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김밥.
지하철 환승역에서 팔던 천원 김밥에서부터
비싼 김가네 김밥까지
김밥이라면 사죽을 못 썼습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제일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도 바로 김밥.
손쉽게 자주 사먹을 수 있었던 한국과는 달리
김밥을 사먹으려면 차로 2-30분을 달려 한국 식품점으로 가야했죠.
그래서 미국에 온 이후로
어쩔수 없이 집김밥을 자주 싸 먹었습니다.
아이가 사고를 당하던 그 순간에도 저는 김밥을 싸고 있었습니다.
팬대믹으로 모든 것이 멈추고
장보러 가는 것이 한참 무섭던 시기.
격리 초기 장을 봐온 것으로 3주를 버티고
그 다음날 드디어 장을 보러 가기로 날을 잡았던 터였습니다.
장보러 가기 전에 냉장고를 최대한 비워둘 요량으로
마지막 남은 재료를 탈탈 털기에 김밥만한 것이 없겠다 싶어
지지고 볶고 속재료를 준비해 김밥을 말았습니다.
김밥과 같이 먹을 황태무우국도 끓였지요.
오늘만 지나면 드디어 마트를 갈수 있다는 생각으로
룰루랄라 김밥을 말던 그 순간에 아이의 목숨은 사그라들고 있었지요.
그날 김밥을 싸지 않았더라면
그냥 좀 쉬운 메뉴를 선택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수천번도 더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다시는 김밥을 싸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아,
먹는 것은 포기 못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밥을 찾는 제 자신이
수치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서글픕니다.
7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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