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둘째 주, 우리는 제일 처음 시작했던 장소로 돌아와서 3주를 머물렀다.
돌아온 이유는, 이 곳이 우리가 살던 곳과 가장 가까운 캠핑장 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사후 해결 못 한 것들을 해결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연장 해서 3주를 머물게 되었다.
Thousandtrails 에서 우리의 회원 등급 으로는 최대 3주를 한 곳에 머물수 있다.
그리고는 일주일을 나갔다가 다시 같은 곳으로 올 수 있다.
제일 좋은 회원권은 최대 4주를 머물 수 있다고 한다.
이곳 캠핑장은 뉴욕주 뉴팔츠와 가깝고, 미네와스카 주립공원과
모홍크산장을 뒤로 두고 있는 곳에 있다.
뉴팔츠에는 뉴욕주립대학이 있어서, 뉴팔츠 메인스트릿 으로
나가면 다양한 음식점이 있다.
넓은 잔디와, 바운스, 수영장, 놀이터, 아케이드 까지 ...
아이들이 놀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무엇보다 캠핑장 내에서는 자동차 스피드를 5 로 유지해야 한다.
자칫 스피드를 초과하면, 다른 캠퍼들의 무시무시한 야유를 받아야 한다.
첫날 이곳에 와서, 자동차가 빠르다며 소리지르는 미국 할머니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 했는데, 아이들과 자전거가 여기저기서 지나 다니니,
차량은 반드시 서행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운전을 하고 나가다 보면, 차 보다 자전거가 더 빨리 지나간다.
아이들이 차를 무서워 하지 않고 즐겁게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자전거를 타고, 하루종일 수영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잔디와 수영장을
왕복하는 모습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내 아이를 키울때는 왜 방학마다 그리 학원이나
보충학습에 집착 했는지, 지나간 시간이 야속하고 안타깝다.
다시 그 시간이 된다면, 학원 보다는 캠핑 사이트를 검색하고,
동네 도서관 보다는 수영장을 더 많이 가고 싶은데....
늘...지난간 시간들은 그렇게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긴다.
일주일씩 이동을 하다가, 그나마 익숙한 뉴욕에서 3주를 머물게 되니, 조금씩
안정이 되어갔다.
우선 마트를 가서 음식을 살 수 있었다.
일주일 머무를 양을 사려면, 여러가지 계산 해야 할 것이 많았다.
이동 중에는 냉장고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많이 넣어 두면 안된다.
장기간 이동의 경우 제너레이더를 한번씩 돌려서 냉장고 온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계란 이나 우유, 고기 등은 넉넉히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계란도 사고, 좋아하는 과일도 사고, 무거운 맥주도 샀다.
행복하다...
사람에게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이렇게 중요한 것 이었던가...
제대로된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싶어서, 그동안 사용했던 전기 인덕션을 치우고
차량에 있는 프로판 개스를 이용해서 불을 사용했다.
전기인덕션은 요리에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RV car 전체에 전기가 자동으로 차단된다.
과부화로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것이 반복 되면 차 안의 모든 전기 기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본격적으로 부엌을 사용 하려니, 작은 부엌이 살짝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그동안 내가 그리 큰 집에 살아 온 것도 아니지만,
부엌이 작아진다는 것은 주부들에게는 생활 공간이 작아지는 것이니, 조금은 서러운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서 음식을 하려니, 냄새와 연기를 감당 할 수 없다.
안에는 에어콘을 켜 놓은 상태라 문을 닫아야 한다.
남편은 일을 하면서 수시로 영상회의도 해야 한다.
그래서 고기를 굽거나, 볶는 음식은 할 수없이 밖으로 나가서 해야했다.
그렇다면, 캠핑의 묘미인 모닥불을 지필까???
85도가 넘는 한 여름에 야외에서 장작을 피워 음식을 한다는 것은????
그렇다. 그건 좀 무모한 행동이다.
더구나, 뉴욕시티와 가까운 장소 답게
사이트의 간격도 너무 좁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열고 옆 캠퍼와
'하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기는 에어프라이기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전기로 굽고,
후라이팬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휴대용 가스를 사용해서
음식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 풀타임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fire ring안 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주말이 되면 주말만 오늘 캠퍼들의 사이트만 연기가 모락모락 난다.
음..그렇치! 역시 꿈과 현실생활은 다른거야 !!!
하지만, 매번 다른 곳을 산책하고, 주말이나 저녁이 되면 근처 가까운 곳으로 가서
가볍게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캠핑장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모든 순간순간은 숫자와 그림이 있는 동전과 같다
한쪽을 포기하면 또 다른 면에서 좋은 것들이 나를 기다린다
이곳 캠핑장을 나서기 하루전, 그러니깐 금요일 저녁에 엄청난 스톰이 왔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캠핑카 위로 떨어지는 비 소리와
뭔가 끈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떠나는 날 토요일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캠핑카에서 듣는 비 소리는 요란하다. 차 안에서 비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날은 뭔가 차 위로 많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캠핑장이 초토화 되어 있었다.
큰 나무가 두개 쓰러지면서 전깃줄이 아래로 내려와 있었고, 이미 지난 밤
9시 정도 부터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여기저기 날린 나뭇 가지들과 나뭇잎들...그리고 출입금지선이
그어진 쓰러진 나무 두개...
그런데 우리 차를 보는 다른 캠퍼들의 모습이 이상하다.
나가서 보니, 큰 나무 트렁크가 우리 차 위에 떨어져서 다들 걱정을 하고 있었다.
급한대로 남편이 올라가서 나무를 치웠다..
치우는 동안 난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통상적으로 RV는 나무 밑에는 주차를 피한다.
나무가 떨어져서 지붕으로 날라오면 집의 지붕이 손상되는 상황이 된다.
혹시 큰 나무가 떨어져서 물이 세면,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된다.
하지만 동북부 캠핑 그라운드 대부분은 숲속에 위치 하고 있어서,
나무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집 떠난지 한달 만에 그 무시무시한 상황을 접하게 된 것이다.
천만 다행으로 차 지붕은 무탈했다.
다만 에어컨 부분에 덮어 놓은 커버에 스크레치가 생겼고, 거실 슬라이드 부분이
아주 조금 찌그러졌다.
속상하면서 급 짜증이 밀려왔다..
왜 자꾸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야????!!!!
그나마 구멍이 나는 큰 피해는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이 곳을 나가는 날 이다. 어서 서둘러서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미국생활의 경험상, 쉽게 해결 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기와 물이 안 되니, 아침도 못 먹고 우선 또 길을 나섰다.
P.S
다음 캠핑장에 도착해서 모든 셋업을 마치고, 지인이 사온 삼겹살로 폭풍 저녁을 먹었다.
저녁늦게, 살던 곳에서 친했던 이웃에게 메세지가 왔다.
내용은, 우리가 살던 집 앞에 큰 나무가 쓰러져서 전기가 안되고, 약간 화재도 발생 했다고
한다.
행운의 여신은 나를 외면한 것일까? 아니면 나와 함께 있는 것 일까?
내가 집을 떠난 것은 행운 일까? 객기 일까?
4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