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내일 아침이 아니에요
지금이에요
바로 말해요
시간이 없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해가 지려고 해요
꽃이 지려고 해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새가 울어요
지금이에요
눈치 보지 말아요

- 나태주의 시집《사랑만이 남는다》에 실린
시〈바로 말해요〉중에서 -

이 시를 읽으며
문득,
2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그리워졌다.
정을 나누고 맘을 터놓고 지낸 부녀지간은 아니었어도
당신의 삶 속에 내가 있었고
내 삶 속 어딘가에도 당신은 계셨었다.
우린 그렇게 그냥, 별말없이 자기 자리에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
잘하는 일이다.
그게 잘못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별말없이 자리만 지키는 것은 잘못이었다.
떠나보내고 나니 후회가 남는다.
얼굴이라도 한번 만져드릴 것을.
사랑한다 말할 것을.
많이 안아드릴 것을.
손이라도 잡아드릴 것을.

때를 놓치니
후회가 남고
그리움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