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la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 17

 속담 중에 "절간에 가서도 눈치가 있어야 백하 젓국 얻어먹는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채식만 하는 절에서 금기하는 음식 중 하나인 작고, 귀한 새우젓을 절간에 있어도 눈치만 빠르면 얻어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세상 물정에 환하고 눈치가 빠르면 못 하는 것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에 대해 평가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 습관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주위에 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어떤 이는 눈치가 있고, 또 어떤 이는 눈치가 없다.

 관상을 보면, 눈치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대략적으로 나타난다. 아니 이것은 또 무슨 이야기 인가? 하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필자는 관상을 볼 때, 어느 정도 '눈치'가 있는지의 여부도 습관적으로 확인을 하는 편이다. 눈치를 있다 또는 없다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눈치가 있는 사람들 중에 상황을 귀신같이 빨리 파악하는 사람을 우린 종종 '눈치가 빠르다'라고 표현하는데, 이 '빠르다'라는 의미는 세상 물정을 환하게 파악 했을 뿐만 아니라, 눈치 및 주변 환경 변화에 민첩하고 빠르다는 것을 동시에 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눈치가 있으면서도 참 빠른 이들에겐 눈치에 대한 표현으로 '빠르다'를 쓴다. 그러나 반면에 눈치가 없는 이들에게 '눈치가 느리다' 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그냥 아주 간단하게 그들에게 정의내린다. '눈치가 없다' 라고 말이다.

 우선 모두가 그리도 어렵다는 '눈치가 없는 부류'의 사람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간혹 사회 생활을 할 때,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듣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명대사 중에 하나가 '자네는 참 눈치가 없군' 이다. 이 말에 내재된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자면, '말을 하지 않아도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대처하는 능력이 없군'정도로 해석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여러 번 지각을 하였을 때 상사에게 다가가 '왜 이렇게 자꾸 지각을 하세요?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라고 묻는다던가, 혹은 자주 밥을 사주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상대방에게 '그런데 왜 저한테 이런 것 주세요? 원래 밥 사주는 것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사례 말고도, 다양한 일상 생활에서 자주 발견되는 사례들이 많은데 문제를 눈치 없는 사람들 덕분에 불편이 생기기도 혹은 생활이 편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눈치가 없는 사람들을 크게 두 가지 분류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다. 눈치 없는 사람의 첫 번째 유형은 세상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 아이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정말로 몰라서 묻는다. 그리고 정말로 이 상황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 한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믿고, 들리는 것 또한 들리는 대로 믿는다. 누군가가 틀렸다고 하면 틀렸다고 인지하고, 맞았다고 하면 맞았다고 인지한다. 사실 필자가 굉장히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오히려 눈치가 없고, 순수한 사람 찾기가 힘든 세상이 되어버려서 그런지 하얀 백지 같이 순수하고 착한 유형의 사람들이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일이 생기면, 필자는 무장해제 하고 그들을 사랑한다. 물론, 간혹 너무 많은 것들을 모르고 어려워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착한 마음을 기반으로 한 순수함은 그 어떤 무엇보다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은 일상 생활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 라는 말을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 같다.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못된 사람들에게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몹시 마음이 아프다. 어렵게 유지한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그런 일들을 자주 겪으면, 단단한 방패를 만들어서 사람을 그 안에 가둬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정의감에 불타오르며, 이들을 대신해 싸워줄 수 있는 사람들 등뒤에 숨어 안전하게 지내시라고 신신당부를 해드린다. 난 그들의 '착한 순수함'을 '눈치 없음'으로 포장하여 머나먼 나라로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눈치 없음은 두 번째 유형은, 나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위해 주변에 대한 통찰과 파악 능력을 내재하지 않은 후천적 체득 유형이다. 전자와 비교하자면 눈치가 없는 것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 유형은 본인들 삶에 편안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있는 일에만 주로 관심을 갖고 있다. 간혹, 이런 유형의 남편을 둔 아내분들이 필자를 찾아와 가슴을 팡팡치며 눈치없는 남편때문에 답답하고 화가나서 죽겠다고 호소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내가 양말을 돌돌 말아서 세탁기에 넣지 말아달라고 100번, 1,000번을 이야기 해도 늘 그때 뿐이다. 아이들이 날씨 좋은 주말에 가족끼리 놀러가자고 간식에 준비물 챙겨서 엄마랑 다 같이 기다리면 쇼파에 누워서 천년만년 일어나지 않는다. '가, 그래 가자고, 간다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를 한참 외치고 나서야 함께 겨우 길을 나설 수 있다. 사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주위에서 고달프고 힘들어 진다. 수 십번, 주변을 살펴보고 상황을 봐서 답을 해 달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결국 도돌이표 마냥 선택의 순간이 오면, 앞뒤 안가리고 본인의 편안함과 즐거움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 그러니 당연히 주위에서는 피가 마르고, 진이 빠지고 화가 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과 함께 사는 분들은 약간 늘 화가 항상 나 있는 상태이거나, 자포자기 유형의 사람들이 많다. 모두에게 힘들게 하는 나쁜 예의 눈치 없음 유형이다.

 눈치가 있는 유형의 사람들을 또 크게 2가지로 분류를 해 보자면, 물론 이 사람들을 대부분 '눈치가 빠르다'라는 전제 조건으로 분류를 해보려고 한다. 우선 첫 번째 유형은 '순간 상황 파악 능력'을 갖고 있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단 몇초 만에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상황을 파악한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회의자리에서 아무도 아무말을 하지 않았는데 가까운 지인의 어깨를 툭 치며 '오늘 분위기 왜 이래?' 라고 말하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방 금방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큰 마찰 없이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는 편이다. 다만 깊이 있는 상대방 파악이 쉽지는 않아서, 깊이 있는 인간 관계의 유지에는 많은 공이 필요하다. 퇴근하고 돌아온 집에서 아내의 표정을 보자마자 오늘 우리 집안 공기가 왜 이런지 말 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유형. 대부분 얕고 넓게 다양한 인간 관계를 짧은 지속 시간 동안 유지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도로 발달되기도 하는 유형이다. 그래도 나름 상황 파악 능력이 있기 때문에 주위에 이 사람을 아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눈치 있는 사람의 두 번째 유형은, '깊이 있는 감정 공감 능력'이 있는 유형의 사람이다. 전자와 약간의 차이를 두자면, 이 영역 한 가지만 발달한 사람들을 '순간적인 변화'에는 조금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불우한 어린 시절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큰 짐을 지고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모를 깊은 연민과 애잔함으로 진심을 다해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하며 마치 실제로 그 어려움을 함께 겪어 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대신 울어주기도 하고, 대신 아파주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어느 모임에 가든 '매니아 층'이 형성되어 있다. 그냥 좋아한다. 내 마음 속 깊은 곳 알아주는 사람인 것 같아서, 외모, 직업, 학력, 나이 불문하고 그 매력에 빠져본 사람들만 안다는 바로 그런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매니아 층으로 분류를 해야하는 이유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알아보는 사람들만 알아보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순간적으로 파악하여 눈치를 보고 행동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깊이 있게 두고보면 볼수록 진국같다고 느끼게 하는 유형이다. 왠지 겪으면 겪을수록 사골 육수마냥 뽀얀 국물을 뿜어내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깊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문제는 절대 '다수'에게 이 감정을 다 나누어 주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깊이 있게 큰 감정에 대한 공감은 하였지만 그런 사람에게 급변하는 상황이 있다면 이런 부분은 빠르게 파악하지는 못 한다. 그래서 몇 몇 사람들은 이 사람이 눈치가 빠른 사람인지 아니면 없는 사람인지 가끔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깊은 공감 능력이 발휘되는 동안 본인의 심장도 이와 같이 아파오고 또 같이 걱정도 고민도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을 잘 가려서 사귄다. 너무 많이 신경쓰고, 본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귀신같이 스스로 힘들어 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고, 눈치의 유뮤에 따른 장단점도 물론 다르지만, 각 사람마다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간혹 어떤 이들은 눈치가 너무 귀신같이 빠르면 그런 사람들을 멀리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본인의 속을 투명 유리처럼 빤하게 바라보면서 다른 부분까지 바라본다는 것을 알면 왠지 모르게 불편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눈치가 없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오히려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인 것 같고, 그래도 한결같이 몰라주는 마음 하나가 그대로 인것 같아서 때론 좋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관상을 볼 때, 눈치의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오랜 세월동안 습관화된 행동 중에 이 눈치의 사용여부에 따라 행동, 말투, 판단력, 문제 해결 능력 등등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눈치를 본다 혹은 보지 않는다' 라는 행동 체계는 사람의 감정 및 상황, 환경에 대한 자극과 반응의 수 많은 결과물들이 쌓여서 나타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너무 과하게 눈치를 보며 나를 잃고 살아가는 분들이 오시면, 이제 적당히 눈치 보시고 '내 생각'도 하면서 조금만 편하게 살아보세요. 라고 권해 드리고, 눈치 없이 아내 가슴에 맷돌 10장씩 올리고 살아가는 분들이 오시면, 이제 조금은 주위를 둘러보실 때도 되었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얼마나 맘 고생을 하는지 조금만 더 헤아려 달라고 부탁드린다.

 우리가 인생이 참 녹록치 않고, 살기 힘들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 중에 필자는 '눈치'가 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종종 생각한다. 안 보자니 신경쓰이고, 또 보자니 안 보이고, 이러지도 못 하겠고 저러지도 못 하겠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내 멋대로 마구 돌진하는 세상이 아니기때문에 오늘도 필자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안 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스스로도 고민을 하게 된다.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숙제가 아닌지 싶다.

 눈치 잠시 내려놓고, 오늘은 내 세상인 것 처럼 살고 내일은 슬그머니 다시 주머니에 '눈치'를 넣어서 요령껏 생활하는 내가 되어볼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