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플로리다에서 생활을 이제는 내륙에서 즐기고 싶었다.
올랜도 부근에 있는 캠핑장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플로리다는 12월 부터 3월말 까지가 성수기이다. 그래서 캠핑장에 2주 이상 머물 수가 없다.
캠핑장 예약은 항상 결정장애를 가져온다.
실컷 예약을 해 놓고, 구글리뷰 등을 살펴보고 안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바꾸고, 취소하고
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3개의 캠핑장을 일주일 마다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직접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믿을 건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 뿐 이다.
짧은 시간 이지만, 조금 이라도 쾌적하고 안전한 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심이 계속생긴다.
이번에 머물었던 캠핑장은 골프장을 포함 하고 있었다.
리조트에 골프장이 있는것 봤지만, 캠핑장까지 골프장이 있을 줄을 상상하지 못했다.
천 개가 넘는 사이트가 있고, 3개의 수영장과 소프트볼 경기장 까지 있는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 이다.
주말에 도착해서 또 주말에 나가야 하기에, 주중 오후 시간을 예약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우선 9홀을 하고 이틀후에 18홀을 예약했다.
골프장 자체는 작은 동네 골프장 수준이었다. 골프장을 빙 둘러서 RV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실수로 몇 번 지붕을 치는 소리가 났다.
그런 후에는 위축이되서 공을 잘 칠 용기가 안 난다.
실력도 엉성하고, 잘 관리된 잔디도 아니었지만, 골프장을 걷고 있는 내 기분은 최상 이었다.
2006년 가을, 뉴욕 공항에 첫 발을 딛고 시작한 이민생활.
허름한 랜트 집 이층에서 보낸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시리고 추웠다.
북적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기간동안 우리는 달랑 셋이서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날 집 난방을 담당하는 기름을 다쓰게 되었다.
우리는 그때 주택 2층에 랜트를 살고 있었는데,
주인집에서 난방을 해 주고 난방비는 랜트비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너무 오래된 집이라 가스가 아닌 기름 난방을 하고 있었고,
기름의 고갈 여부는 기계를 볼 수 있는 주인 집에서 만 알 수있었다.
그런데 하필 연말이라 주인집이 모두 타주로 여행을 간 상태 였고
우리는 영문도 모르는채 갑자기 난방이 안되는 현실을 겪어야 했다.
전화로 주인에게 문의하니, 어디로 전화를 해서 기름을 500불 넣어 달라고 요청을
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지만, 연휴라서 2틀 후에야 올 수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실 난 그때 처음으로 그 집이 기름으로 난방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개월 정도 미국생활을 하면서 랜트집 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아직 미국 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다 이해 하지도 못하는 상황 이었다.
기름으로 난방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도시가스 난방만 봐 왔기에, 당연히 그거 인줄 알았다.
선진국 미국이 한국보다 낙후 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 조차 할 수없었다.
가스레인지로 물을 끓이고, 전기 난로를 급하게 사 와서 가동 시키면서
이틀을 보낸 후에야 난방이 들어오는 상황을 맞이 했다.
그때 주인집은 플로리다로 골프 여행을 다녀 왔다고 했다.
플로리다가 어딘지도 몰랐는데, 인터넷을 보니 연중 날씨가 좋아서 돈 많은 사람들이
겨울을 보내는 곳이라고 한다.
그때 였다. 정말 막연하게
' 나도 언젠가는 추운 겨울에 플로리다 라는 곳에 가서 골프를 쳐야지'
'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지 '
( 그때 까지 난 골프채를 잡아 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 플로리다에서의 겨울 골프'는 일종의 인생 버켓리스트 처럼 머릿속에 저장 되었다.
공을 주우러 다니면서 (난 아직도 골프를 잘 치지 못 한다) 그냥 즐거웠다.
분명 내가 그때의 주인집 처럼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길로 살짝 나가니 또 이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 생활이 아니었으면 난 영영 그 버켓리스트를 클리어 하지 못 했을 것 이다.
내가 골프를 그리 좋아하고 잘 치는 것도 아니고, 겨울에 돈과 시간을 써가며
골프여행을 올 여유가 있지도 않으니 그냥 꿈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올랜도 테마파크와 30분 정도의 거리에 머물면서 디즈니와 유니버셜 마을에 가 보았다.
테마파크는 이미 아이 어렸을때 다녀온 경험도 있고, 둘이서 꼭 가야할 이유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음은 가고 싶지만 많은 사람 속에 줄을 서고 놀이기구를 탈 에너지가
이제는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디즈니 스프링스 와 유니버셜 시티워크를 가 보았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 이니 그냥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스토어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했다.
디즈니 스프링스는 그새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가 갔을때는 디즈니 보드워크 였던거 같은데..
뒤에 쇼핑몰도 많이 생기고 주차장도 넓어지고 음식점도 많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 왔을때,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변함이 없는건 레고 샾과 그 옆에 있는 디즈니 샾 그리고 공룡뼈가 크게 보이는
음식점 이다.
세 곳 모두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가서 빠듯한 돈을 쪼개가며 아이 에게 레고를 사주고
디즈니 인형을 사주고, 밥을 먹었던 장소이다.
내 화장품 하나 사는 것 보다 아이가 레고를 받고 좋아 하는 모습이 즐거웠던 시절.
내가 좋아하는 술 한 잔 마시는 것 보다 아이가 공룡뼈를 신기하게 보면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던 시절.
레고 샾 앞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줄을 서 있는 젊은 엄마들을 보면서,
지금보다 풍족하지 못했지만, 아이 웃음 하나로 즐거웠던 시절이 그리워 졌다.
유니버셜 시티워크는 처음 가 본 곳이다.
유니버셜 테마파크는 분명 간 기억이 있는데 이곳은 기억에 없다.
주차를 하고 보안검사를 마친 후 시티워크에 들어갔다.
이 곳은 6시 이전에 가면 주차요금을 내야한다. 지난번 오전에 호기심에 일찍 갔지만,
그 시간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테마파크에 가는 사람들 이어서, 문을 연 식당도 많지 않고 썰렁해서
주차요금만 날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플로리다를 떠나면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저녁에 다시 가 봤다.
오랜만에 보는 화려한 조명이 기분을 즐겁게 했다.
조명과 노을이 어울려 약간 꿈을 꾸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저녁이 되니 테마파크에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피곤 하면서도 들뜬 기분으로 거리를 다닌다.
마법사 옷을 입은 다양한 사람을 구경 하니 마치 테마파크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기념품 샾 에서는 인기가 많은 헤리포터 보다 이티와 죠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영화를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티 영화에서 이티와 주인공이 손가락을 마주 하는 장면을 흉내 내면서 함께
놀았던 친구의 이름이 기억난다.
죠스 모양의 아이스 바를 입에 물고 걸어 가면서 입술이 보라색으로 바뀌는 것을 서로 쳐다보면서
깔깔 거리던 친구의 이름도 기억난다
유니버셜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상점에서 만난 뽀빠이 아저씨를 보니
튼튼해 져야 한다며 시금치를 열심히 먹던 키가 작았던 남자 아이의 뒷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지금 만난다면 우리는 서로를 알아 볼 수있을까?
어디서 어떻게 지내든지 그 때의 그 미소처럼 환한 인생을 살고 있기를 바래본다.
올랜도에 주변에는 테마파크 뿐 아니라 천연 스프링스가 있다.
우리도 전혀 몰랐는데, 옆 사이트에 있던 미국친구가 알려 주었다.
이 친구는 캘리포니아 출신인데, RV를 캠핑장에 세워놓고 일년씩 계약을 하며 살고 있다.
벌써 2년째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데, 우버와 우버잇츠 를 하면서 생활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근처 명소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악어를 볼수 있다는 아홉카 레이크도 알려줘서 다녀오고
락스프링스 캘리 파크 라는 천연 유수풀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Rock springs kelly park
정말 놀라운 곳 이었다.
두 명이 3불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초록색 물과 작은 비치가 먼저 보였다.
주변에 피크닉 장소도 잘 되어있고, 화장실과 샤워장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물이 너무 맑아서 멀리서도 물고기 와 거북이가 수영하는 것을 볼수 있다.
튜브를 빌려 가라고 알려 줬는데, 우리는 구명조끼가 있어서 우선은 그것을 입고
상류로 올라갔다.
와우... 정말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맑고 깨끗한 물은 온도까지 적당해서 2월 인데도 물놀이 하기 아주 좋았다.
조끼를 입고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겼다.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물고기들 까지... 힐링 그 자체였다.
아, 아이와 같이 왔을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좋은 곳에 오니 또 아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정작 그 녀석은 그날 친구들과 스키장에 가서 주말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 외에도 스프링스 라는 이름이 붙은 곳을 몇 군데 알려 줬는데
날씨와 이러저러 이유로 가지 못해서 아쉽다.
'다음에 또 플로리다에 오게된다면 꼭 다 보러 와야지.'
이곳에서 3개월 정도 지낸거 같은데 또 갈 곳이 생기다니!
정말 플로리다는 멋지고 대단한 곳 이다.
영상은 유툽을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Z1ifr27TfMrRnzageC3Q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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