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9

 옛날 어른들이 신랑 신부의 생시를 뽑아보아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길흉화복에 대해 논하며 점을 치던 방식 중에 하나가 '궁합'이었다. 이는 주로 결혼을 앞두거나, 혹은 중매를 시행하기 전에 자주 보았던 방식 중에 하나였는데 이 궁합이라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 본인의 의지 여하에 달려있는 것 이고, 사실 궁합을 보지 않아도 서로가 얼마나 잘 맞고 좋은지 만나면 만날 수록 알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그 무언가가 궁금한 사람들은 요즘도 종종 궁합을 본다.

 요즘 세대에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도 다른 동양 철학 관련 용어들은 몰라도 이 '궁합'이라는 용어는 잘 아는 듯 싶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도 내 남자친구와 내가 궁합이 맞네, 맞지 않네 소리를 심심치 않게 하는 소릴 필자도 자주 들었다. 참 신기한 것은 인생을 살면서 내게 '맞는 사람'이 정말로 있긴 있는 것 같다. 처음 관상 공부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관상 궁합의 중요성에 대해 그리 생각해보지 못 했었는데...시간이 지날 수록 '관상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인체의 중요 장기인 오장육부도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짝궁이 따로 있고, 우리 몸에 있는 근육들도 함께 일 할때 누구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는 근육 짝궁이 또 따로 있다.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 없이 얽히고 섥히며 지냈던 사람들 중에 어찌 그렇게 딱 맞는지 모르게 기분 좋을 정도로 잘 맞는 사람들도 또 따로 있었다. 이말은 즉슨, 하늘이 두 쪽이 아니라 백 쪽이 나고, 지구상에 딱 필자와 그대만 남더라도 맞지 않는 사람들은 또 그렇게 맞지 않는구나 라는 말과도 일맥 상통 하는 듯 싶다.

 필자가 한참 한국에서 병원 및 학교에서 일하며, 힘들게 지낼 때 직장 선배 한 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에 들지 않는 또 다른 직장 상사의 괴롭힘에 지치고 지쳐서 그만두고 싶다는 소릴 수 없이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여기 그만 두고, 저기 가면, 이상한 사람 없을 것 같아요? 똑같아요. 인생의 소울 메이트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만,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은 그것 보다 더 어려워요' 라고 말이다. 그 말은 정말 맞는 것 같다. 나랑 맞는 사람 찾아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오긴 했지만, 한국에서 나랑 맞지 않았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은 내게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결국, 관상이라는 것 자체가 개개인의 성향, 성격, 특성을 자세하게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와 '맞는 관상' 그리고 나와 '맞지 않는 관상'은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필자가 사실 한국에 있을 때 종종 주변 지인들의 부부 또는 커플들의 관상을 함께 봐주었던 적이 생각보다 많았다. 남들 눈에는 잉꼬부부 같고, 세상 행복해 보이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면 시커멓게 썩어가는 부부도 있고, 절대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만나서 치고 박고 싸우며 서로에게 상처주며 살아가는 부부도 있고, 밖에선 아무런 티도 내지 않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를 지지해주는 아름다운 부부들도 각양 각생으로 많았다. 어찌되었건 사람 사는 인생사가 모두 길흉화복도 있고, 오욕 칠정도 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얽혀 살다가 한 세상 보내고 가는 것인데 나만 힘들게 사는 것도 아니고, 다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사는데..왜? 관상 궁합이 중요한 것인가?

 필자가 박사과정에서 세부 전공으로 공부한 내용은 기초의학 생리학 부분 중에서도 '신경생리'부분이었다. 굳이 어렵고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없이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 공부에 대한 기본 흐름을 알면, 왜? 궁합이 중요한 것인지 쉽게 알게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크던 작던 다양한 모양은 있어도 '뇌'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뇌'라는 아이는 주변의 모든 감각에 24시간 노출되어 있다. 보고, 듣고, 먹고, 느끼고 등등 다양한 감각들을 수 없이 사용한다. 그리고는 다시 내 성향에 맞게 각색, 각본되어 재 해석을 한 다음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들을 통합하고 응용하여 나에게 맞게 사용한다.

 이 기본 원리에 입각하자면, 우리는 어떤 사람과 어떤 시간과 공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받게 되고, 이에 대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속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의 의도를 명확하게 해석하지 못 하였다고 하더라고 나는 또 나에 기본적 지식 및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새롭게 들어온 자극들을 재해석 하게 되고, 그걸 근간으로 통합 응용하여 나에게 사용을 하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가 갖고 있는 많은 감각들 모두가 긍정적이고 행복한 자극에 자주 노출되고, 그럼 그 학습이 반복적으로 쌓이면서 행복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나를 불행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 자극들은 매번, 그 불편한 자극들에 의해 상처 받고 힘들어 지면서, 반복된 자극에 지치게 되고 그러면 결론적으로 불행한 사람이 되어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의 지인 중 한 분은 안타까운 결정을 하긴 했지만, 필자가 수 많은 사람 중 절대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어렵고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분이 있다. 필자가 반대를 했던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관상 궁합을 의뢰한 여자분은 기본적으로 약간의 우울증이 있고,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적으며, 반복해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예민하고, 남들의 시선과 생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마음이 여리고, 늘 불안정한 스타일이었다. 이런 분들은 엄밀히 이야기를 하자면, 자다가 일어나도 '이쁘다', 먹다가 밥을 흘려도 '이쁘다', 늘어지고 때가 묻은 옷을 입고 있어도 '이쁘다'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심리적 안정을 얻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진 두 장을 놓고 고민하는 그 분에게 설령 너무 아파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끝까지 죽은 사람 마저도 사랑해줄 사람의 얼굴을 가리키며, 큰 변동이 없으시면 이 분이 어떠시냐고 여줘보았다. 그런데 그 여자 분은 집안의 조건이 좋지 않은 남자라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은 알지만,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사실 결혼 하는데 조건을 아예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요즘 현실에 조금은 가혹한 처사일 수 있겠으나,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그런 조건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참 중요한데...라고 생각을 했으나, 말릴 길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다음에 내민 사진 하나가 나왔는데, 필자의 눈으로 보아도 겉으로 보이는 조건은 나쁘지 않은 사람 같았다. 그러나 지극히 이성적으로 보였고, 잔정이 없어보였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가볍게 여기고 본인 잘난 맛에 세상 사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답변 드렸다. 전자에 보여주신 분은 사랑도 잘 주시고, 아껴주시고, 마음이 지극하여 두 분이 함께 하시면 설령 지금 현재의 조건은 좋지 않더라고 길게 나중을 보고 가신다면 정말 잘 사실 것 같은데 후자에 보여주신 분은 여자분을 아껴줄 것 같지도 않고, 매일 지속적인 부정적 자극을 주실 것 같은 분이네요. 겉보기에 조건은 좋아보이나 실제로 좋은지는 의문스럽고, 믿음과 신뢰가 가지 않는 분 같습니다. 이왕이면 전자를 선택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라고 답변을 드렸으나, 의뢰 하신 분도 그 이야기 뜻 모두 알겠으나 자신은 조건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황급히 후자의 분에게 시집을 가셨고, 전자의 남자분은 지금 하시는 일들이 승승장구 되어 잘 지내시나, 후자의 분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여겼던 조건 마저도 잘못알고 간 부분이 많은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생활을 하며 살고 계신다.

 가끔은 필자의 결과가 틀렸으면,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좋지 않은 이야기는 차라리 맞지 않았으면 하는 경우가 많은데..참 속상하게도 안좋은 느낌은 왜 그렇게 잘 맞는지 모르겠다.이런 경우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나랑 잘 맞지 않는 사람과 3일만 함께 지낸다면 그 정도는 그냥 참고 계시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사람과 10년, 20년 그 이상의 세월을 함께 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정말로 나와 맞는 사람이 맞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지 말씀드려보고 싶다.

또 다른 커플은 필자가 서로의 얼굴만 보고, 당장 한 번 만나보시라고 자리를 주선해 드렸던 경우이다. 둘 다 마음이 선하고 섬세한 사람들이고, 가정이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이라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 누구보다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 뺨 석대 맞지 않고도 잘 살 사람들 같아서 연결을 해주었더니, 만난지 몇 번 되지 않아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고 하고 내년엔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이럴때는 참으로 고마운 인연이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의 이야기가 때론 맞고, 때론 틀릴 수도 있는데 가끔 귀담아 듣고 현실로 행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진실로 감사하고 너무 기쁘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의 진행 방향이 모두가 행복하고 기분 좋은 결과가 될 수록 나도 모르게 참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게 된다. 혼자 단일로 있을 때, 얼굴에 일명 '빛'이 나는 관상이 종종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이왕이면 배우자를 '귀인'으로 만나는 경우가 좋다. 귀인의 배우자를 만날 경우,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좋은 혜안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귀인'을 만나지 못 하고, '악연'을 만나면, 반짝 반짝 잘 깍아놓은 밤톨같이 빛이 나던 얼굴도 빛의 속도로 빠르게 빛이 사라지게 되고, 하는 일 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어려운 고초를 겪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자주 보았다.

100세 인생이라고 하지만, 인생 어떻게 보면 참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인 것 같다. 관상 공부를 하며 자주 느끼는 것은 내가 언제 얼만큼 이 세상을 살다가 떠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고 마음 나누며 지내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사람들과 만나게 되어있다. 그럼 그 중에 어떤 사람은 나와 맞으니 엄청 잘 지내고, 어떤 사람은 나와 맞지 않으니 못되게 굴어야지 이런 의미가 아니라. 이왕이면, 서로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사람들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관상 궁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필자는 조금 특이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남여의 관상 궁합만 보지는 않는다. 친구도, 동료도 나와 연계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사람 나와 조금더 연관될 것 같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관상 궁합을 보는 편이다. 인간 관계가 '남여상열지사'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야 배우자의 중요도가 굉장히 높았지만, 지금은 나를 중심으로 연계되는 사회적 관계망이 하나 둘이 아니니 당연히 나와 연계된 대부분의 사람과의 관상 궁합을 알아두는 것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조금 더 즐겁게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필자는 오늘 필자랑 관상 궁합이 너무도 잘맞는 아주 절친한 친구와 함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일들을 위한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필자의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고, 잘못된 부분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적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잘 견디고 묵묵히 가고자하는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필자의 고생기간 10년이 지나고 나니, 생각보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자꾸 필자 주변으로 와주는 것 같다. 10년 동안 암흑 속 동굴을 혼자 빛도 없이 헤쳐나간다고 생각해서 마음 고생 참 많이 했었는데...길고 긴 동굴 헤치고 나와보니 이 곳이 무릉도원인 것 같다. 갖은 것이 많지 않아도,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우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앞으로도 나와 관상 궁합이 맞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만나서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멋지게 완성해 보고 싶은 오늘이다. 주위에 함께 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관상 궁합도 확인해 볼 겸 나들이 떠나셔서 추억에 남을 만한 사진 한 번찍어보시면 어떠실지 권해드리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