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에게 말 걸기가 쉽지 않았다.
이해가 더뎠고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준이에게 말 걸기는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했다.
특별한 마음, 특별한 케어가 필요했다.
그런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대단하다, 정성이다, 열심이다...
라고 말했다.
내 아이에게,
특별하고 고유한 기질을 가진 내 아이에게
이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또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적절한 방식을 적용하는데
칭찬을 들을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당연한 걸 깨닫는데 오래 걸렸다.
아이에게
왜 이해하지 못하냐고,
그것도 모르냐고 한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몰랐기 때문이라고 변명해보지만
내내 후회와 미안함이 남는다.
발달장애 아이에게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발달장애 아이 중에는 부모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면,
‘꼭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겨서, 무엇을 하든 백번 양보하면서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려 드는 아이가 있습니다. 관심도 없는 활동이나,
서툴고 잘 못하는 분야에도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자신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과잉 적응하는 아이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됩니다.
<2장 발달장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_ ‘친구와 사이좋게’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중에서
책에 수록된 내용이다.
더없이 공감이 간다.
사이좋게 지내...
이 말이 사실, 얼마나 방대한가.
어떻게 해야 사이좋게 지내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는가?
우리는 정말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긴 한가?
나도 하지 못하는 일을
이 아이에게 강요해온 건 아닌가.
준이는 '하나하나' 가르쳐 주면 잘 알아듣는다.
냉장고에 사과를 넣으라고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말하면 완벽하게 해낸다.
"준아, 사과가 안 떨어지게 bag을 잘 잡고 가서
냉장고 아래쪽 basket에 넣어줘. freezer아니고, basket~."
"엄마, basket이 두 개야."
"어, 왼쪽에 넣어줄래."
그러고 우린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준이에게 말 걸기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사람들과 나눈 소통방식과 내용이 얼마나
방대하고 복잡하고 애매했는지 깨닫는다.
그 많은 오해들, 불소통들...
그게 모두 상대의 탓이었을까.
내 소통방식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그들의 소통방식은 완벽했을까.
준이를 통해 배운다.
이보다 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길이 또 있을까.
준이는 내 삶의 스승이다.
2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