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으로 가요

사방에서 봄이 오네요
마른 낙엽 헤치고 우리 산으로 가요
보랏빛 꽃길엔 햇빛도 투명하죠
노래를 부르듯 꽃들을 불러요
현호색 노루귀에 탄성도 질러요

아주 작은 대답이 들리나요
아주 작은 바람 소리 들리나요
산 깊은 곳
꽃이 사는 길 끝까지 따라가요

-정유정의 시집《하루에서 온 편지》에 실린
시 〈산으로 가요〉중에서 -

이상기온을 뚫고 딸아이가 방문했다.
혼자서 친정 방문.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라오라 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우리랑 시간 보내러 온 것이다.
기특하고 고맙다.
어쨌든 덕분에 3박 4일 잘 먹고 잘 놀았다.

줌으로 매주 얼굴을 보니 자주 만나는 느낌이지만
역시 말은 화면이 아니라 눈을 마주보고 하는게 최고다.

선물같은 나흘이 지나고 다시 부부만 남았다.
썰렁한 공기.
든 자리, 난 자리..
그 차이가 확연하다.

3월의 끝자락.
사막에 자주 비가 오니
돌산은 푸르르고 선인장도 꽃을 피운다.
잔디밭에서 민들레도 발버둥치며 고개를 내미는 3월, 그야말로 봄봄, 봄이다.
엊그제 춘분이 지나고 이제 정말 사방에서 봄이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주말에 또 비 소식이 있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기온 덕택에 겨우내 켜두었던 히터를 아직 끄지 못했다.
조금 쌀쌀하게 사는 것이 뜨겁고 건조한 온풍 보다 낫지만
그래도 잠깐씩 틀어놓는 히터는 집안 공기를 올리는데 딱이다.
그저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며 살아야지.

사방에서 봄이 온다.
작은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