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8일 일요일, 앨라배마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10번도로를 타고
조금더 서쪽에 있는 루이지애나로 이동했다.
루이지애나 근처가 다가오니 도로가 다리형태로 지면에서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물을 건너야 해서 그런가 했는데, 이런 형태의 다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옆을 보니 온통 늪과 군대군대 물 웅덩이가 보인다.
루이지애나 해안의 지형은 80프로 이상이 해수면 보다 낮다.
늪 지대에 도로를 만들어야 하니 낮은 다리형태가 된 것이다.
버스는 일반 차 보다 높다. 조수석에서 내려다본 전경이 정말 멋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멕시코만 근처의 해안은 허리케인에 취약하다.
그런 기후아래서 해수면 보다 낮은 지형이면 조금만 비가 와도 물이 범람해서 많은 피해가 생긴다.
거의 해마다 들려오는 루이지애나 침수피해 이야기를 이해 할 수 있었다.
더구나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점점 높아 지면서 많은 부분이 침수되어 가고 있다고 하니,
몇 십년 후에는 이곳 지도 모양이 조금 바뀔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인들 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장화모양으로 생긴 루이지애나는 스페인 탐험가가 처음 발견 했으나, 이후 프랑스인들이
이주하면서 식민지로 개척하기 시작한다.
‘루이지애나’ 라는 이름도 당시 프랑스 국왕 루이14세의 땅 이라는 의미의 ‘루이지안’ 에서 유래 되었다.
유럽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전 속에서 프랑스와 스페인이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1803년 프랑스 통치자 였던 나폴레옹이 미국에 팔면서 미국땅이 된다.
당시 미국은 농산물 수송등을 위해서 미시시피강 유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뉴올리언스 지역의 통상권을 얻을 목적으로 대사를 파견 했는데,
하필 이 시점에, 프랑스는 아이티반란 진압실패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에 나폴레옹은 즉흥적으로 뉴올리언스 뿐 아니라 북미대륙에 있는 프랑스땅을 미국에 팔아버린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주인없는 땅에 와서 지들끼리 깃발꼽고 내땅이라고 우기다가
관리가 안 되니 결국 또 돈을 받고 팔아 버리는 상황이다.
아무튼 이 거래 한 번으로 신생 독립국였던 미국은 단숨에 국토를 2배로 늘리게 되며, 서부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었다.
정말 미국은 운이 억세게 좋은 나라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뉴올리언스 지역은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그들이 억지로 끌고온 아프리카인들의 문화까지 섞여서
미국내에서도 가장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우리가 치안이 불안 하다는 이 곳에 굳이 일주일 돈을 내고 머문 이유도 이 곳
‘뉴올리언스’를 방문해 보기 위해서다.
캠핑장은 뉴올리언스 다운타운과 거리가 좀 멀었다.
그래서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타고 중심가와 캠핑장을 오갔다.
물론 셔틀도 한 사람당 20불을 내야 하지만, 차를 가지고 가도 주차할 곳이 적당하지 않고
두 군데 정도 있는 공영주차장은 차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다는 리뷰가 많았다.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생활을 하면서 혹시라도 차에 이상이 생기면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그냥 속 편하게 돈을 쓰기로 했다.
셔틀은 하루 4번 출발하는데, 우리는 주중에만 머물기 때문에 오후 시간에 나가서 제일 늦게 돌아오는 차를 타야 했다.
오후 두시 차를 타고 뉴올리언스 스트릿에 내리자마자 요란한 음악 소리들이 들려왔다.
주변을 보니 모두 테라스가 있는 유럽식 건물이었고, 지나다니는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거리 이곳 저곳 에서는 다양한 악기를 들고 혼자 혹은 여럿이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돈을 받는 통이 두 세 개 놓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슬러시통을 목에 걸고 다녔다. 나중에 알고보니 알콜이 들어간 음료였다.
이 곳은 미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공장소에서 걸어다니며 술을 마실 수 있다.
도로 곳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 보았다.
작고 예쁜 소품가게 부터 큰 락 카페 까지, 부두교 상점 앞에 있는 천주교 성당까지, 정말 다양함의 끝을 보여준다.
작은 펜이 그려져 있는 간판이 보여서 들어가 봤다.
요즘은 손글씨를 잘 쓰지 않으니 정말 오랜만에 펜 모양을 보고 반가웠다.
엽서를 비롯한 예쁜 메모지 들이 많았다. 중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문구점에 들어가서 한참을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며
구경하던 기억이 난다. 주머니를 털어가며 새로나온 메모지를 종류별로 각각 사서 서로 몇 장씩 나눠 가지곤 했다.
핸드폰 메세지를 사용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정말 '라때' 이야기 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문방구는 어린 여중고생 들에게 백화점이고 시장 이었다
aunt sally's creole pralines
프랄린’ 이라는 발음도 생소하고 어려운 프랑스식 과자이다
1930년대 유럽인과 미국현지인 (아마도 흑인 노예여자)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Creole’
라고 불렀다. 이 과자는 프랑스인과 현지 흑인여자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자가 인기를 끌면서 이 곳은 유색인종의 여자들에게 일 할수 있는 기회가 되어
그들의 자립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넛 종류를 설탕에 조려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보기는 투박해도 크게 달지 않고 맛있었다.
Cafe du monde
유명한 도넛과 커피라고 해서 찾아가 봤다.
잭슨스퀘어앞 큰 도로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넛을 세개 넣은 한 봉지와 커피를 추가하니 9불이 조금 안되는 금액 이었다.
10불짜리 (이 곳은 현금만 가능하다)를 냈는데,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다.
자체 팊 인가?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포기하고 나왔다.
기름에 튀겨서 설탕을 찍어 먹는 도넛은 맛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잔돈을 주지 않고 해맑게 웃으며
‘next’를 외치던 점원이 생각나서 크게 좋게 느껴 지지는 않았다.
Voodoo(서아프리카 언어로 ‘영혼)교
역시 이름조차 생소한 이 단어는 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 에서 내려오는 토속 신앙으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억지로 끌고온 흑인들이 그들이 믿던 신앙을 함께 가지고
오면서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가게도 많고, 박물관 까지 있었다.
가게 분위기 자체가 약간 몽환적이고 해골도 있고, 주술인형도 있고 또 다른 한 쪽에는 천주교 관련 그림과 모형도 보인다.
한마디로 장희빈 부터 성모마리아 까지 모든 종교가 다 있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모든 종교는 사후세계를 이야기 하는데, 부두교의 사후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들과 조금 다른 관점이라고 한다.
무덤과 관련된 해골이나 좀비 등도 이 종교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정확한 내용은 잘 알 수 없었다.
확실히 짐작 할 수있는건, 당시 천주교를 믿었던 백인들 관점에서 노예들이 섬기는 신은
천하고 심지어 악마와 가깝다고 여겨졌다. 그러니 많은 부분이 왜곡 되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reservation Hall
뉴올리언스 하면 떠오를 단어 바로 ‘재즈’ 이다.
노예선에 태워져 끌려와서 고된 생활을 하던 흑인들이 밤무대를 중심으로 본인들의 애환을
노래하기 시작했는데, 그 것이 오늘날 ‘재즈’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재즈음악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도 이곳 뉴올리언스 출신이다.
이러한 뉴올리언스의 성지 중의 성지!
1960년대 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재즈 공연이 이루어진 곳( 2005년 태풍 카트리나 피해로 잠시 중단 된 적은 있다) 이며, 이 곳에 오면 꼭 가봐야 한다고 해서 인터넷 예약을 했다.
이미 의자 자리는 마감이고 뒤에 서서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각 25불을 주고 예약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반대편에 예매 하지 않고 자리가 나는 것을 기다리는 줄도 사람이 많았다.
허름한 작은 창고에서 45분 정도 재즈 음악을 들었다.
사실 난 음악을 잘 모른다. 다만 마지막에 연주된 루이 암스트롱의
‘ what a wonderful world’를 들으며 머리를 가볍게 흔들 뿐 이다.
홀을 나오니 밤이 어두워졌다.
저녁을 먹으러 좀 조용한 골목을 찾았는데, 어디선가 요란한 프라스틱 통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돈통을 앞에 두고, 플라스틱통을 치면서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이 치는 요란한 소리에 돈을 넣는 사람은 없었다.
마음이 싸 해 왔다.
사실 난 오후에 이 곳을 걸으면서 저 아이들과 뒤에 엄마로 보이는 성인이 요란하게 떠드는 것을 봤다.
시끄럽고 멀어서 잘 안들리지만,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들의 등짝을 치면서
똑바로 앉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밤이 되니 그 어른은 없고, 아이들만 앉아서 통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도 그 나이때 엄마한테 등짝을 맞은 기억이 있다.
내가 맞은 이유는 구구단을 못 외워서 였다. 나는 유독 구구단 7단을 못 외웠다.
그래서 저녁 늦게까지 엄마한테 등을 맞아가며 쓰고 외우고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맞았던 이유와 오늘 저 아이들이 맞았던 이유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저 아이들도 루이암스트롱을 꿈꾸는 것 일까?
아이들 엄마는 어디갔지?
이 저녁에 이러한 곳에 어린 아이들만 있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가?
슬쩍 걸어가서 눈을 피해가며 마침 주머니에 있던 돈 5불을 넣으면서
부디 이 아이들에게도 ‘원더풀 월드’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문득 등짝 스매싱을 날리던 젊은 엄마의 강 펀치가 그리워 진다.
영상은 유툽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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