 미국 방문 중에 '미주 동문회'를 참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편처럼 30년 넘게 미국에 살아도 동문회 참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남편의 성향을 닮은 아들은 '고교 10년 동창회'를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다니러 갔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제각각이다.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다.
원칙이 없는 경우라면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일반화 시키거나 비난하거나 정색해서는 안된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