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 (의학관상술사) 11
언제 부터인지 공부만 잘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한다. 옛날엔 정말 그저 공부만 잘 하면 어디가서 무엇을 하든 먹고 사는 것은 지장 없다고 했는데, 요즘엔 나만의 '특기와 장점'을 살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 여기에서 다시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유명한 축구 선수 박지성처럼 어릴 적 일기장에 '나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쓸 만큼 본인의 적성과 취향이 확실하다면 당연히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매번 진로 탐색 시간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도대체 무엇을 하지?'라는 고민이 끝없이 이어지는 친구들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자의 중학교 친구 중 한 명은 여자 아이 답지 않게 체격이 건장하고 힘이 굉장히 좋은 친구였는데...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진로 적성 평가 결과는 '농부'가 나왔었다. 그 친구는 자기는 '공부'가 죽어도 안되면 '농부'를 해야겠다며 껄껄 웃었고, 결국은 힘 쓰며 환자를 돕는 간호사가 되었다.방향은 약간 달라졌지만, 적성 검사 결과가 모든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찌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 인지도 모른다.
필자도 맨 처음 필자를 소개하는 글에 이야기를 했던 것 처럼, 작가를 굉장히 하고 싶었고, 국문학과 또는 문예 창작과를 진학하고 싶었으나 글 쓰는 공부를 하면 나중에 배고프게 살 수 있다는 주변의 충고와 작가가 될 만큼의 소질을 보이지 못 했던 현실을 수긍하여 보건 계열로 오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은 이렇게 꿈을 이뤄 이 곳에 글을 올리는 아주 큰 행복을 누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길을 걷게 되기까지 참 많은 길을 돌고 돌았다.
진로와 적성을 미리 알아대처하면 좋은 이유가 아마 '길을 돌아가지 않고, 똑바로 갈 수 있다' 라는 장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길을 돌아서 간다고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 네 발로 기어가는 것 보다 KTX를 타고 가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빠르고 효율적인 것 처럼 결과물의 생산성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가 관상 공부에 더 열을 올렸던 이유 중에 어찌보면 가장 큰 이유였던 '소아 치료' , 말 못 하는 아이들이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지 알고 싶어서였다. 우리 '아가'들도 관상이 있다. 어른들이 종종 ' 저 녀석 보통 아니게 생겼네' 하는 아가들은 기어이 엄마와 아빠의 진을 빼버릴만큼 떼를 쓰기도 하고, 말 대답을 꼬박 꼬박 잘하기도 한다. 그리고 20여명이 앉아있는 어린이집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보면, 말 잘듣는 아이, 장난꾸러기, 눈물이 많은 아이 등등 대략적인 얼굴이 나타난다. 그리고 저 아이가 이런 부분에서는 남과 다른 부분이 있겠다 라는 부분이 보인다. 4세 이전의 아이들의 경우, 거짓말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과 성격 취향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감추는 방법도 모를 뿐만 아니라 감출 이유도 없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생겼고, 나는 이런 것이 정말 좋아요 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소아 치료를 할 때 가장 행복했다. 마냥 행복한 아이들의 거짓 없는 모습과 통통하게 살이 올라서 촉촉하고 부드러운 볼을 흔들며 웃는 얼굴이 너무 이뻐서 힘은 들었지만, 마냥 좋았다.
우리 생긴 모습 그대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필자가 한참 '소아 발달 평가'를 열심히 할 때, 부모님들께 '만약 이 아이가 이 모습으로 쭉 성장을 한다면, 미래에 맞는 직업과 적성은 이 분야일 것 같습니다'라고 추천을 해드리곤 했었다. 죽어도 공부가 길이 아닌 것 같은 친구들은 굳이 어렵게 그 길을 보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고, 자다가도 뻥뻥 이불을 찰 만큼 대단한 다리 근육과 체력, 직관을 갖는 아이들은 어찌보면 운동 선수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서 였다. 생각보다 부모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머어머, 저도 그 생각 했었어요' 하는 부모님도 계시고, 굉장히 심오한 표정을 지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듯한 비장한 표정을 지으시는 분들도 있었다. 특히 상위 3%의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는 부모님께 지금 현재의 결과를 말씀드리며, 이런 준비들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를 드리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수첩에 열심히 메모를 하신다. 그러면 언제나 뒤에 드리는 말씀 ' 교육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길고 보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중간에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몰라요'
귀한 얼굴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귀한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을 자주 추천드린다. 귀한 얼굴을 갖고 너무 험한 일을 오래하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몸도 마음도 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의 취향과 성격이 확고하게 강한 아이들은 적절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 드리라고 추천드린다. 그런 친구들은 사춘기가 왔을 때, 대처 불가 아이들로 변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유비무환'을 강조드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의 적성과 부모님의 목표가 '관상'에서도 맞아야 그것이 '아이의길'이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정말 100번 때리고 혼을 내도 책상 앞에 억지로 10시간씩 앉혀놓아도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처럼 공부가 길이 아니지만, 부모님이 확고하게 하늘이 두 쪽나도 공부입니다. 라고 하시면,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관상학적으로 '사람'을 자주 만나면, '사람'을 타서 너무 힘들어할 얼굴이지만, 부모 또는 본인이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선택하면 그 길로 가게 된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다른 그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사람은 결국 'My way, 내 길'을 걷게 되어있는 것 같다. 내 마음에 와 닿고, '시간'도 '조건'도 모두 맞을 때 ! 그래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서 있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걸 보면 참 무엇이든 쉬운 일이 없다.
누군가가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에 따라 결정을 해주셔서 좋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갔다고 하면 마냥 고마운 일이고, 필자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맞는 부분이 있었어도 결국 저는 제 길을 가렵니다. 라고 하시면 그 길을 가시는 방향에서 '주의 사항'을 설명 드리곤 한다. 그리고 때론 너무 강한 의지로 절대 변화의 여지가 없는 분들에겐 절대로 3번 이상 권유해드리지 않는다. 어차피, 그 누가 말려도 꼭 한 번 가야하는 길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게 되어있다. 그리고 설령 갔다 다시 돌아오시더라도 가야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기나 적성에 방향성, 의지가 추가되어야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어떻게 진로와 적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가 비행기를 탈지? 네 발로 걸어갈지?가 결정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선택 사항이 많지 않았다면? 오히려 모두가 다 비슷비슷하게 살았다면? 또는 미래가 눈에 뻔히 보이듯 빠르게 변화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머리 아파가며 고민을 진중하게 하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옛날과는 달라서 내가 선택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졌고,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물질이 소비되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론 조금 아쉽기도 하고, 작은 선택 하나가 미칠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나도 늘 궁금하고 걱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투자한 내 열정과 시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바라고 이를 원한다면 조금 더 진중한 결정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 적절한 보상이 '나의 만족감과 행복' 이든 '부와 명예'든 '즐거움'이든 무엇 하나 이를 충족해줄 결과물을 바란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나이가 몇 살인가?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남아있는 내 삶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주제가 '요즘'을 사는 우리에겐 필요한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필자의 특기와 적성을 살려 방향을 정하고, 굳은 의지로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는 중이다. 때론, 힘들기도 하고, 필자가 가고자 하는 길에는 유독 쉬운 길이 하나도 없어서 매번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기분으로 걸어간다. 똑똑하지 않은데 어려운 공부를 하려고 하니 책을 덮으면 또 잊어버리고 뒤를 돌아보면 다시 또 기억을 하지 못해서 '이 공부 참 너무 힘드네' 라는 생각을 한다. 너무 좋아서 시작한 공부인 것은 맞지만, 매번 참 좋아하는 것 만큼 힘든 숙제를 주는 공부인지라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어떨때는 몹시 빠르게 장애물 따위 다 버려버리고 뛰어버리고 싶기도 했었다. 대충 대충 요약정리만 보고 그냥 넘어가는 공부를 한다면, 고생스럽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를리 없었으니 자주 그 유혹에 시달렸다. 종종 그 유혹에 빠져보기도 했으나 정도를 지키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가면 결국은 탄로가 난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결국 꾀 부리면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 묵묵히 걷기로 했다.
가끔 내게 다른 재주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방향을 바꿨을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고민도 했었는데, 고맙게도 필자는 이 쪽 말고는 재주가 없어서 방향을 바꿀 수 없었다. 참 다행인 것은 필자가 갖은 재주 하나가 사람을 치료하고 공부하는 것인데 가는 길은 쉽지 않으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좋아하는 일로 많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서 지금 참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아마도 그 일이 주는 고난과 역경에 대해 조금은 수월하게 넘어가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필자가 참 좋아하는 공자님의 명언을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고 싶다.
选择一份你热爱的工作，那么你一生都不觉得是在工作。
좋아하는 직업을 택하면 평생 하루도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공자, 일명언)
내 특기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그 부분에 끝임없이 발전하는 길을 찾고 노력하면 정말 내가 너무 좋아하는 직업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평생 하루도 일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그렇게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너도 나도 이야기를 하나 싶어진다.
4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