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 11.
가끔은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나는 참 긍정적으로 들릴 때가 많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요란할 만큼 흥을 낼 수 있는 빈수레가 행복할 수도 있겠다. 그런 느낌이 종종 든다. 얼마나 흥이 나고, 수레가 가벼우면 온 동네가 요란할 만큼 소리를 낼까? 때론 '가벼움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겠구나' 라고 말이다. 종종 관상을 보다보면, 예상했던 것 보다 생각도 많고, 심오하고, 고민도 많고, 마음에 문도 많이 달려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지 모르겠는 경우, 너무 많은 경우의 수에 휩싸여 완전한 정답이 나올 때까지 감정을 꼭꼭 숨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혹은 본인의 감정이 생각보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해서 작은 행동과 말에도 상처를 너무 잘 받는 사람들의 경우도, 그런 본인의 성향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은 생각이 강해지면서 본인의 감정을 다시 꼭꼭 싸매고 숨기게 되는 경우다. 또 다른 경우는, 모든 정황과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그냥 내가 참지, 나 하나만 희생하면 될텐데' 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습관화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을 꼭 다물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을 나는 '무거운 수레' 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생각이 그렇게 많지 않고, 본인의 감정이 그렇게 예민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다칠지에 대해 아예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저렇게까지 무거운 수레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그 동안 혼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조용히 저 무거운 수레를 끌고 사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특히, 감정을 숨기지 못 하고 자동 반사적으로 머리에 특정 생각이 떠오르면 3초가 채 되기도 전에 입 밖으로 내미는 사람과 수 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이 되고 고민이 되어서 '말'이 목으로 올라오다가도 몇 번씩 참고 또 참아서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사람들을 비교해 보면, 목 주변과 입술, 턱 주변 근육이 서로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행복한 빈수레'로 사는 분들이 관상을 보러오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른 것은 몰라도 세상에 큰 걱정은 없고 즐거우시겠어요 ^^ 라고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종종 '고민 많은 무거운 수레'로 내 앞에 와 계신 분들을 보면, 나도 애써 눈물을 꾹꾹 참으며 조심 조심 이야기를 꺼내지만, 내가 혹시라도 눈물을 보이면, 그 동안 견고하게 쌓으려고 노력했던 사람이 내 앞에서 무너질까봐 내 마음을 다시 잡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사람이 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오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으로 계속 '토닥 토닥' 어깨를 두드려주게 된다.
감히 다른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던 슬픔과 고뇌와 번뇌를 꼭꼭 숨기고 사느라 저 마음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그림자 부터 한가득 티가 난다. 그래서 그 동안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왜 그렇게 그 안에 꼭꼭 숨기고 혼자 힘들게 사셨는지, 무엇이 그렇게 마음 아프셨는지 조용 조용 말씀드리기 시작하면, 종종 내 앞에 앉은 그 사람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르는 경우가 꽤나 많다. 그리고는 내게 물어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 했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면 나는 답변 드린다. '아마 주위에 눈치채신 분들도 꽤 있으셨을 텐데, 너무 마음이 아플까봐 말씀 안해주시고 넘어가신 분들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라고 말이다.
깊이도 있고, 넓이도 있는 사람들이라 차마 그 안에 있었던 모든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참 힘들었으리라.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과 아픔 속에서 그걸 모두 그 안에 가두셨는지 참 의지도 인내도 대단한 사람이구나. 라고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난 내가 살아보지 못 한 또 다른 삶을 느끼며, 머리가 숙여진다. 나는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수 많은 마음을 가지고, 엄청난 내공을 키우며 여기까지 살아오신 분들이구나. 라고 말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인내를 하고 살았던 사람들의 경우 관상을 보게 되면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그 어떤 그룹의 사람들 보다도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그 어디에서도 솔직한 내 모습을 단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들의 경우, 꼭꼭 숨겼던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서 아픈 곳을 두드려 드리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무장해제가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절대 드러낸 적 없던 속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사실은, 이런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내 입을 닫았노라고, 어려움과 아픔때문에 내가 내 감정이 절대로 드러나오지 못 하도록 꾹꾹 눌렀노라고,평생 이렇게 인내하고 참고 살면 나 하나만 포기하면, 모두가 다 편안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 안에 넣어두었노라고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우신다.
본인은 오스카 상을 수상해도 될 만큼, 스스로의 단속을 철저히 했기 때문에 아무도 알지 못 했는데 이런 마음을 드러내게 되는 순간이 올 줄 몰랐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내 심장이 얼마나 아픈지 나도 마음속으로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애써 내 코가 빨갛게 변하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다시 잡고 또 잡는다. 저 사람이 저 마음을 꺼내 놓기가 참 힘들었을텐데, 그 깊은 마음을 100% 다 알지도 못 하면서 내가 눈물을 흘리면, 또 너무 미안해 할 것 같아서 자꾸 다시 내 마음을 잡는다.
말 하지 않아도, 내 숨소리만 들어도, 내 그림자만 보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사실 세상에 흔하지가 않다. 우리가 배우는 수 많은 학문들이 다양한 공식과 원리, 원칙으로 되어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상징'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표현한 사람은 표현한 대로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또 받아들이는 대로 다르게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오해도 생기는 것이고, 서로를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며,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누군가에겐 외계어로 들리고, 누군가에겐 알 수 없는 상징들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매번 서운함도 생기고, 속상함도 생기고, 어려움도 생기는 것 같다.
4살짜리 조카를 금쪽같이 이뻐하는 나는 조카의 숨소리,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하며 자주 놀아주고는 했다. 특히 소아 치료를 오래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카와 정신없이 즐겁게 자주 놀아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루는 조카가 내게 물었다. '이모, 이모는 내 마음을 알아?' 그래서 또 사실만 전하는 필자는 솔직한 입장을 이야기 해줬다. '그럼 너는 이모 마음을 알아?' 조카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어서 자세히 설명해 줬다. '어떤 사람도 상대방의 마음을 모두 알수는 없어. 그런데 이모는 최대한 네 마음을 알아보려고 늘 노력하는 중이야. 언젠가 네가 이모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크면,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을거야. 이모가 늘 네 마음을 다 알지 못 하니까. 무슨 생각이 들거나 마음에 무엇이 들어가면 이모한테 알려줘' 라고 이야기 해줬다. 필자의 이야기를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이후로 우리 조카는 자기 마음을 자주 이모에게 이야기 한다. '이모! 터닝메카드 사줘' 라고 말이다.
가끔은 내 속에 있는 감정에 대해 나 스스로 정리를 해 보는 시간이 생각보다 소중한 것 같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왜? 속이 상하는지 자주 내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다보면, 어떤 것들을 숨기고, 어떤 것들을 드러내는 것이 좋을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쌓이며 나에게 상처를 덜 입히면서 조금을 효율적일 수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런 사람들의 관상을 보아주는 날엔, 사람을 살리는 의술도 참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 줄 수 있는 능력 또한 참 중요하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리고, 이런 재주를 통해 누군가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삶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도 내게 마음을 내려놓고 어루만져주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힐링 에너지를 느꼈고, 관상이라는 학문이 단순한 상징의 분석이 아닌, 마음의 치료를 위한 기분 좋은 상담임을 느꼈다.
필자도 아직 정리되지 못 한 생각들과 복잡함으로 인해 감정을 숨기게 되는 경우도 많고, 아직 완전한 사람이 되려면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수 많은 실수와 문제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작은 힘이나마 감정을 숨기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겪어보지 못 했던 수 많은 삶에 대한 공감과 공유를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행복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나씩 정리하다보면 내 감정들이 해결되면서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정을 숨기고 살고 계신 독자분들에게 마음 속에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잘 정리하셔서 한 번쯤은 질러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무거운 조용한 수레'의 무게가 너무 버겁고 힘드셨다면, 365일 중에 딱 하루쯤은 다 벗어던지고 '행복한 빈수레'가 되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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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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