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 '1

일주일 전에 만났던 친구를 다시 또 만났다. 친구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일주일 만에 얼굴이 이렇게 상했어?’

‘아니야...아무 일 없었어..’

‘그냥 솔직히 말해봐~ 이미 네 그림자부터 우울해 ^^ ’

‘풉 ~ 알았어....다 보이니? ㅋ사실은....’

직장에서 말도 못하게 속상했지만 꾹꾹 참고 있었다는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너랑 겨우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났는데 내 얼굴 그렇게 안 좋아졌어? 사람의 얼굴엔 우리 몸에 있는 근육들이랑 전혀 다른 모양의 아주 다양한 근육들이 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일주일만이 아니라 ‘시시각각’ 수시로 변한다. 얼굴을 지나가는 수 많은 뇌신경과 신경전달물질들이 사람의 마음, 생각, 행동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43개나 되는 안면 근육은 굉장히 밀접하게 내 생활과 생각, 사고, 습관 등등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반영한다. 그래서 관상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어린 아이들이 설령 거짓말을 하거나 혹은 안 좋은 생각이라도 품으면 곁에서 엄마들이 금방 ‘거짓말 했지!’‘너 지금 무슨 꼼수 부리려고 했지?’ 하고 알 수 있는 것이다. 간혹 남편들은 아내가 어떻게 자기가 비상금 숨긴 것을 알게 되었는지...바람핀 것을 알게 되었는지...의아해 하지만, 아내들이 느끼는 이 ‘촉’은 왠만한 과학수사보다 정확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얼굴은 이미 미세하게 덜덜 떨고 있고, 목소리, 숨소리, 눈동자 모두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상책을 보며 공부하기 정말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분명 엊그제는 이런 얼굴이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얼굴이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딴엔 분명 내가 공부하고 분석한 내용이 맞았는데...그 모든 것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버린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을 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된다. 종종 내게 자기의 관상을 묻는 분들에게 나는 언제나 끝에 단서를 붙여서 말씀드린다. ‘계속 이 얼굴로 사실 경우엔 지금 봐 드린 것이 맞으실 거에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좋은 얼굴일 경우는 하시는 일마다 건승하시길...나쁜 얼굴일 경우는 이제부터라도 바뀌시길...

처음 관상 공부를 하며 사람들의 성격이나 성향을 맞추기 시작할 즈음엔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그때는 엄청 대단한 초능력이 생긴 기분이었다. 공부하며 체득한 능력임에 불구하고, 내가 정말 도사가 된 것 같은 우쭐함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 관상 공부는...공부를 하면 할수록 사람의 고개를 점점 숙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제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알고 난 이후부터 난 늘 처음부터라는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간혹 내 앞에 계신 분들 중에 어릴 땐 정말 대단한 기개와 운을 갖고 있었을 얼굴인데 그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 어떻게 손 쓸 수 없을 만큼 다치고 변해오신 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때 그 좋았던 시절에 손에 쥐고 계시던 것 다 어디로 가셨어요? ’듣는 사람은 깊고 깊은 한숨을 쉬고, 이야기를 해주는 내 마음도 찢어진다. 타고난 얼굴도 있지만,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늘 자기반성을 수 없이 하게 된다.

굳이 운명론으로 이야기를 해석하자면, 물론 사주팔자나 얼굴도 다 타고난 것이겠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관상을 보며 나는 정말 자주 생각한다. 작은 습관들이 모여 성공을 만드는 것은 그냥 그 ‘습관 하나’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온몸의 세포, 신경, 혈관, 근육, 뇌 까지 힘을 합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타고난 대로 사는 것이 순리인 것은 맞지만, 나는 관상을 보면서 노력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마음 깊이 자주 느낀다. 43개의 안면 근육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 전체를 바꿀 수 있겠구나 라고 말이다.

필자도 사실 공부라면, ‘모질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못 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험지를 받으면 하얀색은 종이요. 검정색은 글씨구나 정도를 구분할 정도의 수준을 몸소 경험했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교수’도 하고...‘의학 박사’도 하고...‘선생님’ 소리도 듣고...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그땐 운명도, 관상도, 사주도 아무것도 생각 못 했었는데...딱 분명하게 이 마음 하나는 갖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나를 포기 하지 말자’

혹시 필자의 글을 읽으며, 지금 너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43개의 안면근육 뿐 아니라 내 모든 것들을 바꿔보는 노력을 시작해 보셨으면 좋겠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관상처럼 언젠가 모두 변할 수 있다는 작은 믿음을 버리지 말고 한 걸음 용감하게 떼어 보시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