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필자도 필자가 지금 현재 '나의 감정'에 얼마나 솔직하고 충실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어쩌다가 알던 지인 중에 한 사람이 필자에게 상처를 주거나 힘들게 했을 때 분명 속상하고 마음 아팠으면서 '괜찮다'고 말하고 웃고 있었다. 그러면 속으로 진짜 내가 괜찮아서 괜찮다고 하는 중 인지, 아니면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중 인지, 아니면 그냥 너무 속상한 내 마음을 들켜버리는 것이 부끄러워서 괜찮다고 말한 것인지 스스로 헷갈렸다. 

 그러면 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고, 내 속 마음이 어떤 것 같은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지인 중 A 유형은 대체적으로 그냥 잊거나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필자의 지인 B 유형은 필자보다 더 화를 내며 그 사람 왜 그렇게 하냐고 본인이 더 속상하다고 울기 시작한다. 또 다른 C 유형은 가장 고학력자 그룹이지만, 가장 명쾌하게 육두문자를 날려가며 객관적으로 정말 잘못한 사람에 대해 혼을 내 준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냥 기분이 풀린다.(필자가 아주 단순한 사람이라고 이럴때 자주 느낀다.)  주변 사람들이 필자가 느낄 수 있는데 필요한 최대한의 해결책을 준 것만 같아서 그냥 기분이 나아진다. 필자 스스로 사람 복이 많다고 느끼면서 행복감에 젖어들다가, 안 좋은 일을 또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게 된다. 

 그런 일을 여러 번 겪고나서, 가끔 필자가 솔직하게 입장을 주변 사람에게 표현해 보았다. 내 사실 심정은 이렇다고, 어떤 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고, 또 어떤 이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늘 다른 반응이 나와서 최대한 필자가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로 주변 인물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해 질 수 있는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다 보여주고, 대화했다. 그래서 필자는 '내 사람'의 기준을 '솔직하게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서로 수용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내렸다. 

 그러다가 관상 공부를 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 공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관상을 보러 온 사람들 대부분 필자에게 솔직한 본인의 상황을 먼저 이야기 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필자가 하나하나 양파 껍질을 벗기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묘하게 양파 속까지 스스로 벗겨내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최근에 필자에게 관상을 보러 오셨던 분 중에 한 분은 지금까지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시며, 눈물을 쏟으셨다. 듣고 있는 동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음 속에 꼭꼭 넣어둔 아주 큰 흉터 같은 상처를 펼쳐내기 시작하자 감정이 너무 복받쳐 오르셨는지 주체하지 못 하고 눈물을 계속 흘리며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필자의 관상을 통해 '진실'과 마주하는 사람들 중 몇몇 분들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를 외쳤던 이발사처럼 갑자기 큰 소리로 속이 후련해질때까지 마구 터트리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감정이 마구 변화하기도 하고, 스스로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단시간에 쏟아져 나와 두서 없이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하신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다 털어놓고 나면, 무언가 개운해 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고맙다고 필자의 손을 꼭 붙잡고 또 눈물을 질끔 흘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이왕이면 좀 더 솔직하게 사람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싶어서 관상 공부를 했던 적도 있었다. 나도 상대방도 조금은 더 진실한 마음으로,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 다 내려놓는 관계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였다. 그리고 점점 더 이 공부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살면서 처음 필자를 마주하는 사람마저도 솔직하게 '진실'과 마주하는 용기를 보여주실 때 마다 이 공부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필자는  '진실과 마주하는 용기'를 배웠다. 그리고 진실이 보여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쉽지 않지만, 진실과 한 번 서로를 바라보며 거울 보듯이 바라보는 것. 이것은 인생의 의미를 만나기 위해서도 꼭 한 번 해봐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얼마 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백만송이 장미 OST'가 흘러나와서 노래를 듣다가 가사를 읽어보니 이런 글귀가 나왔다.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할때만 피는꽃 백만송이 피어 보래는 

  '진실한 사랑할때마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라는 가사에서 필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진실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실, 너무 힘들수 있고 어려운 일이지만 진실을 마주할 때 만들어지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 진실이 사랑으로 발현된다면, 사랑의 장미가 될 것이고, 그 진실이 노력으로 발현된다면, 그 노력의 결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너무 많은 거짓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가끔 내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주체하지 못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때문에 일어날 수 없어진다면, 필자는 그 순간이 바로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누군가의 관상을 통해 본 것이 전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필자도 사람이고, 계속 갈고 닦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보지못 하는 영역이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가 바라보지 못 했던 부분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바라봐준 진실 안에서 이를 마주할 용기를 얻고, 나를 내려놓고, 눈물을 쏟고, 현실의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스승'을 만났다고 자주 생각한다. 

 조금 더 솔직해지고, 진실과 마주하는 정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볼 때 참 묘한 기분이 들고 경건해진다. 예전에 필자에게 속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으셨던 분 중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어차피, 나는 지금 선생님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나에 대해 모두 알고 계셔서 그냥 쉽게 이야기 했어요. '그 이야기 해 주신 분에게 몇 번이고 머리숙여 감사 인사를 하곤, 다시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 붉어져서 혼자 울었던 적이 있었다. 마냥 고맙기도 했고, 감사하기도 했고, 필자의 작은 능력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일이 쓰여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날을 그냥 하루종일 혼자 감동 속에 살았다. 

 관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필자는 필자를 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도 또 다른 '관상가'라고 생각하고 대한다. 숨 소리, 발 걸음, 기침 소리 하나만 들어도 분명 필자의 진실에 대해 파악하게 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마음을 다해 진실을 다 하고 싶다. 그리고 필자가 진실로 마주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땐, 필자도 모르게 서서히 멀어질 또 다른 비상구를 찾는다.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없고, 필자의 소신을 있는 그대로 대할 수 없을 때엔 도망치는 것도 때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필자는 '내 사람' 품에 안겨서 필자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또 하고 또 한다.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필자의 어려움과 고통과 진실을 그대로 안아주는 '내 사람' 때문에 많은 위로와 안정을 얻는다. 이왕이면, 모두가 똑같이 진실한 마음으로 깊이 깊이 유대관계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손 꼭 잡고 같이 늙어가면 좋겠다. 그것이 필자의 바램이다. 유명한 철학가가 진실과 마주해 보라고 아주 멋진 명언을 했다. 

 ' 너 자신을 알라' 

 ' 사탕 발린 칭찬이 아닌 분별 있는 애정의 증표로 친구를 사귀어라' 

 ' 모든 언행을 칭찬하는 자보다 결점을 친절하게 말해주는 친구를 가까이 하라' 

 ' 바르게,아름답게, 정의롭게 사는 것은 결국 모두 똑같은 것이다.'  

  위의 명언을 이야기하신 그 분은 바로 '소크라테스'다. 

 필자는 관상이라는 동양 철학을 하면서, '소크라테스'라는 서양 철학을 하는 분도 만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오늘도 수 많은 거짓 안에서, 최대한 진실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늘 매번 너무 어려운 숙제지만, 그래도 매번 숙제가 생겨서 좋고, 그걸 하고 있을 때 즐거워서 참 더 좋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필자가 되어야 겠다고 수 백번 다짐하지만,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아직도 가야할 길이 한참이나 먼 것 같다. 

 거짓과 진실 안에서 고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대나무 숲에서 '백만송이 장미'를 피워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나무와 백만송이 장미 정원이 곳곳에 생겨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