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 15

 필자는 특별한 날에 찾아오는 '특별한 관상의 날'엔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그날 일을 되뇌어 보기도 하고, 수첩에 간략하게 메모를 남겨두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되면, 마음속으로 기립박수를 열심히 치며 응원한다. 그런 날은, 필자 스스로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그날 하루 다른 어떤 날 보다 행복한 기분이 참 오래 유지된다.

 처음 관상 공부를 하는 10년 동안은 단순하게 앞만 보고 걸어나가기도 워낙 버거웠기 때문에, 상황 분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냥, 단순한 '관찰'과 '분석'이 전부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와 내공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물론 아직 가야할 길이 걸어온 길보다 더 멀고 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한해 한해 '관찰력'과 '직관력'에 미세한 변화들이 감지되는 것만 같아서 나름 이런 작은 변화를 스스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

 똑같은 사람이고, 얼굴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동안에 일어난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면 왠지 모르게 조금 더 분석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 보고 싶어서 더 꼼꼼하게 사람을 관찰하게 된다. 그런 변화를 볼 때 마다 필자는 '모든 생각과 행동은 인체에 자국을 남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무슨 생각과 행동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고스란히 내 얼굴과 행동에 반영되고 있구나! 그래서 미묘한 변화를 읽고 다시 해석한다.

 한 번은 필자의 지인이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필자가 '큰 일을 보았는데, 많이 보지 못 했군요' 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인이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조금 뒤, 다시 화장실을 다녀온 지인에게 '이번엔 실패를 한 것 같은데, 아직 1번이 더 남아있는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고, 다시 조금 뒤, 화장실을 다녀온 지인은 이번엔 대변을 실제로 보았다는 답변을 해주며 깜짝 놀라하던 경험이 있다. 얼굴의 안색과 모든 행동에서, 나도 모르게 지인의 대변 패턴이 읽혀졌고, 그래서 분석 결과를 이야기 해준 것이었다. 소변보다 대변은 변화 양상을 찾아내기가 생각보다 쉽다.

 또 다른 필자의 아주 친한 지인은, 변비가 지속되어 얼굴이 반복해서 상해가고 있었다. 본의아니게 필자는 지인의 변비 사실을 알게 되었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인의 변비가 해결되어 편안한 상태가 되길 기다렸다. 필자의 지인은, 화장실을 다녀오고 필자의 걱정을 안정시켜주고 싶었는지 대변을 보고왔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대변을 보지 못 한 사람의 얼굴은 말과 행동으로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대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었고, 모든 것이 해결되고 나서 어떻게 알았는지 필자에게 지인이 되물어 보았다. 그냥 아주 간단하게, 얼굴과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생리적 변화가 발생하면, 작은 행동부터 언어, 안색까지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간혹, 별별 스러운 작은 것들에 대해 부연 설명없이 맞추는 필자에게 신기(神氣)가 있는 것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으신데 필자는 정말 글로 공부하고, 관찰하고 분석해서 이를 해석 하는 사람이다. 단지, 반복해서 이런 일을 하다보니 남보다 조금 더 예민해 졌고, 일명 '감(感)' 이라는 것이 조금 더 생긴 것 같다. 빵을 구울 때, 온도계와 습도계를 사용하지 않아도 작업 공간의 상황을 모두 아는 사람 처럼, 혹은 초밥용 쌀을 손으로 집어 들곤 '103알'입니다. 라고 정확하게 아는 것 처럼, 늘 이런 쪽으로 모든 감각과 생각을 사용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예민해지고,  사람을 파악하는 영역도 확대 되는 것 같다.

 일명 필자의 관상을 많이 사랑해 주시는 분들 중에, 특별한 날에 찾아오셔서 인연이 시작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럴 때 가끔 필자는 '우연도 필연이다' 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찾아오신 그 날부터, 어쩌면 큰 변화나 새로운 선택을 하셨어야 하는데 딱 맞춰서 만나게 된 것 같은 특별한 날. 처음엔 의미없이 그런 날들을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서로의 에너지나 파장이 맞아떨어졌을 때,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필자가 전해줘야 하는 메세지가 있는 것 같은 날이기도 하고, 상대방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 속에 답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날 같기도 하다.

관상 공부를 하다보니, 인간이 원래 갖고 있는 능력과 실력이 모두 똑같다고 가정을 하였을 때, 적절하게 선택한 '타이밍'이 생각보다 많은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은 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사람에겐 어쩌면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겠다! 라는 생각은 조금 더 구체화되어가고 커져가는 것 같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수 많은 역사적 사건들도 '만약, 그때 다른 결정을 했었더라면?' 아마도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또 다른 방향으로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예전에 MBC 프로그램 중에 이휘재씨가 나왔던 '인생극장'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무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인공이 A와 B의 선택을 하나씩 하게 되고 각자 어떤 결말이 나오는지 보여줬었다. 각 선택에 따라 같은 사람이었지만,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런 이야기의 단편적을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언가 고민 거리가 생기거나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더욱 방황하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중요한 자리에 올라있거나,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들의 경우 타이밍에 맞는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더 큰 고뇌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만약, 적절한 타이밍에 관상을 보았는데 그 것이 순간의 결정에 힘이 되었다면, 그리고 그 시기에 맞춰, 무언가 도움 되는 조언을 드린 것이 훗날 큰 도움이 되었다는 회신을 주셨을 때 묘하게 피어오르는 기분 좋음이 있다. 어쩌면 흘려들을 수도 있었을 이야기를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소중하게 대해주시는 분을 만났을 때도 고마움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낀다. 물론, 필자의 조언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긍정적 회신들이 많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필자도 자주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역시 필자도 사람인지라 적절한 타이밍에 일이 진행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가령, 너무 빨리 만났거나 너무 늦게 만났을 때,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을 이야기가 적절한 시점에 만나면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쏘옥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땐, 상호 편안함과 즐거움이 증폭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관상에 있어서 만큼은 왠만하면, 솔직한 답을 주로 하고 빈말은 잘 하지 못 하는 필자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름 직선적인 경향이 있어서 없는 것을 있다고, 있는 것을 없다고 말씀드리기 너무 어려운 성격을 갖고 있다. 다그치듯 필자에게 본인이 대단한 부(富)를 갖을 수 있느냐고 물으셨던 분도 계셨지만, 실제로 그 분에게 그 시점엔 대단한 부(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혹시 나중에 세월이 지나 관상이 변하시면 나타나실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보이지 않는다고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렸던 적이 있었다. 필자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행동과 얼굴, 체형, 목소리, 호흡 등등을 모두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상징을 해석해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이 상징의 해석에 거짓을 얹고 싶지는 않다. 보이는 그대로를 최대한 그대로 해석해 주는 것이 타이밍에 맞는 적절한 해결책과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관상 공부를 하면서 시공간 즉 시간과 공간의 의미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우연이라도 필자와 마주친 많은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 있던, 어느 시간에 있던 함께 만날 수 있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특별하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과 공간에 맞는 일들이 적절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시간 속에서 참 소중한 순간이지 않을까?

 필자가 만약, 역사 속 중요한 순간에 그 곳으로 가게 된다면 그땐 어떤 관찰과 직관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될지 종종 엉뚱한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우리 인체에 일어나는 모든 세포의 변화는 일련의 흐름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딱 지금 이 순간 1초의 순간으로 내 모든 것을 단편적으로 조각내어 설명할 순 없다. 그러나 연계되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찰나'의 순간을 사진을 찍을 때 처럼 포착하게 된다면, 그 찰나의 순간안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을 엮어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이 관상의 타이밍 같다.

 오랜시간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놓고, 이룬 수 많은 결과들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지만,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가식없이 그대로 해석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사람에 대한 관찰이고, 분석인 것 같다. 물론 어제의 필자 모습과 내일의 필자 모습에도 늘 끊임없는 변화가 일고 생기겠지만, 이 변화의 중심에서 중심축을 세우고 천천히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필자의 노년이 소소하고 작은 일상과 행복들이 엮여져서 조금은 의미있어 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