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를 자주 찾아오시는 대부분의 연령대는 주로 30대 이상이 좀 많은 편이다. 특히, 30,40,50대 분들께서 조금 적극적인 모습을 띄며, 사업 혹은 변화가 많은 일을 하는 분들은 틈만 나면 자주 오신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확인 및 위안을 받고 싶어서 와주시는 분들 중에서는 6~70대 분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20대 어린 친구들이 서로 손 꼭 붙잡고 필자를 찾아온다. 아주 어린 아가들이나 10대 친구들이야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왜 오는지 이유도 잘 모르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에 반해 20대 친구들은 자발적인 호기심과 답답함에 이끌려 서로 손 붙잡고 필자 앞에 와서 두근두근 거린다며, 동그랗고 빠알간 볼을 상기시키고 앉아서 눈 동그랗게 뜨고 기다린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아주 귀여운 이야기를 한다. 자기들이 조만간 30 살이 되어가는데 나이가 너무 많아져서 걱정이란다. 30 살이 될때까지 손에 아무것도 쥐어쥔 것이 없어서 불안하다고 한다. 30살이 엄청나게 대단하고 많은 나이로 느껴진다고 하고, 30살이 되는 것이 공포스럽다고 까지 한다.  그 모습이 참 얼마나 귀여운지, 가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정도다. 

 우리도 다들 20대를 겪어봐서 느낌이 무엇인지 잘 아실테지만, 이 친구들이 생각보다 고뇌도 깊고, 불안감도 크고, 많이 흔들리고 있다. 물론, 필자도 정말 힘든 마음 고생, 몸 고생을 그 때해봐서 그런지 왠지 이런 친구들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 시절 그 때가 주마등처럼 떠올라 기분이 묘해질 때가 많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엔 병원 계단 난간에 혼자 앉아서 그리 펑펑 울었고, 출퇴근 하는 길 골목에서 실컷 울다가 집에 들어가면 엄마랑 아빠가 '빨갛게 변한 코' 보고 걱정하실까봐 감정을 다 삼킬 때까지 집 주변을 한참 서성이다가 집에 간 적도 많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라도 될 것 같아서 내 몸 부서지는줄 모르고 움직였지만, 늘 현실은 가혹하리 만큼 힘들었던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선생님의 책을 보며, 내가 청춘이라서 아픈가 보다 생각하며 위안 받으려 해봤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은 그냥 자꾸 필자를 힘들게만 했던 것 같다. 

 그런 감정이 교차하는 어린 친구들이 서로 손 꼭 붙잡고 앉아서 발 동동 구르고 필자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당연히 생각이 많아진다. 간혹, 정말 좋은 관상, 집안 다 갖고 태어난 친구들은 '이상'과 '현실'이 한 얼굴에 존재한다. 간단한 표식으로 나타내자면, "이상 = 현실"로 표현이 가능한 사람들 같다. 가끔은 상담을 해주면서 필자도 참 부러울 정도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다 갖고 태어났나. 저 친구는 정말 평생 고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겠구나. 그런 친구들에겐 본인이 잘 되는 것이 모두 내가 너무 잘나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으로 살기보다는 날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의 덕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이야기 해준다. 나보다 조금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도 다독여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해준다. '이상'과 '현실'이 한 사람의 생에 공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확율인 줄 뻔히 알기에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과한 시기, 질투 안 받고 '정말 좋은 사람'으로 잘 버텨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또 다른 안타까운 상황은 "이상 > 현실" , 현실보다 이상이 훨씬 큰 친구들이다. 한술 더 떠서 이상과 현실이 가는 길이 다른 사람도 있다. 주위 사람들 모두 그 친구가 실력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상하게 대회, 무대, 실전 등의 상황에만 놓이면 본인의 능력이 발휘가 안된다. 예를 들어, '아이돌 지망생' 이지만 매번 부상을 입거나 무대에서 늘 무언가가 안 풀린다. 날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유망주고, 잘하는 '실력파'라는 것을 알아주지만, 실전에서 다른 이들은 그 사람을 '스타'로 기억하지 못 한다. 마음 고생은 마음 고생대로 하고, 온 몸엔 상처 뿐인 부상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마음은 정말 '최고'가 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인정' 받는 다는 것이 왜 이렇게 내 인생에서는 힘들기만 한건지...하는 친구들이 있다. 특히, 본인보다 실력 없고 형편 없어 보이는 친구들이 나보다 더 잘풀리는 모습을 매번 봐야만 했던 사람이라면 그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원망과 슬픔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미안하지만, 그런 친구들에게 '스타'가 될 수 있는 관상이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면 필자의 마음이 더 아프다. 물론, 조금만 다른 길로 가면 다른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있기도 하지만...본인 마음이 자꾸 내 마음이 원하는 길로 가겠다고 한다. 못 해도 해보고 싶단다. 현실이 자길 받아주지 않아도, 우린 아직 젊기에, 젊은 피가 있기에 끝까지 그 길에 있어 보겠다고 한다. 그러면 참 필자도 착잡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어진다. 필자가 무슨 힘이라도 있다면, 억지로라도 엮어서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이상이 아니란 걸 세상 사람 모두 알고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땀과 피가 녹아들어가야 하는지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친구들은 '이상' 자체가 소박하다. 평범하게 살고 싶고, 작은 것에서 큰 만족과 행복을 찾는다고 한다. '현실'도 딱 그 친구가 원하는 모습 같아 보인다. 그래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삶을 살면 딱 맞을 것 같다고 해주면 박수를 치며 참 좋아한다. 실제로, 사회적, 경제적, 물질적 대단한 명예나 부에는 그렇게 큰 관심도 없단다. 그래서 자긴 자기 모습이 좋다며 해맑게 웃어주면, 참 그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고, 필자의 눈에 이뻐 보여서 어깨를 토닥 토닥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과 '현실'에 대해 필자도 많은 고민을 해보았다. 이 두 가지가 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민, 아픔을 주는지에 대해 말이다. 이상과 현실이 일치해서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대단한 자리에 올라가도 그 안에서 또 수 없이 많은 고뇌와 감정들이 일렁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필자로써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이 두 녀석이 참 대하기 어려운 숙제로 자주 느껴진다. 간혹, 최대한 진실만을 이야기 해준다는 원칙을 지키며 관상을 봐주는 필자의 입장에서 단호한 상황을 전달해 줄때 마음 안에 고민이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분명, 상처 받을 수 있고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정말 만에 하나 전혀 다른 확율로 필자가 잘못 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필자의 입장을 표명해 준다. 

 한 동안은 그냥 아예 관상이 좋은 사람들만 봐줄까?' 라는 고민도 했었다. 거짓말 하는 것도 싫었고, 나쁘고 안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입장에 서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생각해낸 비겁한 변명이었는데, 관상이 좋은 사람보다 나쁜 사람들이 눈물 흘리며 필자에게 찾아오는 것이 꽤나 오래 이어지면서 그런 생각은 애진작에 버렸다. 관상이 좋은 사람들은 굳이 필자에게 찾아오지 않아도 여기저기에서 이미 좋은 이야기 많이 듣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끔 진짜 관상이 좋은 것이 맞는지와 방향성에 대해서 물어보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사연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필자를 아끼고 좋아해주는 분들에 한해서 처음엔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 아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현실에 대해 간지러운 부분을 긁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응답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필자도 나름 어려운 길이지만 조심스럽게 헤쳐나가보고 있는 중이다. 만약, 내가 앞으로 5년을 고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그 기간도 아픔도 알고 시작하는 것이 조금 더 마음 편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오늘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네본다. 

 그래서 필자는 사고의 틀이 너무 협소한 조언을 해주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작아질까봐. 필자가 잘 알지 못 하는 직업군도 조사하고, 신기한 사람 그룹들도 조사하고, 전세계 곳곳이 무슨 특징과 생각들을 숨겨놓았는지도 공부한다. 남들이 생각할 때, 쓸데없는 공부라고 생각되는 영역까지 사람의 손이 닿는 곳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끝까지 파헤친다. 성격상 무언가 호기심이 생기면 끝까지 파헤치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관상공부, 사람공부, 의학 공부를 하면서 호기심과 궁금증은 실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더 열심히 고민하고 파헤쳐보는 중이다. 

 물론, 이런 여러 가지 고민안에는 우리의 녹록치 않고, 힘든 현실이 있다. 그리고 무릉도원 만큼 언제나 가보고 싶은 파라다이스도 마음 속에 혹은 머리 속에 항상 있는 것 같다. 필자도 현실을 딛고 일어나 이상으로 가고 싶은 꿈이 있다. 가는 길이 힘들다는 것은 애진작부터 알았다. 어쩌면 앞으로 갈 길 안에 고생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는 중이라 필자 스스로 덜 힘들게 느끼고 가고 있는 듯 싶다. 가고 싶지 않다고 도망가 본적도 있었는데, 무슨 강한 이끌림이 있었는지 다시 필자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묵묵히 가는 중이다. 혈기왕성한 20대에는 미친듯이 달리기만 했는데, 왜 끝이 안나는지 답답하다며 화도 내고 눈물도 흘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미친듯이 뛴다고 끝나는 길이 아니었다. 그냥 묵묵하게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길이 최선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았다. 

 그래서 조금은 덤덤하게 급한 마음 내려놓고 이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필자를 찾아온 20대 친구들에게 어깨를 토닥 토닥 두드려주면서, 이왕이면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고생해 보라고 화이팅을 외쳐줬다. 고생 속에 쌓이고 쌓여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내 목표가 무엇 이었는지, 무엇이 의미있는 삶인지 본질적 목적을 잃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해보라고 말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끈 놓지 않고, 열심히 가는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목표가 목전에 도달했을 때 관상이 바뀐다. 필자는 수 없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보았고, 가능했던 길을 불가능으로 뒤집는 사람도 보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기 보다는 '삶은 곳곳에 아픔이 있지만, 이겨내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청춘이다'라는 표현을 저자가 함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 필자도 가끔 아프고 힘들때가 있다. 그런데 '청춘'때 보다는 아픔에 대처하는 방식이 조금은 유연해 진 것 같다. 그래서 노련하게 헤쳐나가는 방식을 체득한 기분이다. 아마도 더 나이가 들게 되고, 흰머리가 필자의 머리에도 가득 얹혀지는 순간이 오면 더 많은 것들을 부드럽게 헤쳐나갈 수 있는 혜안(慧眼)이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그때는 아마도 이상과 현실에 대한 구분도 기준도 없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