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가장 서럽게 울던 사람은 엄마의 가장친한 친구도 그리고 엄마의 동기도 아니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과 이모들은 오히려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엄마는 아픔없는 좋은곳에 가셨을 것이라고 우리를 위로하셨다.  

예전에  영자아주머니를 뵌적이 있었는데  나한테  사위는 한국 최고의 기업에 다녀 돈을 너무 잘벌고   딸이 똑똑해서 사업이 잘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줌마 말만 들으면 자식들은 다 성공했고,  세상 걱정 없으신 분이었다.    그래도 심심해서 청소일은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랑 헤어지고  나서 엄마는 지딸 지금 고생하고 있는거  아는 사람 다 아는데 아직도 저렇게  뻥을 치고 있다고 뻥순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자식때문에 지금까지도    일하느라 고생하고 있다고…… 어느날에는  엄마가  친구분들이랑 그 분 만난다고 나가셨다가  연락도 안되고  나오시지도 않아서 고생했다고  화를 내며 들어오신 일이 있었다.  '영자는    믿을 수가 없다고… …'

  엄마와 아주머니는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동창회나  엄마 동네 사람이 여럿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모두 꼭 영자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는  노래도 잘하고 흥도 많고,    지나간 옛날  일을 아주 맛갈스럽게 이야기한다고 하셨다.  
   
영자 아주머니는 장례식에 들어오자 마자 우리엄마 영정사진을 보고 쓰러지듯이 주저 앉아  우리엄마 이름을 부르며 대성 통곡을 하셨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금순이 불쌍해서 어쩌냐,  아이고 아이고,    어디가야 금순이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아이고 아이고,’   땅바닥을 두드리며 하는  그 분의 통곡소리는  너무나 컸다.    그리고  그 안에는 노래처럼 장단이 있었다.   아주머니의 곡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조용함 속에서 자리를 지키는 우리는 조금 당황스러 웠다.     나는 아주머니의 통곡을 들으면서  엄마께  들었던 영자 아주머니 힘든 삶이 떠올라 아주머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한참 우시고 일어나 우리에게 인사하는 아주머니의  눈에 눈물은 없었다.  우리에게 인사하고 거짓말처럼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육계장 한사발을 맛있게 드셨다.  

나가는 영자 아주머니의  뒷 모습은  들어올때와는 다르게  씩씩하고 힘찼다.   

 슬픔을 다 표출해서 인지 아니면,   자신의 지친 삶에  대한 ‘한’ 풀이를 하고 나서인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