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웨스트 여행을 마치고 이제 2024년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먼저 플로리다 서쪽 바닷가 근처을 여행해 보기로했다.
그동안 다녔던 동부의 데이토나, 마이애미 등은 아이가 어렸을때 테마파크에 오면서 잠시
들려본 적이 있었지만, 플로리다 서쪽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맥시코만을 바라보는 해변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드디어 이번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플로리다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길은 2차선 국도를 따라 가야 했다.
2차선 길은 주변에 풍경들이 재미 있지만, 버스가 속도를 내지 못하니 뒤에 오는 차량들을
살피면서 가야한다. 뒤에서 차가 너무 많이 밀리면 살짝 옆으로 비켜주며 먼저 보내줘야 하는데,
도로 옆으로는 집들이 바로 있는 시골길이라 잠시 정차할 곳도 찾을 수 없었다.
옆으로 빠지는 길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면 될거 같지만, 큰 버스가 뒤에 차까지 달고 가면서
90도로 턴을 하려면 맞은편 차선까지 넘어가야 하니 사고 위험도 있다.
이 경우 우리도 조바심이 나지만 때로는 뒤에 오는 차량들이 크렉션을 울리면
무안해지고 화가 나기도 한다.
우리도 정차할 곳을 찾고 있는데 안 나오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뒷 차는 우리 사정을 알 방법이 없으니, 서로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출발 하루전에 미리 지도를 살펴보고 되도록 큰 도로로 우회를 해서 다니는데
유독 이번 여정은 큰 도로가 없었다.
연말을 앞둔 주말이라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도로에 차가 많지는 않았다.
날씨도 화창하고, 옆에는 말과 소가 어울려서 풀을 뜯고 있었다.
플로리다는 년중 화창하고 비가 많이 오니 풀숲이 울창하다. 그래서 가축들이 먹기 좋도록
풀을 기계로 베어주는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상상했는데, 주변 환경과 집들이 열악해서 놀랐다.
대부분의 집들이 단층의 작은 집 이고 외관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곳이 많았다.
앞 야드에 트레일러를 세워둔것 처럼 보였는데, 여행용이 아닌 아에 거주용 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더운 지방인데도 창문형 에어컨이 대부분이고, 외부의 잔디나 정원에
대한 관리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중간중간 폐차에 가까운 차들이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 있고,
누가 버린 것 인지 아니면 가져온 것인지 모를 버리기 직전의 배 한 척에는 어린 아이들이
올라가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행여 다치지 않을까 걱정스럽게 보였지만, 해맑은 아이들은
연신 소리를 지르며 고물상 처럼 생긴 배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플로리다에는 유독 게이트가 있는 단지형태의 집 들이 많다.
앞 정문에서 출입을 단속하고 주변으로는 높은 울타리가 있어서 안을 들여다 보기가 힘들었다.
주위 정원은 식물원 처럼 잘 관리 되어 있고, 출입단속을 하니 누가봐도 안전하게 보였다.
동부해변가에서 그런 집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는데,
외곽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보니 조금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3주동안 브레던트라는 도시에 있는 캠핑장에 머물렀다.
캠핑장 자체는 고속도로 부근이고 가운데 호수도 있어서 습하고 시끄러웠지만,
30분 정도만 가면 아름다운 맥시코만 바닷가에 갈 수 있었다.
여행하면서 알게된 사실이, 플로리다 본토 양쪽으로 섬들이 많다는 것이다.
( 이 전에는 키웨스트 가는 길에 있는 남쪽의 섬들이 다 인줄 알고 있었다. )
동부에 있는 섬들은 A1A 도로로 연결되어서 접근이 편리했다. 이 도로가
죠지아에서 부터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까지 연결 되어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접근이 쉬워서 동부 해안이 많이 알려져 있었던것 같다.
플로리다 서쪽에 있는 섬들은 연결된 도로가 없어서 접근할 수 있는 타운을 찾아가서
다리를 넘어서 섬으로 들어 가야 했다.
캠핑장 오피스에서 받은 주변안내 책자를 보고
서쪽에 있는 섬들 중 유명하다고 하는 곳에 가 보았다.
안나 마리아 키(key)
제일 북쪽에 있는 섬 이다.
모래가 너무 고와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초록색의 바다는 해를 받으면 초록색 다이아몬드 처럼 보였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 이었다.
주차장도 넓고 해변과 주차장 주변으로 산책로가 마련된 곳도 있었다.
바닷가 근처에 식당이 있어서 저녁을 먹으며 석양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어서
그 곳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2023년 년말을 보냈다.
시에스타 키
남쪽에 있는 섬으로 '사라소타' 라는 타운을 통해서 다리를 넘어 가야 한다.
'사라소타' 지역으로 들어서니 이미 주변이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 있었다.
다리를 넘어가기 전 부터 화려한 불빛과 높은 호텔등이 세워져 있어서
마치 큰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에스타 섬의 해변은 과연 듣던대로 '넘버 원' 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물에는 들어가기 힘들것 같아 일몰을 보려고 늦게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등이 깨끗하게 관리 되어 있었고
드넓은 해변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바닷가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음식점도 많이 있어서 식사를 하기도 좋았다.
백사장은 모래인지 진흙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와서
사람들이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며 넓고 고운 모래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들, 출산전 만삭의 모습을 사진에 남기고 있는 젊은 부부,
아이들의 가장 이쁜 모습을 담기위해서 신발이 젖어가며 아이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아빠. 그 옆에서 아이를 웃게 하려고 높은 톤으로 말을 하는 엄마.
쇼셜네트워크에 올릴 사진을 찍기위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학생, 그리고
그 옆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훈수를 두는 친구.
일몰을 보면서 요가를 하고 있는 날씬한 여자.
맨발로 모래위를 뛰면서 운동은 하는 날씬한 남자.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가는 한 가족.
본인의 얼굴보다 큰 카메라 렌즈를 돌리며 자연을 사진에 담고 있는 한 무리의 학생들.
일몰을 등지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천천히 걷고있는 할머니와 그 옆에서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발걸음을 맞춰주는 할아버지.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즐겁고 평화로운 저녁의 풍경이다.
2024년 1월의 어느날 저녁에
아름다운 바닷가 일몰아래서 나는 잠시 나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보고 있었다.
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잠시 나를 돌아볼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다.
그동안 여행을 오면 뭔가 중요한 곳을 꼭 봐야했고, 먹고, 사진찍기에 급급했는데,
시간이 넉넉해 지니, 여행의 참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전에 다닌 여행이 주변환경이 주가 되었다면
지금은 내가 주가 되어 다닐 수 있으니 부담없고 편안하다.
개인적으로 동쪽 섬들 보다 서쪽 섬들이 더 조용하고, 높은 호텔이나 비치 주변으로
세워진 빌리지들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동쪽보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좋고, 해변도 훨씬 넓고 파도도 잔잔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클리어워러 비치
이 곳은 템파부근에 있는 유명한 곳 이다.
워낙 유명해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하필 가는날이 태풍경보가 내린 날 이라서
맑은 바닷가는 볼 수가 없었다.
해변의 크기와 하얀 모래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멀리서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리는데 마치 눈이 날리는 것 처럼 보였다. 햇살 아래서 해변을 보면
눈이 부셔서 마치 눈이 온 다음날 인 듯한 착각마져 들었다.
주말이라 날씨가 좋지 않아도 사람들은 많았다.
주변에 높은 호텔이 많았고 지금도 열심히 올라가고 있었다.
음식점도 많고, 정말 오랜만에 스타벅스 커피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주차비도 내야하고, 피어에 들어 가려고 해도 돈을 내야했다.
단돈 1불 이었지만, 지금까지 피어에 갈 때 돈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좀 기분이 상한건
사실이다.
파라솔을 빌리는데도 돈을 내야 한다고 하니, 유명세와 함께 상술이 너무 심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비치에 비해서 많이 부족해 보였다.
여름에 오면 복잡하고 주차가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보시티 ( Ybor City )
이 곳은 템파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쿠바인 타운이다.
차이나타운, 코리아타운 처럼 쿠바 사람들이 모여살면서 만들어진 타운이다.
1959년 쿠바혁명을 피해서 많은 사람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플로리다로 이주했다.
실제로 키웨스트 부터 쿠바문화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힘든 타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우선은 본인들이 잘 하는 시가(잎담배)만드는 산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 타운 곳곳에는 아직도 시가 공장이나 가게가 많이 있다.
주중에 가면 담배를 손으로 만드는 것을 직접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주말에 가서 볼 수는
없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bar형태의 음식점은 안에서 시가를 피우면서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실내흡연이 이제는 많이 없어졌으니, 생소하고 새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타운 외곽으로 철길이 보여서 뭔가 했는데, 버스대신 전차를 대중교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전차가 가는 길을 뒤에서 보니 마치 우리나라 일제시대를 배경으로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경성 1940 ' 시대 라면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실제 역사상으로 한국이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 였는데,
난 그때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을 했을까? 매국노가 되었을까?
잠시 1940년대 경성 한 복판에 나를 세워두고 이생각 저생각...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이곳 저곳 다니며 많은 것을 보게되니 나이 50에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벽화와 건물들이 확실히 일반 미국 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는데,
사실 쿠바만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기 보다는 관광객을 겨냥한 각종 음식점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쿠바문화를 잘 알지 못하니 그냥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남미사람들의
음식을 사먹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아는 만큼 재미있다' 라는 명언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담배에 대한 안 좋은 인식과 함께 전자담배 등이 개발 되면서
시가산업이 쇠퇴하고 이 곳의 경제도 급속하게 위축되아 갔다.
그리고 2세들은 언어에서 자유로워지니 뉴욕등 대도시로 나가면서 빈 가게들도 종종 보이고
메인도로가 아닌 곳은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미국에서 이러한 독특한 문화들이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 영상은 유툽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gVfl3SDtZX8&t=59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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