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유증인지  어느 순간 당이 확 떨어지고 온몸이 혈액순환이 안되면서 으스스 오한이 느껴졌다.  

나의 몸에 에너지를 빨아먹는 뭔가가가있는 것 같다.   먹는 족족 에너지가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인삼, 홍삼, 생강 이런 것들을 모아 달여 먹고만 싶은 날이다.

이런 안 좋은 컨디션으로 얼마 전 나는 50살이 되었다.   진짜 50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 몰랐다.  39에서 40살로 바뀌었을 때 늙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심적인 변화는 크게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크리스 마스 며칠 전 즐겁게 크리스마스 점심 파티하고 헤어진 친구가  갑자기 그 날 오후에 암 선고를 받아서 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의 심정은 그냥 꽃길이라  생각하며 칠렐레 팔렐레 걷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어,  지뢰밭 한가운데 서있는 나를 발견한 느낌이다.  

세상이 인과관계로만 흐르지도 않고, 노력을 쏟아붓는다고 다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조심조심 살아도 건강, 금전, 자식, 어디서 어떤 지뢰를 밟을지도 모른다.   밟으면,  예전처럼  다시 일어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뭘하기에 늦은 나이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나이 때문에 쫄리기 시작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성당 레지오 단원들이  나를 위해 준비한 생일 파티에서 내 앞에 놓인 케이크의  초를  끄며  말했다

“ 생일 축하해 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50년은  착하게 살겠습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하더라도, 이제 건강하게 살날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살면 살수록 더 모르겠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작은 일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착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