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여기 저기 찾아보니 애들이 쓰다 둔 염색약이 있길래 색도 괜찮은거 같아 바로 염색을 했다. 

40분후에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보니...검은 색 마녀같은.. 

"이렇게 생길 수도 있네." 

머리의 색이 정말 얼굴을 달라보이게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미련하고 답답한 나이든 중년 여인.ㅎㅎ

나는 머리 숱이 많은 사람중에 하나였다. 

엄마의 유전자를 닮아서 색도 검고 숱도 많아서 어린 시절엔 머리카락에 대한 미움도 있었다.

요즘처럼 집안에 목욕탕이 있고 뜨거운 물이 흔한 시절이 아닌 때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머리 감는 닐은 그야말로 "대사(큰 일)"였다. 

여름은 좀 나았지만 겨울에 한옥집에서 자란 나에게 머리 감는 일은 일주일에 한번 공중 목욕탕에 가서 목욕과 더불어 감는 것을 제외하고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머리숱이 많아 무거워서 그랬나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머리를 감아야 공부에 집중이 되었다.

저녁에 감고 자면 아침에 흐트러진 머리칼이 싫어서 아침에 주로 감았는데 등교하는 시간인지라 바쁘게 치루고(?) 학교에 갔다. 

우리 집은 헤어드라이가 없었고 자연의 힘으로 머리를 말려야하는 때라 (다행히 긴 머리는 아니었다) 교실에 들어서면 적당히 잦은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바쁜 오전을 지나면서 거울을 볼 시간이 없는 나는 오후 수업이 시작하면 졸음을 참느라 머리를 만지게 되고 그제서야 머리 안이 아직도 덜 마른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은 머리 안쪽을 가위로 대충 잘라낸 적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니 머리가 잘 마르고 내가 원하는 머리 모양이 나와서 대학생이 될 때까지 머리 숱을 쳐냈었다. 생머리가 유행하지 않을 때라 늘 파마머리를 하던 대학생때는 그야말로 숫사자의 갈귀같은 머리를 죽이느라 최선(?)을 다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삶의 여정을 지나면서 제일 먼저 달라지는게 머리숱의 변화.

자고나면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를 보면서 이러다가 대머리가 되지않을까 생각도 들어서 삼푸도 바꾸고 린스도 안써보려고 노력을 했다. 얼마전 숱이 없어 달라붙은 머리모양이 싫어서 미용사의 힘을 빌고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단장하고 가려는데 내 나이 정도의 한 아줌마가 인사를 한다.

"아유.. 머리숱이 많아서 좋겠어요."

그래서 그 아줌마의 머리를 보게 되었고 짧은 머리를 그야말고 동전크기만하게 동글동글 말린 머리 모습이다.

미용사가 한술 더 뜬다.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중에 상위 1%의 손님이죠. 머리숱이..."

다 빠져서 한손으로 잡히는 머리인데도 나보다 더한 머리숱의 소유자들이 있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

이제서야 엄마의 유전자가 긍정으로 느껴지는 머리숱. 젊을 때는 몰랐던 머리카락의 위엄. 이렇게 다 빠져서 걱정인데도 머리숱이 상위 1%라고 하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흰머리가 생겨 뽑으려다가 숱을 생각하면 놔두게 되는 아이러니를 체험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