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음에 나는 어떤 어머니로 기억 될까?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신지 올해로 16년이 되었다. 위로 딸 셋에 아래로 아들 둘을 두셨던 어머님.

유난히도 막내 며느리인 나를 무척 예뻐하셨던 어머님이셨다.

딸 셋이 먼저 이민와 자리잡고 살 때 어머님도 같이 오셔서 세 딸의 손주들을 거의 키워내고 계셨던 어머니.

미국이 싫다고 하시던 아버님은  한국에 남아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62세까지 하시다

결국은 도미하시고   이년후에 향수병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몇년후,

나이드신 어머님을 케어하기에도 바빴던 형제들은 의논 끝에 어머님을 노인 아파트로 모셨다.

우리가 도미하였을 때는 어머님 홀로 엘에이의 고층 시니어 아파트 11층에 살고 계셨었는데

아파트안에는 노인들을 돌봐주는 간호원에서 부터 모든 서류를 대행해 주는 쇼셜워커도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 한국 노인들을 위해 한국말 써비스를 봉사하는 청소년들도 방문했다.

메디메디를 갖고 계셨기에 모든 혜택을 무료로 제공 받으시고 사셨지만 항상 외로워 하셨다.

그저 개인적으로 어머님을 잠깐 찾아 뵙는 것이 고작이었던 우리들....

어머님을 뵙고 나올때는 멀리 11층에서 손을 흔드셨던 어머니가 안쓰러워 마음이 아프곤 했다.

어머님을 모시고 싶은 마음은 간절 했으나 내 집 마련에 자리잡기 까지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돈을 가져온 처지도 아니고 모든것이 악조건이었던 미국 생활에서 살아 남으려면

악착같은 끈기와 성실함이 동반되어야 했기에 어머님을 돌아볼 여유가 너무 없었다.

가끔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는데 짝지가 장난을 친다.

아   들 : Hi! May I speak to Mrs. Seo?

어머님 :  ....

아   들 : Hello! Are you still there?

어머님 : I don't speak English. (She hang up the phone.)

하시며 전화를 "똑깍" 끊어 버리신다. ㅋ

이내 다시 거는 짝지.

아   들 : 하하하! 엄마! 나에요. 막내.

어머님 : 이눔의 자식이....에미를 놀려!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시고 때리는 시늉을 하셨을게 분명하다)

두 모자의 대화는 늘 화기애애 했고  윗트가 넘쳤다.

그후 칠년후 우리는 집이 딸린 가게를 마련했고 우리의 소원이었던 어머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다.

거실 한쪽에 가게를 관찰할 수 있는 씨시티브이를 설치해 놓고 어머님이 수시로 우리의 모습을 보실 수 있게 해드렸다.

그후 어머님께서 우리집에 계신 이유로 형제들이 자주 모이게 되었고 어머님의 기쁨은 건강하심으로 이어졌다.

내 아이들도 대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방과후엔 아르바이트하며 바르게 자랐다.

그런가운데 나는 유난히 바빴었다, 삼시세끼 차리랴 가게 도우랴 하이스쿨 세 아이 픽업하랴. 고된 하루였다.

스쿨버스 존이면 스쿨 버스로 통학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곳은

아이들이 유치원 들어가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와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가게를 한지 칠년만에 몇배로 매상이 늘고 집안 살림이 향상되어 갈 때 우리는 가게를 팔았고

다른 사업을 구상하면서 두 달간을 막내 시누님댁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살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저기 가게를 보러 나다니느라 너무 분주했고 시누님 부부는 레스토랑을 먼곳에서 하셨기에

별보고 나가서 별보고 들어오셨다.  그래서 어머님은 큰 집에 혼자 덩그라니 남게 되시고 

여러가지 지병이 악화되면서 어느날 집에 와보니 침대 곁에 쓰러져 계셨다. 몇시간을 그렇게 계셨던 것 같았다.

병원으로 옮겨 드렸으나 말도 못하시고 우리도 못 알아보실 정도로 급속도로 악화되셨다.

결국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시고 그곳에 계신지 일년만에 돌아가시게 되었다.

더 잘 살아보겠다고 동분서주 했어야만  했던 우리들. 그냥 그대로 살았더라면

어머님이 이렇게 외롭게 돌아가지는 않으셨으셨을텐데 하는 마음에

너무도 죄송했고 너무도 안타까워 우리 둘이는 얼마나 울었던지...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침대 모퉁이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앉으셔서

성경을 읽으시며 우리를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으셨던 어머님.

메달 초에 나오는 연금으로 십일조 먼저 떼어 놓으시고 온가족 생일 첵업하신후

카드에 성경말씀 한구절 적으시고 금일봉을 넣어 전해 주시곤 하셨던 자상하셨던 우리 어머니.

기일이 다가오니 시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히 다가온다.

그런 어머님을 닮고 싶어 나름 애를 쓰고 있지만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아들이 없어 며느리에 대한 로망은 없지만 이담에 나는 어떤 어머니로 기억될까?

어머님 아버님께서 잠들어 계신 곳. Rose Hill Memorial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