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天倫) 이라고 했다. 하늘에서 이어준 인연이라고 했다. 친구도, 남편도, 직장 동료도 내가 스스로 선택했는데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었다. 내 아이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무언가 알지 못 하는 인연으로 만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혈연이라는 관계로 엮여서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인연이라 천륜이라고 한단다.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고, 잇고 싶어도 억지로 이을 수 없는 인연이라서 쉽지 않은 인연이라고 했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남과는 어떻게 다루어보지 못 했던 수 없이 다양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공존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는 꼭 아버지의 모습을 닮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이가 있었다. 그런데 나이 40을 넘어 거울을 보니 거울 속에 자기 아버지가 들어있더란다.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까지 하나 하나 너무 놀라울 정도로 닮아버려서 화가 나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슬픔이 밀려오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자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지워져 가는데, 내가 곧 아버지고, 아버지가 곧 나인 것 같아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 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