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la face Reader - 3 의학관상술사

 내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 홈리스 아저씨 한 분이 천막을 크게 만들어 놓고 살고 계신다. 학교를 오가며,  그 분이 괜히 안쓰럽고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난 조심스럽게 빵이랑 쵸콜렛을 내밀어 드렸다. 그런데 우리 아저씨, 본인은 뜨거운 음식, 비프를 좋아하신다고 답변을 주시며, 배는 고프고 음식은 필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셨다. 내민 손이 부끄러워 그럼 나중에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건내드렸던 음식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웃음이 피식 났다. 홈리스이기 때문에 깨끗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면, 무조건 좋아하실 것이라는 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소신 있는 아저씨의 대답에 '아!모두가 같지 않다는 걸 내가 또 간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상 공부는 사실 확율이다. 그런데 이것이 좀 애매하다. 관상은 수학과 과학을 기반에 둔 확율이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을 기반에 둔 확율이라는 점이다. y=ax + b라는 공식처럼 명확하게 이런 '가정'에는 이러한 '결론'이 나온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은 '이런 코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성격을 갖을 것이다.' 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그러면 언제나 이런 질문이 생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이런 코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 저런 삶을 살고, 완전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데...이것은 뭐지? ' 필자도 늘 처음 관상 공부를 시작할 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왜? 매번? 전혀 다른 공식의 정답이 나오는 기분이지? 설명되지 못 하는 "예외"는 그럼 어떻게 해석을 해야하지?

필자가 찾은 1차 답안은 관상 자체가 원래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하더라. 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예외인 사람들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면 이 예외인 사람은 무슨 이론을 바탕으로 관상을 봐야할 것이가? 그때 우리가 봐야하는 것들이 바로 '얼굴'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분명 관상책에 이 모든 것을 보아야 한다고 설명이 나와있건만, 필자는 또 처음부터 생각했던 고정관념 그대로 눈, 코, 입, 귀, 얼굴형 등등 얼굴에만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많은 사람들의 관상을 보며, 공부를 한 후에야 외모, 체형, 목소리, 억양, 움직임, 체모, 움직임, 성향 등등 다양한 것들을 총체적으로 보아야 구체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10년이 넘어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관상 공부를 하기 시작한 초반엔, 지극히 추상적이고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내용들만 에둘러서 설명 할 수 밖에 없었다. 구체적인 답을 할 수 없을 만큼 '대다수의 확율'을 공부하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다수'와 '예외'는 병원에서 우리가 자주 쓰는 용어인 'case by case'와 일맥 상통한다. 이 용어는 똑같은 진단명을 갖고 있는 질병이라도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갖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진단명을 갖고 있는 환자분들이지만, 다양한 평가과 진단을 통해 이 사람에게만 맞는 '재활 목표'를 다시 구축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양방이든 한방이든 가장 힘들지만 필요한 것이 '명확한 진단'과 '제대로 된 치료 처방'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잡히는 것 처럼, 개개인을 다시 보고 또 보고 또 파악해야 하는 것 또한 관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건계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만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을 새파랗게 젊고 어린 전문가 보다는 세월의 흐름을 통해 다년간의 경험을 축적하셨을 것 같은 분들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갖고 있는 '대다수의 확율'이 또 다시 사람을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접한 환자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그리고 내가 공부한 시간이 늘어날 수록 체득되는 요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명의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이때도 늘 예외는 있다. 20년, 30년 환자를 보았지만, 오히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실마리도 잡지 못 하는 사람은 당연히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늘 모든 것이 완벽하고 똑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예외'와 '대다수'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필자는 의외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수용 범위가 확장되었다. 처음엔 내게 치료를 오는 장애 아동들의 알 수 없는 행동들에 늘 의문이 생겼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냥 있는 그 모습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단,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서 왜? 저런 행동들이 이어지는지 끊임없이 정답을 찾아보려고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은 놓치지 않는다. 관상이 내가 살아온 역사이자, 현재이자 미래를 나타내 듯 아이들의 행동 역시 무의식과 의식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들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것은 맞기 때문이다. 수용은 하되 원인을 찾기,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매번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찾았니?'

필자는 사실 스스로가 경계성 자폐 스펙트럼인가? 라고 느낄 정도로 사회성에 약간(?)의 문제를 갖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가끔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고, 다르게 행동하기도 한다. 늘 자주 예외적인 삶을 살아왔다.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밥 먹는 것 마저도 사실 아주 사랑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아주 안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그래서 경계성이지 않을까? 라고 스스로 진단해 보았다. 일상적인 사회 생활의 최소한은 수행하고 있으므로), 낯을 심하게 가리고, 간혹 대다수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난 좀 '예외'적인 분들에게 조금 더 정이 간다. 동병상련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마 필자 스스로가 조금은 '예외'적인 사람이기에, '대다수'에 대한 이해를 넓혀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관상과 의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점점 더 흥미로운 학문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되지 않았을까? 라고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관상 공부가 필자에게 가장 많은 놀라움을 주는 것은 가끔은 '이야~~~ 어떻게 이걸 알았을까?' 싶은 내용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100명의 사람을 가정으로 한다면 적어도 70%는 관상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 70% 라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확율 수치라고 생각이 되는데... 어느 누가 100명의 사람 중 70명의 사연을 얼굴만 보고도 맞출 수 있겠는가? 다만 앞으로 남은 평생의 기간동안 필자가 해야할 또 다른 숙제는 남은 30명의 확율을 어떤 이론적 근거를 기반으로 줄여 볼 수 있겠는가? 일 것 같다.

요즘 슬슬 양방 의학 또는 한방 의학을 공부하시는 분들 사이에 '사주명리, 역학, 관상학' 등에 대한 학습 요구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제보를 곳곳에서 듣고 있다. 의학의 발달은 첨단을 달리고 있는데 왜? 다시 옛날의 학문을 꺼내시나요? 라고 되물으면, 이 분들의 답변이 대부분 비슷하다. 과학적 의료기기가 찾아내지 못 하는 질병을 찾고, 환자를 좀 더 깊이 있게 파악해야할 방도가 4차 산업 혁명에서는 꼭 필요한 무기인 것 같다고 말이다. 의료기기는 '대다수'의 질병을 밝혀주지만, '예외'의 질병을 찾아내는데는 아직도 다양한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검사상 정상' 이지만, '현재는 아프다'는 환자 분들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아직도 관상과 의학 공부를 놓지 못 하고 계속 하고 있다. 사실 이 공부가 정말 더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남들은 못 찾아냈는데...나만 알아낸 것 같은 작은 기쁨이랄까?

결국 '대다수'와 '예외'에 대한 오차범위를 줄이면 줄일 수록 '의학관상술'은 점점 더 깊이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주위에서 이런 공부를 스스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우선은 추천해 드리고 싶다. 처음엔 '대다수'를 난이도가 높아질 수록 '예외'까지 도전해 보시라고 말이다. 사람을 파악하고 알기엔 아마 이 방법이 생각보다 아주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