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가 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윈효대사가 중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하룻밤 머물렀던 묘지 속에서 마신
해골물로 깨침을 얻고
유학을 포기한 한 이야기로 많이 회자되는데
사실은 더 많은 뜻을 담고 있다.
나에게도
이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될 사건이 있었다.
옆집에 사는 할머니네 아들이
주말만 되면
낮시간 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즐긴다.
몇년을 이렇게 해와서 이제 익숙도 하련만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난 도무지 성가신게 아니다.
경찰에게 신고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친하게 지내는 터라 신고도 못하고
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충고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큰 음악소리를 듣는데도 이상하게
시끄럽고 방해받지 않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는 큰게 분명했지만 마음에서
분노나 탐욕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마음이 유지되니
"소리만 크네" 라는 생각만 들지
"소리가 커서 시끄러워 죽겠네"
"저 사람들은 왜 저러고 살지"
등 탐욕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탐욕이 일어나지 않으니 그저
큰소리라는 객관적 사실로만 이해 되었다.
참 묘한 체험이었다.
지난 주에도 틀었던 큰 음악으로 성가셨는데
오늘의 큰 음악 소리는 왜 안성가실까?
이것은 내 마음이 달라져 있기 때문 일 것이다.
무슨 힘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큰소리로만
들릴뿐 거기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바로 괴로움은 외부에서 생겨나는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이
생각했던거보다 휠씬 힘이 있고 대단했다.
그래서
평정한 마음이 오래 유지되고 고요해졌다.
4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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