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 16

어릴적 '거미'가 곤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실 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과학책에서 이르길, 곤충은 머리, 가슴 ,배 3 부분으로 나뉘고, 다리가 3쌍, 날개 1쌍,더듬이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요구 조건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분류 기준에 따라 거미는 다리가 8개고, 날개도 없고 기본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서 '절지 동물'로 구분된다는 부분을 책으로 읽고 어린 나이에 혹자는 충격에 빠졌었다. 그때 필자의 9살 어린 마음엔 왠지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작은 조건이 거미를 곤충들과 다르게 동 떨어진 나라로 보내버린 것만 같아서 괜히 짠한 마음이 들고, 거미가 애잔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아마 필자는 어릴때부터, 조금은 엉뚱하거나 남 다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습관화 되었던 것 같다). 작게 보면 작은 차이지만, 크게 생각하면 큰 차이가 될 수도 있구나 라는 기준을 그때 처음 인식 했던 것 같다.

사람도 아주 간단한 생물학적 기준으로 따지면, 눈 2개, 코 1개, 입 1개, 귀2개 정도의 얼굴에 대한 생물학적 특징을 갖고 있고, 대부분 몸통과 사지를 갖고 생활하기 때문에 그냥 비슷하게 이 요구 조건에 어느 정도 맞게 되면 대부분 '사람'으로 구분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각자의 사람을 분류 기준에 따라, 피부색, 문화, 언어의 차이 등등 다양한 조건을 기준으로 다시 분류한다면 아마 또 그 기준에 따라 우리는 또 나뉘고 각 영역에 포함될 것이다.이것 또한 '차이'를 기준으로 나눈 명백한 또 다른 잣대다. 그런데 이런 '차이'에 대해 거론하기엔 무언가 명확한 기준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실존하는 특별한 것을 사람이 갖고 있다. 눈동자나 피부의 색, 국적, 언어 등등의 차이와 다르게 인종 불문하고, 모두가 갖고 있지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는 아주 복잡 미묘하고 다양한 '감정체계'. 이것또한 작게 보면 작은 차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개개인에 따라 크게 생각하면 큰 차이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역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조카가 보는 영어단어 책을 보았더니 영어 단어로 나타내는 감정 표현이 여러 가지 표정고 함께 나와있었다. 행복함=happy, 슬픔=sad, 이런 식으로 단어와 함께 설명들이 나와있었는데, 만화 캐릭터처럼 설명된 표정에서는 무언가 명백한 차이가 있어보였지만,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감정선이 참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구나. 라는 생각을 또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역시 작은 차이와 큰 차이를 설명해 주는 한 영역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 감정이라는 영역이 꽤 만만치가 않다. 어떤 사람은 책에 나오는 모든 감정을 1명이 다 갖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갑자기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 미묘하게 섞여서 당최 지금 어떤 감정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사람은 어떻게 10년, 20년 내내 저렇게 한결 같을까? 싶을 만큼 각 시기에 맞게 감정 한 가지씩을 딱딱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감정은 또 표현이 전부가 아니다. 겉으론 친구에게 분명히 '괜찮다' 라고 말했지만, 사실 속 마음은 ' 괜찮지 않다'가 될 수 있는 것 처럼, 내가 표현하는 감정, 느끼는 감정, 속으로 생각하는 감정, 무의식의 감정이 또 다 다르다. 영어단어장처럼 슬픔, 행복, 기쁨으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또 복잡한 방향으로 굳이 해석을 하자면 누구보다 어려운 감정들이 섞여서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필자는 일란성 쌍둥이 이고, 필자와 비슷해 보이는 또 다른 사람과 같은 날짜와 시간을 공유하여 세상에 태어났지만, 우린 늘 서로가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이 달랐다. 비슷한 적도 있었지만, 다른 부분이 오히려 더 많았던 것 같다. 겉모습이 비슷하고 많은 조건이 갖다고 해서 우리가 늘 같은 감정과 생각을 갖을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깨달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덜 싸우고, 감정 소모를 안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가 19살이었던 것 같다. 필자가 정확하게 나이를 기억하는 이유는 우린 19살 이후로 싸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엔 매일 매일 1번도 쉬지 않고 싸웠었다. 놀라운 19년 전쟁의 종지부를 통해 우린 평화를 선언했고, 지금까지 쭉 서로의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는 중이다.

가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좀 재미난 반응들이 나타난다. 대학 위치나 학과 전공에 따라 학생들의 성향이 조금 다르다. 이건 그냥 보편적인 예 이지만, 대체적으로 이과 출신 학생들이 많거나, 높은 성적을 유지했던 학생들이 유독 많이 있는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의 반응이 조금 단조로운 경우가 많다. 재미난 이야기를 하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던 학생들은 거의 침묵에 가까운 반응을 자주 보였다. 그렇다고 잠을 자는 것은 아니고, 열정적인 필기로 온통 학습에 대한 전진에 집중했다.

대체적으로, 문과, 예체능, 실업계 등 다양한 전공 출신을 갖고 다양한 성적을 갖고 있던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되면, 조금 더 반응이 다양해 진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를 했는데, 학생이 눈물을 흘리며 웃는다 던가...약간 충격적인 이야기를 던졌을 때, 아랫턱을 딱 벌린다던가. 사실 수업을 하는 입장에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후자 반응 학생들을 더 좋아했다. 무언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고 크게 크게 나오게 되니 감정적으로 더 몰입하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아마도 필자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명확하고, 예측하지 못 하는 재미난 나올때마다 무언가 교류되고 있다는 감정을 강하게 느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이건 대체적으로, 필자가 누군가를 보고 비슷할 것 같다는 분류기준을 만들어서 적용을 했을 뿐이고 당연히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강한 감정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고,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이성적인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같은 사람인데도 어떤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지에 따라 생활 습관이나 안면 근육, 구조, 행동 등이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감정이 나타내는 '상징어'를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에, 다양한 심리학책을 읽으며 한 동안 감정에 대한 나름의 공부를 해보았다. 그리고 본인의 감정에 대해 깊이 있게 표현을 해 줄 수 있는 지인들을 섭렵하여 추적 조사 같은 감정 변화의 추이를 관찰했다. 약10년 정도의 시간 동안, 반복 추적 조사를 하면서 '감정의 일렁임이 관상에 큰 영향을 준다'라는 결과에 도달했다. 갑자기 고생을 많이 했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관상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도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처럼 엄청난 감정의 변화에 따라 관상의 결과가 같은 사람에게서도 수 백번, 수 천번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참 이건 민감한 주제이자 어려운 주제일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감정의 일렁임이 과도하게 크면 클 수록, 예를 들어 감정 조절 장애, 분노 조절 장애,조울증, 우울등, 조증 등 감정 기복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의 경우 생각보다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거나 병색이 짙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의 사람이었음에 불구하고, 몇 년 뒤 급격한 변화가 생겼거나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외모가 변하는 등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본인 나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듯한 외모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주 큰 감정의 일렁임 속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본인에게 들어오는 수 많은 자극들에 대한 방어,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 한 수 없이 많은 공격에 노출되다 보니 세포도 마음도 감정도 모두 지쳐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러면 어떤 감정에도 빠지지 않고 늘 같은 마음을 유지하면 되겠네요? 라는 생각을 또 해봤는데, 이것도 참 아이러니 하게, 감정의 변화가 너무 적고 무미건조한 삶을 오랫동안 사는 사람들 역시 너무 적은 자극에 대한 호르몬, 신경전달 물질, 자극 반응 적절성 등이 저하되는 질병에 노출되는 경우를 빈번히 목격하게 되었다. 적절히 표현해야 할 감정이 분명 각 시기마다 있었을 텐데, 그 감정들을 강하게 억누르고 나오지 못 하게 하고 본인 스스로도 본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는 기계적인 반응 시간이 길어지자, 전반적인 인체의 생리학적 리듬이 저하되어 그런 모습들이 나타났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아직 50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는 아니지만, 대략 대중에게 노출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재추적 조사를 하며 그 사람이 산 긴 세월 동안 인터넷 상에 노출된 사진들을 시간 변화에 따라 추이를 관찰해 보며, 대체적으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감정의 일렁임이 엄청 큰 사람, 감정의 일정임이 거의 없는 사람, 크게 눈에 띄는 분류를 2종류로 한 것이지만, 대체적으로 필자가 해석한 관상의 결과는 케이스 마다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이 역시 과학적 연구조사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필자의 개인적 의견에 의한 완전 개인적 분석 방식에 의한 추적조사이지만, 대체적으로 추적 관찰 및 조사 인원을 약 500여명으로 생각했을 때 이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그래서 필자는 또 엉뚱하지만, 히포크라테스의 4액체설과, 동양 철학을 근간으로 한 한의학 분석 방식과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항상성'이 깨지게 되면 병으로 분류하게 되는 서양의학을 분석하며 나름의 이론을 구축해 보았다.

결국, 사람은 각 시기에 맞게 적절한 감정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모든 세포와 신경에 꾸준히 다양한 자극을 골고루 제공 해줘야 젊고, 건강하고, 무난하면서도 평탄한 삶이 가능한 것이구나! 빠르게 간다고, 그것이 결국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고 느리게 간다고 그것 역시 느리게 가는 것이 아닌 이유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의 지인이 해줬던 명언 중에 하나인 '평범함의 기적'이 아마도 이런 것 아닐까?

필자에게 찾아오는 수 많은 사람들은, 물론 당연히 그렇겠지만, 아주 다양하고, 크고 복잡한 감정의 일렁임을 경험하다가 필자를 찾아온다. 물론, 그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 사람들이 느꼈을 수 백가지 다양한 감정을 필자가 모두 읽어내려갈 수는 없다.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감정의 일렁임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에 가장 오래, 길게 빠져있었는지 대략적인 판단을 관상을 통해 할 수 있다. 본인이 겪었던 많은 시간과 생각, 감정들이 쌓여서 지금의 관상을 만들었고, 그 모습은 또 다른 거울이 되어 또 다른 모습을 제시한다.

필자가 사실 관상 공부를 꾸준히 하기 전엔, 필자도 아주 큰 일렁임에 자주 노출되곤 하였다. 갑자기 너무 즐거웠고, 갑자기 너무 화가 났으며, 갑자기 너무 슬퍼지고...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에 갑자기 복받쳐 올라오는 감정까지 합세하여 변화 무쌍한 감정의 소유자였다. 아직까지도, 감정 일렁임의 잔재가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 공부를 하기 전 만큼 아주 크게 불타오르는 것은 많이 감소한 것 같다. 아마도, 감정의 일정임이 지금 내 얼굴을 만들고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내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필자를 느끼고 다시 재 판단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자리를 잡으면서 조금은 조심스러운 행동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어진다. 사실 지금 필자의 관상도 오랜 세월 필자와 함께한 수 많은 감정의 일정임들이 만들어 놓은 전유물이다. 앞으로 20년, 30년, 그리고 50년 뒤에 필자가 갖게 될 관상 역시 필자와 함께한 일생과 그림자 처럼 함께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느끼는 감정 자체를 숨길 수 없다. 당연히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화도 나고 기분이 좋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 적어도 나 자신을 명확하게 원인과 출처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다양한 감정의 공격에 대해 방어능력과 대처 방안이 없다면, 우선 그런 부분들이 보완될 때 까지는 일보 후퇴를 권해드리고 싶다. 준비 없이 전장에 나가 싸우다가 모든 것을 잃고 돌아오지 못 하는 것 보다, 안전한 재정비를 하고 다시 전진하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때론, 내 감정이 무엇을 느끼고 있고,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반복해서 스스로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아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감정이 정처없이 일렁거리고 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조차 모른다면 나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도 아마 나를 보고 그것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밉고의 단순한 외형적 기준을 떠나서, 스스로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내 안에서 반복해서 안정과 평화를 찾는 사람들에겐 묘하게 풍기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다. 나는 어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지?란 고민에 끊임없이 불안하고 마음이 약해진 사람들에게도 묘하게 파장이 느껴진다. 모두 완벽할 순 없다. 다 갖고 살수는 없는 인생이다. 내가 나를 알고 파악하고, 내 조절 가능한 범위가 내 감정 안에서 딱 1개만 생겨도 그것은 분명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일렁이고 있는 독자들에게 토닥 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오늘도 고생많았다고 힘들었지만 잘 헤쳐나가신 것이라고 응원의 인사를 해드리고 싶다. 이런 작은 위로 하나도, 감정의 일정임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