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지인 부부와 가기로 했지만
일년 내내 벼르기만 했던 별구경을 엊그제 다녀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어야 하고,
달이 밝지 않아야 하고,
함께 가기로 했으니 서로의 밤시간이 비어 있어야 하고.
별구경 날짜 잡기가 하늘의 별 따는 것 보다 어려웠는데
마침내 모든 조건이 딱 맞는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집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Joshua Tree National Park.
아이들이 어렸을 때 캠핑 가서 실컷 야생화 구경했던 곳.
바위와 죠슈아 트리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곳.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 사진 작가들이 사랑하는 곳.

공원 정규시간이 지나서 차량은 패스 없이 자유로 출입이 가능했고
가로등 하나 없는 길엔 쏟아지는 별들과 해드라이트 불빛이 전부였다.

그나마 높은 건물이 없는 동네에 살아
맘만 먹으면 탁 트인 하늘을 언제든지 올려다볼 수 있지만,
그래도 동네에서 보는 밤하늘은
매연과 미세먼지가 옅게 깔렸을 터,
불빛 한 점 없는 국립공원에서의 별구경은 어디가 달라도 달랐다.

지인이 가지고 온 천체 망원경으로
목성, 토성의 모습을 관찰하고 별똥별, 은하수 쫙 깔린 하늘길을 보다보니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횡재한 느낌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진기로는 눈으로 보는 그 경이로움을 다 담을 수 없음에
다시 한번 '눈'이 얼마나 경이로운 창조물인가도 깨닫게 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밤엔 휘영청 보름달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밝은 보름달 덕택에 주변에 잔별들이 하나도 보이진 않지만
우리 모두는 그들이 존재함을 알고 있다.
주변에 엄청나게 빛나는, 성공한 사람 곁에도 잔잔하게 살아가는,
별로 빛나 보이지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어쩌면 나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빛나고 있는 별같은 존재이리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굳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굳이 빛나는 것 같지 않아도,
내가 아니까...열심히 빛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