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의학관상술사) - 31

종종 필자에게 사람이 고민된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남다른 성향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 때문에 본인이 굉장히 힘들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분명 다른 여러 사람들이 본인의 힘들었다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생각보다 비슷하다. 예를 들어 필자는 그렇게 사람들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유형의 사람들을 간단한 분류 체계로 '그룹 A' 라고 불러보려고 한다.

이 그룹A 의 특징은 물론, 애정도 많고 마음도 여러 사람을 좋아하고 착한 사람들이지만, 이해가 안되는 듯한 행동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본인이 상대방을 맞춰주느라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거나, 나는 당신 때문에 몹시 서운하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끊임없이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구를 한다. 마음 속으로는 상대방을 챙겨주고 아껴준다는 것을 알지만 상대방은 굉장히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룹적 특징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그룹의 사람들은 우선 본인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며 본인 감정에 맞게 무슨 일이 발생하거나 지속되어야만 직성에 풀린다. 그래서 늘 변화하는 감정에 대응해야 하는 주변인으로써는 당연히 힘들다는 감정을 토로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매번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주변에선 늘 이 그룹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화가 났는지, 삐졌는지, 또 속상하거나 서운하다고 하지 않는지 눈치를 보게 된다. 눈치 보는 것이 너무 힘들거나 감정 분출을 통해 늘 그 감정을 받아주기가 어려웠던 사람들은 종종 이런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고 떠나기도 한다. 그러면 또 난리가 난다. 어딜 가느냐?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냐?

그래서 쉽게 이야기 하자면, 멀어질 수도 없다. 그렇지만 너무 가까이 하기에는 또 위험한 당신이다. 그래서 같이 공존하는 방식을 찾기엔 주변 사람들이 지고 가야할 짐이 너무 무겁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그룹은 절대로 본인의 오류나 잘못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본인의 주장을 하고, 너무 힘들다며 상황을 이야기 하며, 화를 내거나 당혹스러워 한다. 정작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인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니 주변에선 정말 답답한 지경에 이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그래서 여러 가지 방책을 시도해 보다가 결국 멀어지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면 이 그룹의 사람들은 스스로 너무 외롭고, 속상하고, 서운하다고 다시 이야기를 한다. 반복의 패턴이다. 주변 사람들은 저 깊은 곳에 있는 속 마음은 여리고 착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너도 나도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그러나 이들은 굉장히 의존적이고, 주변 사람에 대한 관계 헝성 및 애정 관계를 늘 갈구하기 때문에 마음 약해지는 사람들은 또 다시 그룹 A의 감정을 받아주거나, 혹은 이어지는 감정 폭발에 지쳐 버리기 일쑤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며 힘들다고 말한 사람의 유형들엔 또 엄청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시 분석의 시간을 갖어보았다. 물론 이것 또한 늘 지극히 개인적인 필자의 의견이지만, 꽤 여러 명의 대상자들과 그들의 세부적인 행동 및 심리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이런 결과를 얻게 되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드리고 싶다.

그래서 이런 그룹의 특징에 대해 모집을 해 보았더니, 조금 재미난 공통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그룹 사람에 약 70% 정도가 심각한 우울증 이나거 혹은 우울증 약을 처방 받아본 경험이 있거나 혹은 경계성 우울증의 증상을 갖고 있거나 혹은 반사적으로 스스로 눈물을 갑자기 흘리는 경험을 해본 사례가 많은 사람들임을 알았다. 스스로 자주 혹은 빈번히 우울의 감정에 본인도 모르게 빠졌던 경험이 많고, 혹은 정말 우울하고 속상할 수 있던 일을 겪었던 경험의 빈도가 높았다. 아마도 스스로 조절되지 않는 감정의 중심에 우울의 감정을 경험했던 충격이 크게 남아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고 스스로 반문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독특한 특징 중에 하나는 이런 그룹 사람들의 경우 "절대적인 애정"에 대한 갈구가 굉장히 높은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본인과 연계된 사람들 중 몇 명 이상은 본인을 무조건적으로 아껴주거나 찾아주는 것에 대해 스스로 부담을 느껴하면서도 그런 사람과의 단단한 유대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야만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처럼 관찰되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만 찾고, 나를 위해 조력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면서도 반복해서 엄마랑 절대로 떨어지지 못 하고 엄마 곁을 찾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 그래서 절대적인 애정 관계에 있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해 지거나, 자주 감정적으로 흔들리고, 쉽게 무너지거나 지쳐한다.

또 다른 특징 중에 하나는, '불안정 애착' 같은 증상을 자주 보인다. 신체 부위 일부를 물거나 뜯거나 만지거나 하는 행동이 은연 중에 반복하여 나타나고, 사람 뿐 아니라 사물에도 약간의 애착 증상이 보여서 본인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거나 보는 행동을 싫어하거나, 작은 사물에도 애칭 또는 별칭을 붙여 부른다거나 특정 물건, 동물, 사람 등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을 반복해서 보인다. 그래서 그런 애착 반응을 일으켜주는 대상에게 또 무한정의 사랑을 주곤 한다. 절반 정도는 무생물에게 그런 행동을 보이고, 그 중 약 절반 저도는 자식, 또는 애완견 등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고, 또 다른 경우는 주변 사람에게 강한 애착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을 필자가 분석해 보며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애잔함' 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몹시 힘들 수 있고,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안다. 그리고 애잔하면서도 너무 지치고 힘들게 만드는 여러 태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지만, 그 감정 안에 너무 많은 사건, 사고, 그리고 감정들이 거대한 불길을 만든 것 처럼 수시로 일렁이기 때문에 그게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 한 것은 아닐까? 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함께 하고 싶지만 공존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몹시 외롭고 슬프지만, 어떻게 감정을 풀어나가야 하는지 모르고 답답해서 수시로 쌓인 감정을 마구던져 버린다는 기분이었다.

상대방은 아무도 본인의 속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주지 못 해서 늘 자기 마음을 아는지 묻고 싶은데, 그런 행동이 반복될 수록 사람들은 떠나가곤 하니 아마도 그 마음이 보통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 텐데, 제대로 사람과 공존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고 다들 떠나가니 그래서 힘들고 아파서 상대방이 이해되지 못 하는 행동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사람들은 좀 신기하게도, 입꼬리가 정상 각도보다 조금 더 내려가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이런 설명을 글로 하기가 참 애매하지만, 눈매에 슬픔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건 개인적으로 느끼고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라 객관적인 설명안에 넣기에는 좀 어렵다는 것 알지만, 그냥 필자가 볼 때는 눈매에 혼자 울었던 눈물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진다. 속으로 삼킨 눈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필자는 자주 느꼈다. 그리고 얼굴, 입주위, 눈주위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는 듯한 움직임이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자주 목격 된다. 아마도 감정적인 변화가 마음 속에서 일렁일때마다 그 것이 미세하게 얼굴로 전달되는 것은 아닐까? 라고 필자는 자주 느끼곤 하는데, 수시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에 맞춰 바람결에 흔들리듯 일어나는 반응은 그룹 A 에겐 정말 자주 보여지는 특징이다.

분명 말로는 괜찮다고 하고, 아니라고 하는데 실제로 괜찮지 않다는 것이 온통 티가 난다. 종종 필자가 이야기 하는것 중에 하나인데 필자의 눈에는 그림자도 서운해 하고 그림자도 안 괜찮아 하는 것이 느껴질 때가 많다.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서운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필자도 사람인지라 나도 모르게 사람에게 서운함 당연히 느낀다. 그리고 필자에게서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도 당연하게 생긴다. 그런데 필자 스스로가 단단해져서 그 모든 것들을 원활하게 조절하기 전엔 그 누구에게든 이런 감정은 '상처'를 만든다는 것 쯤은 필자도 알 고 있다.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도 상처고, 서운함을 표현한 사람도 상처고, 그 서운함을 통해 감정 분출을 받는 사람도 상처다. 그래서 이런 감정이 빈번하게 자주 공존하면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 함께 모여 있는 사람 모두에겐 상처가 발생한다. 생산자, 소비자 모두 같은 상처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마음이 아프고 서운함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조건 받아줄 수도 무조건 받아주지 않을 수도 없다는 것도 그래서 끊임없이 고민된다는 것도 인정한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시로 몇 백번이고 이어질 관계 속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마도 필자도 평생 이 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서운한 감정이 만들어낸 상처를 단순하게 덮어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빛이 밝은 곳에 내어놓고 서로가 조금 더 솔직한 감정으로 치유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상처는 더 깊어지고 더 많은 염증이 생기고 더 많은 아픔을 만들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그 감정 속에 휩싸인 관계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며 치유를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도, 그 서운함 때문에 감정 폭발이 지친 사람도 결국은 에너지 소모성 전쟁을 반복해서 치루고 있는 중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힘든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 속에서 살지 못 하고 떠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지만, "사람인"이라는 한문 문자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서로가 서로를 최선의 방식으로 구해내는 것이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의 가장 좋은 정답은 '사람'이지만, 그러면서도 가장 풀기 힘든 인생의 숙제도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