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초에 열흘여에 걸쳐서 십여년 만에 대청소를 해 놓고는

이 역사적인 일을 동네방네 떠들어 댔더니만..

 

 

몇 년 전엔가, 셋째 성이 청소하기 힘들다고 했을 때

내 친구 누구가 2주에 한 번씩 사람 쓰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더라,

언니도 그렇게 해라,

 

 

저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이나 힘든 일을

용역으로 대체할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이용하자, 주의인 사람이라,

밥하기 싫어서 그게 너무 고민이면 사람 쓰던가 사 먹던가,

빨래도 청소도 너무 하기 싫으면 그렇게 하고,

일 할 사람은 밖에 많이 있고 댓가 지불할 능력이 되면

와이 낫?

하기 싫어 하기 싫어 절규하면서 고민하고 끙끙 대느니 일주일에 한 번이던, 이주일에 한 번이던

그렇게 용역으로 이용하면 인생이 얼마나 간단한가.

 

 

아니면 나처럼 하기도 싫고 인력 고용 능력도 안되면,

아예 안하고 살던가.

짧은 인생, 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고민하는라

기력과 시간을 소비하나요. 안 그런가요.

 

 

그러다 말 끝에, 남이 자기 물건 만지는 걸 싫어하는 셋째 성 성격을 감안해서

 

 

남이 하는 것 싫으면 나를 쓰지 그래?

싼 값에 잘 해 줄께~

 

 

했다가 된통 망신을 당했거든요.

지네 집구석이나 치우고 살지,

지네 집 청소도 안하고 사는게 어딜 돈 받고 남의 집 청소를 하겠다고 드냐고.

 

 

그래서 이번에 대청소 해 놓고

와 구경하라고 불러서는, 짠~ 어때? 이제는 돈 받고 어디 가서 청소해도 되겠지? 홍홍홍~~~

자랑질을 했더니만..

 

 

그제는 서울에 있는 사촌 언니랑 통화하면서,

걷기 운동 꾸준히 하고, 좋은 음식 먹고, 나쁜 습관들 자제하고

해 왔더니 봄 부터 컨디션이 엄청 좋아 졌다고

또 자랑을 막 하고

이제 일만 잡으면 돼.

 

 

그랬거든요.

 

 

언니가,

 

 

무슨 일 하고 싶은데?

 

 

하고 묻길래,

 

 

"희망 사항 따위는 집어 치운지 오래야.

아무거나 돈 되는거, 아무 거나 해야지.

여기라고 별로 나은 것도 없고.

이렇다 할 경력도 없고 나이만 많은 아줌만데, 폼 재는 직장 따위는 바라지도 않아.

써주는 데 있으면 아무데나 가야지

내가 돈 쓰는 걸 이렇게 좋아하는데 나 쓰고 싶은 만큼은 벌어야지"

 

 

했더니만.

 

 

오늘 아침에 웬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데..

제 핸드폰은 하루 종일 있어 봐야 요즘은 한 통도 안 울릴 때도 많고

하는 사람 정해져 있고

그리고 아주 어쩌다 모르는 번호로 울리면 제가 받지를 않아요.

잘못 걸린 거겠거니...하고.

잘못 거셨습니다, 라는 말 하기 귀찮아서 아예 안 받거든요.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그 전화를 받았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받았더니만,

맨하탄 업타운 사시는 저희 시어머니 친구 분.

 

 

41년 전, 시어머니 결혼 하실 때 들러리도 하셨던, 아주 오래 된 친구 분,

베프 중의 베프.

 

 

저는 깜짝 놀라 가지고.

아니 이 분이 왜 나한테 전화를???

 

 

사연인 즉슨,

 

 

저 분이 독신이세요.

맨하탄 원베드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데

물건 쌓아두는 그런 경향이 있으십니다.

영어로 'hoarder' 라고 하던데 한국말로 어찌 표현해야 하나...

전문가 상담 필요하다 싶을 만큼 (제가 봤을 때는).

 

 

저 분이 일 년에 몇 차례씩 어디로 여행을 가시면

그 때 저희 시부모님이 시내 내려 오셔서 그 빈 아파트에 며칠 계시면서

놀다 가시거든요.

그럴 때 저랑 남편이 하루 쯤 가서 저녁 같이 먹고 해서

제가 저 집 상황을 알아요.

 

 

그 집 한 번 갔다 오면 제가 남편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내가 다 그 집 정리 해주고 싶다고.

버릴 게 90% 같던데 왜 그렇게 좁은 아파트에 물건을 쌓아 두고 사실까..

 

 

저는 청소는 싫어 해도

좁은 집에 꽉 막힌 느낌으로 사는 거 싫어서

집에 가구가 없어요.

흔한 2인용 소파도 저희 거실엔 없어요.

그래서 식탁도 없고.

 

 

상 필요하면 접었다 폈다 하는 교자상, 벽에 세워둔 것 꺼내 쓰고,

아무리 좁은 거실이라도 내가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원하기 때문에.

 

 

그래서 저 집 가면 쌓여있는 물건들 피해서 겨우 겨우 화장실 갔다 오고

너무 답답해서 다 확 내다 버리고 싶은 충동을 너무나 많이 느꼈는데.

 

 

저 분이 저한테 전화 하신 이유가,

집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도움이 필요해서 저를 도우미로 쓰고 싶다고 하시는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보니까,

시어머니랑 통화 하시면서,

큰 결단을 내려서 내가 집을 좀 치울란다,

그런데 혼자는 못 하겠고 도와 줄 사람을 써야 할 것 같다,

뭐 이렇게 얘기가 나온게 아닌가 싶어요.

 

그 얘기 들으시다 시어머니는

그럼 우리 애한테 한 번 물어 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나도 바쁜 사람이라 중간에서 안 물어 보련다,

네가 직접 우리 애한테 물어 봐라 하시면서

제 핸드폰 번호 주신 것 같고.

 

 

 

난데없이 시어머니 친구 분한테 청소 도우미 요청 전화를 받고

제가 황당해 하니까 남편은 옆에서 웃기다고 깔깔깔.

친구 분한테 하겠다고 대답 했고요,

2주 후에 시작해서, 하루 세 시간,  일주일 하는 걸로, 지금 그렇게 얘기 됬어요.

 

 

급여는 시간 당으로 받고 싶은지 아니면 일주일 동안 다하고

한 방에 총액으로 받고 싶은지

얼마를 받고 싶은지 그 동안 생각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당신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하시면서.

 

 

남편한테

 

 

아니 내가 하루에 세 시간 와서 밥을 하라고 하면 그건 얼마든지 하겠는데

청소는 사실 내 분야가 아니라 좀 그렇긴 하네.

그냥 도와 드리는 걸로 할까?

어머니 친구 분인데 돈을 받기가 좀 그런데...

그런데...뭐 무거운거 엄청 내다 버리고 그런건 내가 못하는거 아시겠지?

어머니가 나 허리 아픈 거랑 기운 쓰는 일 못하는건 잘 아시니까

그건 말씀해 놓으셨겠지?

 

 

했더니만,

바로 이럴 때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 문화와

남편의 미국 문화가 표면에.

 

 

돈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하고 시간당 10불 어떻겠냐고 바로 그러네요.

 

 

기운 쓰는 일은,

어머니가 말씀을 하셨던 안 하셨던

자기가 걱정이 된다고 첫 날은 자기도 같이 가겠대요.

가서 버릴 거 자기가 버려 드리고 자기는 어머니 친구 분 도와 드리는 거고

상황 정리를 확실히 하고

(이 사람은 힘 쓰는 일은 못 한다고, 정리 위주로 일 시키시라고)

오겠다고.

 

 

어제는, 셋째 성한테 남편이 가욋돈 챙길 수 있는 일감을 받았는데,

어디다 편지를 한 통 보내야 하는데

돈 관련 문제라 셋째 성이 조심스럽다고

제부더러 생각 있냐고 물어 보라고 하더니만,

 

 

셋째 성으로 말하면 경우가 바르다 못해 지나쳐서 탈인 사람인지라

저거 해주면 3백 불 주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3백불 소리에 심봉사 눈 뜨듯 귀가 번쩍 틔여서

신이 나가지고 얼른 관련 서류나 잘 챙겨 두라고 했어요.

그래서 내일 쯤 받아 가지고 남편한테 던져 주고

채찍질을 해 가면서라도 쓰게 만들려고요.

 

 

당신은 편지 한 장 써 주는 걸로 3백불 벌게 생겼는데

나는 몸 열 다섯 시간쓰고 그거 반이네.

편지 열심히 잘 써야겠네 그렇지?

 

 

말이...다아 씨가 되었다.

지난 칼럼에 입살이 보살이라고 썼는데

그것도 다아 맞다.

 

 

집 청소 다 해 놓고 이제는 돈 받고 청소하러 다녀도 되겠다 했더니

청소 일 의뢰 받고,

아무거나 돈 되는 일은 다 할거라고 내가 벌어서 내가 쓴다고 했더니

일 들어 왔고,

남의 집 갔다 와서는 내가 다 내다 버리고 싶다고 했었던 말,

내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게 됬고.

 

 

빨랑 빨랑 돈 벌어서

카드 빚 어여 다 갚고

내년에는 정말로 열심히 일 한 다음에

지난 달에 새로 산 수영복 들고 놀러 가야지.

7월 부터는 꾸준히 일 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을 잡아야지.

이번 달에는 안되더라도 너무 조급해는 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이 달은 월드컵도 쇠야 하니까.

추석, 설 날이야 매 해 있는 거지만 월드컵은 매 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내뱉은 말이야....전부 다 씨가 되거라...

그래서 꼭 그렇게 되거라...

 

 

친구 분께서 아침 나절 세 시간이 좋으냐 오후 세 시간이 좋으냐,

아침 나절로 하면 일하고 나서 점심 제공하겠다, 하셨는데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네요.

시어머니가 아마 그러셨나 봐요.

걔는 배 고프면 안된다고, 먹는 거 챙겨 먹어야 한다고.

 

 

저는 오후가 좋겠다고 했어요.

일하고 나서 먹는 새참이

비빔 국수나 푸성귀 듬뿍 넣고 들기름에 고추장 비벼 먹는 그런 것도 아닐테니

집에서 나 먹고 싶은걸로 챙겨 먹고

그러고 나서 일 하고

남들 퇴근할 때 쯤 일 마치면

퇴근하는 셋째 성이랑 시간 맞춰 만나서 맨하탄에서 조금 놀다 들어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말이야...다 씨가 되거라...

다 씨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