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지난 주 까지만도 덥더만 이제 제가 사랑하는 여름은 다 갔어요.
그래도,,,여름 날씨를 보였던 토요일엔
이사를 앞 둔 친구가 싸 준 짐 받으러 맨하탄을 또 오랜 만에 보람된 행차를 하고 왔습니다.
부엌 살림 정리한다고 싸 놓은 것들이랑
저 준다고 그간 챙겨 놓은 새 옷들이랑 잘 받아 가지고 왔어요.
남편도 덤으로 패셔너블한 새 셔츠 한 장이랑
엄청나게 비싼 자켓도 하나.
자켓은 친구가 자기 신랑 것으로 큰 맘 먹고 사줬던 것인데
그 집 신랑은 운동으로 어깨가 커져서 안 맞고
저희 집 아저씨는 살이 빠져서.
그냥 정리하는 부엌 살림이랑 제 옷 준다고 했다가 갑자기 제 남편 자켓 칫수를 물어 보길래
남편한테
당신 자켓 칫수가 어떻게 되지? 했더니
40 regular
라길래 그렇게 대답했더니
자기 욕심으로 큰 돈 주고 신랑 사 준 자켓이 있는데
두 번 밖에 안 입어서 완전 새 것 같고
도네이션 하기는 아까워서 제 남편 주고 싶다고.
질 샌더, 메이드 인 이태리 라고 하면서.
유러피안 사이즈는 몇인데 아마 미국 사이즈로는 42인 것 같다고.
저도 남편도 질 샌더 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봤고
여튼 남편한테 이러 이러해서 이러 이러한 걸 주려고 하는데
미국 사이즈 42인거 같대 했더니
득달같이 자기 사이즈가 사실은 42이라는 거예요.
아우 왜 갑자기 소리는 질러??????
40이라길래 40이라고 대답한 건데
사실은 42면 처음부터 42라고 하던가!!!!!
친구한테
갑자기 저 아저씨가 화장실에서 볼 일 보다 말고 자기 사이즈 42라고 우기고 있어.
그런데 그 말 하면서 벌벌 떨고 있어.
이베이 같은데 팔지 그래?
했더니
친구는 그 브랜드가 살짝 슬림하게 나온다고
옷 디자인 하는 사람이라 눈썰미가 예리해서리...
자기가 봤을 때 제 남편이 42일 거라고 생각 했대요.
그래서
결국 받아 오기는 받아 왔어요.
잘 맞아요.
친구 말이
원 버튼이고 케주얼 자켓이라 청바지에 입으면 잘 어울릴 거라고
공연할 때 입으면 좋을 거라고.
저 사람이 동네 술집서 기타 연주할 때 저 자켓을 입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여튼
친구 말 전하면서 입혀 보면서
자기야...
나의 이 수많은 옷들 다 합쳐도
지금 이 자켓 값 안 돼..
이런 좋은 옷 얻어 입는 것도 당신이 다 중년 나이에도 몸 관리 잘 해서 가능한 일인데...
참 자랑스러워.
사진 한 방 찍을까? 친구가 잘 맞는지 보고 싶어 하는데?
그래서
얼굴 자르고 몸통만 보이게 사진 하나 찍어서 보냈고요
ㅋㅋㅋㅋ
저는 저대로 부엌 살림 얻어 온 것은 한 쪽으로 쭈욱 정리하고
저의 새 옷들을 입어 보는데...
그 날 저녁에 바로 또 동네 공원에 갈 일이 있었더랬어요.
하드 롹 밴드들 페스티벌이 하루 종일 있었는데
저녁 시간대에 남편하고 같이 듀오로 하는 보컬씨가 속해 있는 다른 그룹이 공연 한다고 해서
가기로 했었거든요.
새로 받은 드레스가 맥시 두 개, 미니 두 개 였는데
맥시 드레스 하나에 남편이 완전 반해서
그거 당장 입어 달라고 해서
그거 당장 입고 갔다 왔어요.
갔더만, 사람들 다 쳐다 보고
남편한테 친구 보여 줘야 하니까 사진 찍어 달라고 해서 사진 몇 장 찍고
다음 날 정신 차리고 사진 보면서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다 쳐다 볼 수 밖에 없었던 게
주말에 동네 공원오는 사람들이니 남녀노소 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는데
나 혼자 샬랄라 걸을 때 마다 펄럭 펄럭' 롱 드레스.
난 또 내가 너무 아름다워서 쳐다 보는 줄 알았죠..
지난 번 공원 갔을 때도
딴에는 예쁘게 하고 갔다고 자신감 넘쳐서 이쁜 척 하고 앉아 있다가
셋째 성이 사진 찍어 주길래 몇 장 찍고.
성이 사진 보며 하는 말이,
그냥 보면 모르겠더니 사진으로 보니까 진짜 피곤해 보인다...
셋째 성도 조금 당황 하더라고요.
이렇게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사진 속 제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인다고.
사진은 참 가혹해요.
집에서 거울로 보면 진짜 아직 꽤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데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완전,,,,
제가 말하길,
일 년 일 년 딱 일년치 만큼씩만 나이가 들어도 좋겠는데
어떨 때는 짧은 기간에 몇년 치가 확 늙을 때가 있더라고.
예전에 자궁 때문에 몸 한참 아팠을 때도 그렇더니
올해도 그렇더라고.
올해도 2월 부터 6월 까지 몸 안 좋더니 4년 치 늙어 버렸다고.
또 다른 친구랑 전화 통화 하면서 저 얘기를 하긴 했었어요.
올 여름은 거울 보는게 참 싫네...이러면서
확 늙어 버렸어...일년치 씩만 늙는게 좋은데 말이지.
확 늙어 버린다 싶을 때는 사진을 안 찍는게 더 좋을거 같아요.
뭔가 대책을 세우고 보수할 것은 보수하고 그런 다음에 사진을 찍던가.
남들이 쳐다 보면 다 이뻐서 보는 줄 알았어요.
사진 찍어 보니까 왜 쳐다 보는 지 알겠더라고요.
남들 티셔츠에 반바지 입고 있는데 혼자 드레스 입고
얼굴에 주름은 자글자글한데 표정은 혼자 완전 뿌듯해서 여유있는 미소를 머금고 있고.
이번 주는 또 흰머리 염색 해야 할 시점이고.
잠깐 착각을 하는 동안은 행복 했어요.
새 옷 입었더니 이쁘다 이쁘다 난리치는 푼수같은 남편 때문에.
모 친구들도 다들 좋은 말만 해주고...
셋째 성이 제발 그런 말들 믿지 말라고 항상 얘기 했었는데...
맞아요.
사진은 거짓말을 안해요.
그래서 어제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스트레칭 정도 하는거요.
일 년에 딱 일 년치 씩만 늙을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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