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털털하다, 혹은  소탈하다. 까다롭지 않다고 표현한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고, 흐름대로 간다. 입으로 후후 불어서 바람으로 컵을 닦기도 하고, 입어서 몸에만 맞으면 냄새나는 옷도 상관없다고 웃어준다. 그냥 그 사람 하고 있으면, 내가 너무 많은 규칙과 규율 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같이 호흡하면 된다. 어차피, 물 흐르는 대로 할 테니,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물이 흐르면 물이 흐르는 대로 그냥 흐름대로 가면 된다. 어떤 이는 털털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걱정할 일 하나 없고, 너무 마음이 편하다고 좋아한다. 그런데 또 너무 규칙 없고, 의식에 흐름대로 이어가는 생활 패턴은 간혹 주변 사람들에게 당혹감을 선사하고, 섬세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때론 충격받고 힘들어한다. 그냥 삶의 생활 방식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어진다. 한 편으론,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살아도 그만이지만, 또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에 그것이 맞지 않으면 서로 함께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어떤 이는 꼼꼼하다. 용의주도하고, 빈틈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각에 맞춰서 틀대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실수의 '시옷'도 용납이 안 된다. 늘 수시로 점검하고, 다시 또 재확인한다. 그런데도 혹시 모르게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대비해 암기 또는 필기를 해두며 모든 일에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하루 24시간이 모두 틀에 맞춘 것처럼 정확하게 움직인다. 옷매무새, 움직임, 심지어 대화를 이어 가는 순간에도 헛소리 한 번, 빈 소리 한 번을 안 한다.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들어가 있고, 예상하지 못 한 일이 발생 할 경우 어떤 계획에 맞춰 다시 움직여야 하는지도 철저하게 모두 계산하고 움직인다.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숨이 막힌다고 표현한다. 너무 많은 규칙과 규율에 지쳐한다. 반복해서 눈치를 봐야 하고, 나도 모르게 만들어낸 실수가 또 상대에게 지적받으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 하게된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은 꼼꼼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져버리고 만다. 1부터 100까지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모습에 탄복하고, 그 순간에 발생하는 모든 결과와 에너지가 최대치로 발현될 때 마다 감동받는다. 서로 취향이 맞으면 또 이보다 완벽한 관계가 없어진다. 

 아이러니하지만, 꼼꼼한 사람들은 털털한 사람들을 욕 하면서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또 반대로 털털한 사람들은 꼼꼼한 사람들의 행동에 숨 막혀하고 지쳐하면서 또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서로가 서로의 새로운 모습에 매번 놀라고 충격 받아하면서도 또 결국은 함께한다. 서로가 함께하기에 보이는 또 다른 세상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 볼 수 있는 또 다른 진면목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서로 욕을 하며 서로 곁에 붙어있는다. 간혹 나와 너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하면, 또 그 안에서 생기는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하여 예측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너무 반대인 사람들과 함께 하느라 지쳤던 영혼의 상처는 나와 너무 비슷한 동질감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치유되기도 한다. 그러다 나와 너무 똑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나의 수 없이 많은 단점들을 내 눈뜨고 내가 직접 보는 것 같아서 종종 착잡한 마음을 뒤로 한 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내 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것이 사람들의 관계에서 오는 특징인 것 같다. 

 대체적으로 꼼꼼한 사람들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첫인상이 날카로워 보이고 각 잡은 것 같은 패션과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은 그 편견을 뛰어넘을 만큼 치밀하다. 겪어보지 않는 이상, 그리고 그 깊이를 알기 전엔 사실 그냥 깔끔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꼼꼼함의 고수들이다. 절대로 남에게 폐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최대한 수수하게 눈에 띄지 않는 패션을 선호하며, 조용한 침묵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간혹 정말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감정마저 계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 속에 있는 다양한 감정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눈물을 보인다면, 눈가 살짝 맺히는 정도지 펑펑통곡을 하며 꺼이꺼이 우는 경우를 보는 것이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에게 보여지는 표면적인 특징일 뿐이다. 이런 사람들과 굉장히 극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알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꼼꼼하고, 섬세하고, 편집증 적이며, 얼마나 많은 규칙과 규율 속에 살아가는지 말이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혹은 그 모든 규칙을 함께 지켜주는 극단적 사람들 말곤 그 주변엔 '극히 가까운 인간관계'는 흔하지 않다. 본인이 불편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섬세하고 촘촘하게 만들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두루 좋게 가식적인 듯 거리를 두는 인간관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정말 정말 가까운 내 사람의 기준은 천 개의 계단을 올라가도 끝을 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어려워서 이 진짜 꼼꼼한 사람과 극히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극히 어려운 그 모든 단계를 지나 극히 가까운 지인이 되면 이득도 많다. 대체적으로 꼼꼼하고 치밀한 사람들의 경우 경제적, 사회적, 물질적 상황에서 극한의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실패를 싫어하고,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이 만들어낸 수 많은 성공의 경험들이 그들을 조금 더 사람들이 원하는 물질적 조건들을 쉽게 갖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좀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들은 돈 혹은 명예, 성공에 눈이 멀어서 그 자리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본인이 일정 단계 이상 올라가야 말 그대로 '귀찮고 성가신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기 보호로 그 자리에 오른다. 늘 모든 것은 철저한 계산 아래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그 단계와 범위마저도 계산 속에서 움직인다.  예측할 수 없이 일어나는 우발적 사고와 상황을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최대한 규칙적이고, 안정적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그 안에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다. 꼭 다문 입술을 자주 관찰할 수 있고, 움직임에 부산함이 없으며 눈빛으로는 모든 상황과 환경을 간파하고 있지만, 본인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앞장서서 발설하지 않는다. 속으로만 알고 있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본인만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피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기적이라고 보기도 하고, 몇몇 사람들은 치밀하다고 보기도 한다. 

 털털한 사람들은 어찌 되었건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에서 이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무슨 일 생기면 너도나도 와서 챙겨주는 사람들 천지다. 대체로 낙천적인 경우가 많고, 작은 일에도 감사와 미안함을 자주 표현한다. 무언가 여기 저기 흘리고 다니는 일이 허다하고, 본인 물건도 자주 잃어버리고, 본인 일정도 자주 잊어버리고, 그냥 실수가 연거푸 자주 일어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은 그것을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관심 없는 분야는 정말 딱 신경을 꺼버리고 산다. 마음 편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본인 마음은 막상 그렇게 편하진 않지만, 어차피 고민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본인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자주 취한다. 집안 곳곳에 본인의 물건들이 어지럽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본인은 그래도 필요한 물건을 또 잘 찾아서 쓴다. 주로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규칙과 규율을 힘들어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시간이 최대한 자유로운 직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요즘 사람들 말대로 잘되면 대박, 못 되면 쪽박인 경우가 많다. 양쪽의 극단적 사례를 가장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하다. 

 감정 중심적 사고와 행동을 많이 해서,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우발적인 사고가 종종 터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 복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해 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종종 그 우발적 사고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기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삶을 살기도 해서,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굉장히 좋아하거나, 굉장히 걱정하거나, 우려와 감동을 동시에 느낀다. 계산과 치밀함보단 심장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즉흥적이고, 표현력이 강하다. 한 번 빠지면 도저히 그 매력의 출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고와 생각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기발하고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10년 만에 갑자기 연락 없던 친구가 전화해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즐겁게 받아준다. 정이 많다. 순간 화를 내도 금방 풀리고, 눈물도 많고, 소리도 많다. 흥도 많고, 화도 많고, 심심함도 싫어하고. 종종 아이 같은 감정 표현이 참 귀여운 사람들이 많다. 

 꼼꼼한 사람들의 가장 비슷한 특징 중 하나는 콧망울 끝이 참 가지런하다. 양쪽 균형이 딱 맞는다. 어디 하나 주저앉았거나 틀어진 모습이 없다. 콧대가 엄청 솟았거나 남다르게 이쁜 코는 아닐지언정, 콧망울 하나는 기가막히는 경우가 많다. 습관적으로 양쪽 입을 꼭 다물었던 흔적이 얼굴에 많아서 무언가 집중하거나 세밀한 과정을 할 때는 항상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 양쪽 귀 모양이 거의 비슷하고, 높이도 큰 차이가 없다. 어릴 때부터 큰 말썽을 부리거나 문제를 일으켰던 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예측하지 못 하는 문제에 휘말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관이 발달되어 있어서, 턱이 빠지거나 작고 뾰족한 턱을 갖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그렇다고 하관이 엄청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턱 관절이 튼튼하고, 비율이 얼굴에 딱 맞게 되어있다. 턱이 안정감을 주는 모양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아주 큰 눈 혹은 아주 작은 눈 같은 극단적인 눈매를 찾기 어렵다. 보통의 일반적인 눈 크기를 갖고 있는데 입은 웃고 있고, 자애로운 눈웃음을 해도 눈빛 끝이 예리하다. 불편한 자극이나 오류를 수시로 찾아낸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으며 편하게 인사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가가진 않는다. 나를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이라 자신이 스스로 조절 통제력을 잃을 수 있는 자리는 스스로 먼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절제된 행동이 습관이 되어서 주변 사람들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행동 조절을 잘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평범의 기적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행동들이 습관화 되어있다. 

 털털한 사람들은 정말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들도 많고, 극단적으로 자유분방한 외모를 갖고 개성 있는 외모를 갖고있는 사람들도 많다. 평범한 얼굴이 흔하지 않다. 삶의 유형과 성격처럼 이 또한 눈에 띄는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서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또 극단적으로 어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패션을 선호하기도 한다. 안면 근육을 움직일 때 입꼬리의 위치가 자주 변하는 것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 입꼬리 끝에 연을 달아놓은 것 처럼 위아래로 수시로 움직인다. 눈빛이 선하거나 혹은 눈빛이 어디로 가는지 그 끝을 알기 어려운 눈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생각이 많고, 다양하며 어디로 뿜을지 모르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얼굴의 좌우가 살짝 비대칭인 경우가 많고, 움직이는 눈꼬리와 입꼬리 좌우가 완전히 높이가 일치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주목받는 것을 너무 귀찮아 하기도 해서 주변에선 종종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눈가에 장난끼가 가득한 사람들이 좀 많은 편이고, 심장 쫄깃하게 재미난 일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꼼꼼한 사람들이 절대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 안에서 혼자 숨죽이고 참아왔던 상처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어르고 달래주는 내 일을 필자는 참 좋아한다. 겉으론 해맑게 웃고 있지만, 그 마음속에서 불안하고, 우울하고, 걱정되었던 것들을 차마 힘들고 겁이 나서 꺼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털털했던 사람들의 감정을 찾아서 엄마 품처럼 안아주고, 펑펑 울고 조금이나마 짐을 덜게 해주는 이 일에 많은 보람과 감사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