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7일 이제는 슬슬 플로리다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오늘(수요일)은 1시간 정도 북쪽으로 이동해서 역시 TT 멤버로 머물 수 있는
'Three flags RV resort'에서 3일을 머물면서
2024년 설을 보내고, 주말을 이용해서 10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도로는 여러개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남쪽의 10번 도로와 중간에 있는
40번 도로이다.
40번 도로는 중부지방을 지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이동하면 눈을 만날 수가 있어서,
대부분 우리처럼 겨울을 보낸 철새들은 1월 말 즈음 부터 10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한다.
10번도로는 남쪽에 위치해서 허리케인 시즌만 피하면 기후의 불편함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이미 11월초 부터 계획을 세우고, 캠핑장을 조사하고 유투브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동서로드트립'에 대해서 공부를 해 왔지만, 막상 시작 하려니 마음이 심난하다.
플로리다 까지는 그 동안 여행도 왔었고, 10년 전에 차를 가지고 로드트립을 한 경험도 있어서
(물론 그때는 자동차를 가지고 호텔에 머물렀다)
크게 거리감이 없었지만, 지금부터 가는 길은 50평생 처음 가는 길이며 처음 만나는 문화가 될 것이다.
30대 초, 처음으로 미국 이라는 곳에 와서 미국은 넓다는 것을 살면 살 수록 느껴갔다.
남편과 저녁에 맥주를 마시면서, 순전히 젋은 치기로
'아이가 독립하면 우리도 미국 로드트립을 하자 ' 하고
농담반 진담반 으로 이야기 했었다.
이 때 말한 로드트립은 미니밴에 간단하게 두 사람의 짐을 싣고
호텔에서 숙박을 하면서 해 보자는 것 이었다. 당연히 집은 그대로 두고.
20년 후에 집을 통째로 끌고 미국 도로를 횡단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생활 반년 동안 느낀 것은, 미국과 캐나다에 RV 인구가 정말 많다는 것과 그 와 관련된
사업이 엄청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캠핑장의 30~40 퍼센트 정도는 캐나다에서 부터 추위를
피해 미국 남부로 내려와서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 이었다.
그리고 남부지방으로 오니 우리 버스가 결코 특별하지도 크지도 않다는 것이다.
처음 이 버스를 만났을때의 그 크기의 놀라움,
그리고 이 버스를 구입해서 우리가 사는 동네에 세워 놨을때 모두가 의아해 하던 상황들을
지금 내가 사는 곳 에서는 볼 수 없다. 오히려 개성있게 캠핑카를 꾸미고 만든 캠퍼들의
RV 속에서 우리는 그냥 평범한 주민이 되었다.
단 하나 우리가 유일한 아시안 이라는 것만 빼고.
Three Flags Resort에 머물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마지막으로 플로리다를 즐기고 싶었다.
12월 말 부터 쌀쌀했던 플로리다의 날씨가 1월 말 부터 하루가 다르게 온도가 올라가면서
부쩍 야외 활동을 하기 좋았다.
40분정도 서쪽으로 가면 매너티 보호구역이 있다고 해서 오후에 서둘러 가 보았다.
Three sisters springs
이 곳은 매너티 보호구역이다. 물의 온도가 따뜻해서 매너티들이 거친 바다에서 먹고 놀다가
잠시 쉬러 오는 곳이다. 매너티 들은 큰 덩치에 비해서 지방층이 작아서
물의 수온이 낮으면 동사 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따뜻한 물을 찾아서 일종의
온천 휴식을 오는 것 이다. 덕분에 알게된 재미있는 자연의 원리이다.
한 사람당 20불의 금액을 내니 종이팔찌를 주며 공원 안에서 반드시 착용 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큰 금액 이어서 놀랐다.
조금 걸어 들어가니 사람들이 덱 위에 서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덱 위에서 보니 또 다른 자연의 별천지가 펼쳐졌다.
수정처럼 맑은 물에 돌덩이 들이 있는데 모두다 매너티 이다.
간간이 숨을 쉬는 소리가 나고 쉬는 매너티 주변으로 청소를 해 주는 물고기떼들 까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심난한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어 간다.
사실 난 '힐링' 이니 '평안' 이니 하는 부분들을 잘 실감 하지 못 하고 살아 왔는데,
진정 '보면서 힐링' 한다는 표현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매너티들 등에 조금씩 상처들이 보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들의 등의 상처들은 대부분 인간에 의해 비롯된 것 이다.
매너티들은 ' 바다의 나무늘보'라 할 만큼 동작이 느리고 공격성이 전혀 없어서
빠르게 움직이는 배에 부딪쳐서 상처를 입는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놀라움과 평안을 주는 아름다운 플로리다의 자연에 감사하며
다음날 10번 국도에 올랐다.
플로리다를 서쪽으로 달려 본 적은 처음이다.
캠핑장을 알아 보면서 느꼈지만 플로리다는 남족으로 뿐 아니라 서쪽으로도 길다.
서부로의 일정의 첫 정차는 플로리다 서쪽에 있는 주립공원이다.
이제부터 텍사스 까지는 우리가 회원제로 있는 회사의 캠핑장이 없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내 돈을 주고 예약을 해야 한다.
플로리다는 캠핑의 성지이다. 그래서 주립공원을 예약 하고 싶었지만
이미 11개월 전에 예약이 다 찾고 그나마 있는 몇 곳도 텐트캠핑만 가능해서
우리처럼 큰 차는 들어 갈 곳이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열심히 찾은 결과 마침 운 좋게도 적당한 날짜와 장소에 하루가 비어서
잽싸게 예약을 했다.
Three rivers state park
가격대비 만족도가 정말 좋았던 곳이다.
이 곳에 오니 왜 플로리다에 오면 주립공원에서 캠핑을 해야 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사실 예약을 하고 나서도 계속 걱정을 했다.
우리는 뉴욕에서 텐트를 가지고 주립공원 캠핑을 많이 해 왔다.
뉴욕, 뉴저지, 펜셀베니아까지 많은 곳을 가 보았지만 우리처럼 큰 차가 들어 온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 주립공원은 환경파괴를 최소화 하기 때문에 캠핑장까지 들어가는 길이
운전하기 좋지 못 하다. 일반 차를 운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버스로 그 길을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더욱 더 밀려왔다.
무성한 나뭇가지에 차가 걸리면 내 몸이 나무에 맞은 듯 마음이 아프고,
구불구불 길을 운전해 갈 때면 살림과 맨탈이 함께 부서진다.
예약사이트에 50피트 까지 캠핑이 가능 하다고는 했지만, 혹시 갔더니 우리만 큰 차를
가지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었다.
20살이 된 디젤차인 우리 버스는 운행시 거의 화물트럭에 버금가는 소음을 낸다.
텐트만 있는 조용한 캠핑장에 이 큰 소음과 매연을 내며 들어가면 그 민폐와 눈총을 어찌할꼬?
취소를 해야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기에 우선은 일정대로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 해 보니 내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넓은 길은 포장까지 되어있고, 캠핑장에는 모두 텐트가 아닌 RV를 들고 온 캠퍼들 뿐 이었다.
우리처럼 버스도 있고, 트럭캠퍼도 있고 각 사이트도 넓어서 셋업하기도 편리했다.
주립공원이니 만큼 주변 환경은 지금까지 있었던 곳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사람들도 친절하게 우리가 주차 할때 뒤를 봐주며 밝게 인사한다.
주립공원의 가장 큰 문제는 사이트마다 하수도가 없다는 것 이다.
각각의 사이트에 물과 전기는 제공이 되고 (이것만 해도 땡큐!) 오수는 나가면서 지정된
한 장소에서 버려야 한다.
이 경우 물 사용을 되도록 최소화 하기 위해서 공용 샤워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도 걱정 이었다. 몸이 직접 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관리 상태가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도 기우였다. 왠만한 집 화장실 보다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샤워실이 넓어서 오랫만에 두팔을 휘휘 저으면서 샤워를 했다.
우리 버스 샤워부스는 내가 두 팔을 벌릴 정도로 넓지 못 하다.
셋업을 마치고 바로 트레일을 따라 산책했다. 주립공원은 도착하면 따로 차를 몰고
나갈 필요가 없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편리한 도심을 떠나서 자연속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근처 트레일을 돌면서 자연 그대로를 즐기면 된다.
하루뿐인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열심히 걷고 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을 만났다.
'아르마딜로'
지난 캠핑장에서 그림으로 봤는데, 실제 이 동네에 많이 살고 있나보다.
잠깐 사이에 세 마리 정도를 볼 수 있었다.
실제 본 적이 없으니 아마 이 녀석들의 소리가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 이다.
서걱서걱 나무를 파기도 하고 낙엽위를 걸으면서 조용한 산의 적막을 깼다.
얼굴과 꼬리가 쥐 비슷하고 등은 갑옷처럼 생겨서 솔직히 가까이 오니 피하고 싶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가까이 다가와서 오히려 내가 도망갔다.
하지만 플로리다 겨울나기의 마지막 편을 장식해준 이 녀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다.
3개월을 살았지만, 플로리다는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이제 서부로 가면 당분간은 볼 수 없겠지만, 그속에 사는 많은 동물들이 건강하게
잘 살기 바란다.
이제 내일이면 알라바마로 간다.
거기가 어디지? 또 무얼 보고 만날까?
길 위에서의 새로운 만남들을 기다리며 플로리다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영상은 유툽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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