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앞의 글에 이어서 계속 - -- --
카운티 오피스에서 아이의 사망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남자아이도 아니라 군대 갈일도 없으니 그냥 이대로 놔둘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남편이 못마땅한 얼굴로 마지못해 등떠밀려 이 일을 처리했다.
그때가 지난 9월
그리고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지난 12월의 어느날.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와 남편은 먼저 시댁으로 출발을 했다.
남편과 크리스마스 휴가 날짜가 달랐던 까닭에
나는 조금 늦게 내려가기로 하고 혼자 집에 남았다.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고 왠지 홀가분한 기분으로 룰루랄라 집에 오던 길에
오랫만에 우편함이나 정리해볼까 하고 우편물을 찾아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오자마자 앉지도 않고 주방에 서서
하나하나 우편물을 확인했다.
봉투에 적인 발신인도 자세히 보지 않은채
청구서나 아님 광고겠지 하는 생각으로
막 뜯은 서류를 아무 생각없이 읽어내려갔다.
중간쯤 읽으며 깨달았다.
이건 내 아이의 사망증명서라는 것을.
죽음의 형태, 원인등
사고와 관련된 사실들이 명시되어 있었다.
하필
아무도 없는 불도 안켠 텅빈 집에서
밖은 어둑어둑한데
아무런 마음의 준비없이 그 일을 다시 마주하게 되다니.
참 얄궂고 잔인했다.
또 이 기막힌 타이밍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단 미국 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사망진단서를 확보했고
이젠 한국정부 차례다.
관할 영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필요서류 목록을 확인해봤다.
사망증명서를 번역을 해야 한단다. 한국어로.
제기랄.
자원봉사로 번역을 많이 하는 터라
번역이라면 정말 식은죽 먹기인데.
내 자식의 사망신고서를 차마 내손으로 번역할순는 없었다.
그냥 눈 딱 감고 후다닥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죽기보다 하기 싫었다.
지인들중 부탁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머리속으로 차례로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었고 돈은 이런때 쓰는거지 싶어
번역 에이전시를 찾았다
요 근래 가장 값지게 쓴 $50불이었다.
번역 완료.
이젠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단다.
가장 가까운 영사관까지는 4-5시간 운전 거리
일년에 두어번 오는 순회영사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
일단 가족관계 증명서 발급 신청서를 담당 영사관에 우편으로 보내서
발급된 증명서를 우편으로 집으로 발송받은 다음에
다시 모든 서류를 취합해서
최종 사망신고서와 함께 보내야 한다.
참으로 지난하다.
결국 3월 봄방학때 영사관이 있는 도시로 며칠 나들이를 가기로 하고 방문 예약을 마쳤다.
그리 즐거운 여행이 될것 같지는 않다.
- -- 무거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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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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