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이중국적자였다.
이곳 미씨의 많은 자녀들이 그러하듯이.
사고는 코비드로 인한 혼란과 불안이 최절정일때 일어났고
우리는 장례식도 치룰 수가 없었다.
Stay home order가 해제되고 모임에 대한 제약이 풀린 6월 말이 되어서야
집 옆 공원에 모여
아이의 짧았던 생을 축하하는
life celebration picnic 을 치뤘다.
그랬던 까닭에
4주기를 앞둔 지금에야 처리를 시작하게 된 반갑지 않은 절차가 있다.
바로 아이의 사망신고.
내가 미국에 사는 한국 교민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어도 될 문제이다.
미국 행정상의 아이의 생애는 마무리가 되어있었다.
의사의 공식 사망선고가 있었고,
경찰 조사도 진행되었고
아동 보호국의 조사도 받았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한국시스템에서 아이는 아직 살아있었다.
아무도 한국 정부에 아이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기에.
코비드로 모든 것이 멈춘것이 처음엔 원인이었고.
어느순간 깨달음이 왔을때는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가까운 한국 영사관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큰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너무 내키지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조심스레 알려주었다.
살아있었다면 (2024년 2월 현재) 미국 2학년, 한국에서 2학년 진학을 앞둔 아이이니
한국의 주소로 입학 통지서가 갔을수도 있다고.
미국으로 이사를 오며
살던곳에 그대로 주소를 남겨두고 왔기에
취학통지서가 나왔다면 아마 그곳으로 발급이 되었을테니
그 사이 분실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혹은
한국의 친정부모님께까지 통지서가 닿았는데
부모님께서 나에게 알리지 않으시고 당신들 선에서 조용히 처리하신 상황이다.
제발 그러지 않았길 바래본다.
작년 여름에 한국을 다녀오며
이제는 이 일을 매듭지어야지 하고 굳은 결심을 하고
영사관 홈피를 뒤져 어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알아봤다.
그리고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 구비해야 하는 서류중에 가장 중요한
아이의 사망증명서가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코비드중에 사망해서
FUNERAL HOME을 거치는 전통적인 장례식을 치루지 못했다.
당시 모든 장례식장이 일시적으로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가까운 지인의 연줄로 화장장과 연계가 되어있는 퓨너럴 홈에서 부검이 끝난 아이를 수습해주었다.
화장을 마쳤다고연락이 왔을때
우리는 장례식장 건물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 앞에 서서 아이의 유골을 찾아오기만 했다.
"커브사이드 픽업"이네 하고 웃픈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장례식장에서는
어린아이의 유골을 수습해가는 우리가 측은했는지
신용카드를 꺼내들고 계산할 준비를 하는 남편에게 말없이 그냥 가라고만 했다고 한다.
생전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말이다.
조금은 위안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장례식장에서 처리해주는 통상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지라
우리에게는 아이의 사망증명서가 없었다.
그래서
3년이 훌쩍 지난 즈음에
우리는 다시 그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카운티 오피스에서 사망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너무너무 하기 싫어도 말이다.
- 길이 글어져 두편으로 나누어 올려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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