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중순, 갑작스러운 동부지역의 태풍으로 버지니아(VA)에서 남쪽 놀스캐롤라이나(NC)로 가는 일정을 급히 변경했다.
다들 우리와 같은 상황이라, 더 이상 VA 동쪽으로는 갈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서쪽으로 가야했다.
그 중에서도 리뷰가 좋은곳은 자리가 없고, 딱 중간에 위치한 한 곳만 자리가 있었다.
달리 결정권이 없었기에, 그냥 린치버그 라는 곳을 3주 예약 했다.
11월중순 플로리다 까지의 여정을 주로 동부 해안으로 계획 했기에, 여러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되도록이면 하루에 운전을 5시간 이상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차와 사람 모두 피곤하고, 안전에 중요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암튼, 3시간 서쪽으로 달려서 린치버그 라는 곳에 왔다.
항상 예약 전에 구글 리뷰나 다른 리뷰 사이트를 통해서 이것저것 확인 하는데, 이곳은 10점 만점에 평점이 5점대
였다. 되도록 평점이 7 이하 인 것은 피해 왔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린치버그에 대한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크고 깨끗햇다.
도시에 대학도 있고, 조그마한 공항도 있었다.
그런데, 캠핑장은 거기서 30분 정도 더 들어온 시골 이었다.
옆을 보면 소랑 말이 있고, 트렉터 때문에 과속을 할 수 없는 곳이다.
캠핑장 상황은 인터넷의 불만 사항과 다르지 않았다.
길이 안 좋아서 차가 휘청거리고, 사이트도 평탄화가 전혀 안 되어 있어서
30분 넘게 차를 움직여 가며 수평을 맞춰야 했다.
대부분 전기, 수도 그리고 하수구가 멀지않게 위치하고 있어서 별 무리없이 사용 했는데,
이곳은 하수도가 너무 멀리 있어서 수평맞추기 와 거리 맞추기를 함께 해야 했다.
수도를 맞추면 하수도가 멀고,
하수도를 맞추면 수도가 멀어지는 무한반복이 계속 되었다.
오수가 내려가도록 차와 연결하는 호수를 보통 하나만 써 왔는데, 예비용 으로 가지고 있던
하나도 꺼내서 겨우 길이를 맞출 수 있었다.
전기도 50암페어 사용을 위해서 하루에 3불을 따로 돈을 내야했다
지금까지는 무료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비싸지 않은 돈 이지만, 은근 화가 난다.
캠핑장 마다 15~50암페어 전기를 무료로 제공 해 준다.
예약할때, RV 사이즈를 넣으면 크기에 맞게 전기가 제공 되는 곳으로
자리를 안내해 준다.
TT 캠핑장은 대부분 30암페어 이상 이었는데, 우리처럼 큰 차들, 특히 에어콘이 두개 있는
RV들은 여름에는 반드시 50 암페어가 필요하다
RV 사이즈가 크다는건 full-time 이라는 이야기 이다.
그러니 안에 세탁기, 냉장고 등 각종 가전까지 사용하려면 50암페어는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30암페어 에서 에어콘 두개와 가전제품을 사용하니, 전기가 자동으로 차단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가 있는지역 (50암페어가 제공되는 구역) 은 큰 RV들이 집중 되었고
당연히 사이트 간격이 좁아졌다.
RV캠핑장에는, 수영장, 도서관, 게임방(아이들용의 아케디아), 미니골프, 농구장,
홀슈던지기, 콘홀, 세탁실, 화장실, 샤워장 등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도서관에는 책과 젠가게임등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안에 호수가 있는 곳은 카누나 카약 등 물에서 하는 놀이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카누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그 곳들을 적당하게 이용하면서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 곳은 너무 낙후 되어 있어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마치 1980년대 가정집의 느낌이라고 할까?
캠핑장에서 생활하다 보니, 캠핑장의 부대시설을 이용을 하던, 하지않던
그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깨끗한 수영장과 다른 부대시설을 보면 왠지 잘 꾸며진 리조트에 여행을 온 느낌이 들고
그러한 것들을 무료로 이용하면서 약간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곳은 마치 집이 망해서 급하게 이사를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정리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큰 나무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부대시설 보다는 아침마다 락키와 산책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둔다.
몇 주마다 바뀌는 환경을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큰 호수주변으로 산책로가 있어서 매일 그 곳을 산책했다.
마침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이라 매일 아주 조금씩 나무도 색을 바꾸고 있었다.
저녁에는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들고 호수로 나와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있는 다른 가족들은 조그만 낚싯대를 가지고 와서 뭔가를 낚는다.
뭐가 잡히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는 풍경이 한가롭고 여유롭다.
이렇게 또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항상, 새로운 장소에 오기전에 주변에 갈 만한 곳을 미리 찾아보고 오는데,
여기는 급하게 오느라 전혀 공부없이 왔다.
급히 인터넷을 뒤지는데 인터넷에서도 크게 찾아 볼 만한 것이 없었다.
우리는 락키를 항상 데리고 다니니,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들어 갈 수가 없다.
유명한 음식점도 들어갈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할수없이 오피스에 가서 이 곳에 대한 정보를 물어봤다.
영어울렁증 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아 볼 방법이 없었다.
오피스에 가니 뭔가 팜플렛을 많이 준다.
기대안하고 갔는데, 너무 뭐가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이 곳에 오기전에는 막연한 선입견으로
버지니아 시골은 왠지 인종차별이 심하고, 사람들도 조금 무식하고, 산과 나무만
있을거라 생각 했는데, 3주동 있으면서 나의 모든 선입견이 미안해 졌다.
먼저 사람들이 친절하다.
마트에서 무거운 물을 들어 올리고 있는데, 뒤에 계신 남자분이 오셔서
내 카드에 물을 실어 주신다. 난 갑자기 내 뒤에서 물을 들길래,
'이런, 좀 기다리지...뭐야 !!!'
하고 속으로 기분나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카트에 물을 올리더니 내가 들고 있던것을 받아서
원래 있던 선반의 제 자리에 놔 주셨다.
그리고는 몇개 더 필요 하냐고 뭍길래, 난 여기 직원인줄 알고 두개 더 내 카트로 올려 달라고 했다.
'땡큐 '
하고 가볍게 돌아서서 한참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서 있는데
그분이 내 옆줄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뿔사!
그 분도 그냥 나 처럼 물건을 사러 온 사람 이었다.
더 미안 한건 그분 카드에는 물이 없었다. 그냥 지나가다가 내가 낑낑 대고 있으니
와서 도와주신 것 이다.
너무 무안해서 급히 도망치는 나왔다. 이럴땐 내 짧은 영어가 한 스럽다.
식당이나 마트에서 사람들이 내 영어 발음을 잘 못 알아 듣는다.
우선 나는 영어를 못한다.
미국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일을 한 것도 아니니, 영어가 늘 방법도 없었고
한인커뮤니티 근처에 살아왔으니, 영어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래도 뉴욕에서는 큰 불편이 없었던건,
워낙 이민자들이 많은 뉴욕이라, 직원들이 단어 몇 개만 듣고 내 말을 이해해 주었던 것 이다.
어쩌면 이상한 것이 당연시 되어서 나 역시 크게 불편함을 모르고 살아 왔는데,
점점 한인 사회와 멀어지니, 이젠 이상함이 튀어나오는 것 이다.
음식점에 가서
개가 가능한지, 안 되면 투고가 가능한지를 물어 보는데
카운터에 계시던 연세드신 할아버지가 내 말을 전혀 못 알아 들으셨다.
난 이정도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자신 했는데
좌절 스러웠다.
결국 조금 젊은 직원이 와서 문제를 해결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거듭
본인이 귀에 문제가 있다며 미안하다고 하신다.
절대 그분 문제가 아니었다. 남부에 내려오니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과 방송 등을 즐겨 보면서 다른 동네 표현이나 상황을
간접적으로 라도 알 수 있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그런 것 들이 힘드니
동부에서 아니 한국에서 와서 영어단어 몇 개로 살아온 내 말을 못 알아 듣는건 당연하다.
마치 한국에 사시는 시골 할머니들이 미국에서 온 한국말 단어만 아는
낯선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 된다.
그래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상황을 정리해 주려고 하시는 모습이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만난 린치버그 다운타운.
멋진 자연과, 미국의 이민역사 그리고 미국산업의 변화하는 모습까지
많은 것을 새롭게 만나 배운 곳이다.
Lynchburg VA !!
그 멋진 곳에 대한 설명을 다음글에 적어 보고자 한다.
자세한 영상을 유툽을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Z1ifr27TfMrRnzageC3Q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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