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세 번째 이야기.

요즘 저는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여름 방학이 되자...
하루하루 아이와 무엇을 하며 보낼까... 하며 지내고 있어요.

‘아직도 방학이 많이 남았네~’ 하면서요. ^^::

솔직히... 저에게는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의 수학책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시간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제가 그 어떤 다른 일을 하며 지낸 시간보다 지나고 나면 더 값지고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 같아 항상 소중한 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별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용기 내어 저희 한 지붕 세가족의 십 년이 다 되어가는 몇몇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어요. 그냥 재미나게 보아 주세요~ (^__^ ^_^ ^-^)

제목~ “꿩 project 부럽지 않은 독수리 project"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종종 사용하게 되었던 말 중에 “꿩 대신 닭” 이 있어요.

엄마로서 무언가 해 주고 싶은 것을
해 줄 수 없을 때 대신 다른 비슷한 것을 찾으며 했던 말.

‘나는 꿩고기도 먹어 본 적이 없으니 닭이 맛있어~’ 하면서요. ^^::




그 첫 번째. 아빠가 되기 3 일 전날 완성한 일명 “닭 project" 를 소개합니다. ^^

지금으로부터 9 년 전 2000 년 4 월 19 일은 바로 제 아이가 태어나기 3 일 전이었어요.
아기가 태어날 날이 다가오자 저희 부부는 친정집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방은 바로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지내던 방인데...
그 동안 제가 결혼을 한 이후로 그대로 비어있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우리 집에 첫 번째 아기가 태어나니 오래되고,
비어있던 이 방에 벽지를 새로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야호~ ^____^

그렇게 다음 날 벽지가 바뀌겠구나... 하며 무심코 누워있는데...
늦은 시간 학교에서 돌아온 남편이 “곰코(태명) 탄생 기념벽화” 를 벽에 가득 그려보자고 했습니다.

0.O
오? 곰코 탄생 기념벽화???



그렇게 남편은 아빠가 되기 3 일 전에...
그의 인생에 첫 번째 아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태몽에 나왔던 코끼리를 그리고,
멀리서 아기 코끼리를 보고 반가워 뛰어오는 우리 두 부부도 그려 넣었어요.

몸이 무거워 그저 누워 바라보던 저는 남편이 코끼리를 그리고 나서야...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잘 그리더라고요~ ^^::)

그런데~
남편이 속옷 차림이라 죄송합니다.
솔직히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저희 부부는 이 벽화탄생 과정이
누군가에게 보이게 될지 정말 몰랐거든요~ ^^:::



그렇게 시작 된 아빠, 엄마가 되기 3일 전에 멋진 벽지대신에 오래된 벽지 위에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저희는 일명 꿩 대신 닭 프로젝트에 정식 멤버로 가담되었습니다.
(이 사진은 저의 방문에 붙여두었던 안내문이예요. ^^::)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2009 년 내가 1999 년 나에게 수정을 요구합니다.

1999 년에 시작된 내가 아쉬워하며 만들었던 이 “닭 프로젝트”가 우리 가족에게는 그 어느 꿩보다 더 멋진 추억의 “독수리 프로젝트” 였다고요... :-)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저희는 2001 년에 아이 아빠의 공부로 미국에 건너오게 되었고,
어느 해 벼르고 별러 말로만 듣던 학교 근처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보고 온
어느 날 밤, 아빠의 두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작전명 “금문교를 어떻게든 거실에 만들어라!” ^^

실제보다 멋진 금문교는 아니지만... 남편은 아이의 블록들로 스트로로 실로...
정말 정성을 들여 만들었어요.

만드는 아빠도,
지켜보는 엄마도,
신기하다며 좋아하던 3 살 아이에게도
모두모두 이 프로젝트는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행복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하여 임명합니다.
당신의 프로젝트 이름은? 독수리 프로젝트! 꽝!꽝!꽝! ^_^




2003 년 봄.

오늘은 드디어 학교 기숙사 안에 학생 가족들에게 배정해 주는 작은 밭을 1 년 동안이나 기다리고 난 후 배정 받은 날~ 아빠와 엄마가 야채를 심기 위해 땅을 고르며 주워낸 꿀떡만한 달팽이들을 성준이는 버려진 플라스틱 화분들에 담아 집에 데리고 왔어요.

성준이는 이 날 태어나 달팽이를 처음 보았거든요. ^^:::

그렇게 시작 된 우리 세 가족이 모두 함께 참여했던 달팽이 프로젝트~ (^__^ ^_^ ^-^)



이는 그 당시 제가 전시회 공간에 있는 쇼케이스에 아이들을 위하여 만들었던 달팽이예요.

그런데 제가 만드는 것이 재미나보였는지...
물 마시러 내려왔던 남편이 자기도 만들어 보고 싶다며... 먼저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켠에서 플레이도우로 열심히...
3 살 어린이가 꼬불탕거리는 달팽이를 만들어 왔어요.

“어머나~ 우리 성준이가 달팽이를 만들어 왔네~ 정말 잘 만들었다~” 하며 엄마인 저는 호들갑을 떨었어요.

그렇게... 32 살 아빠 달팽이도, 동갑 엄마 달팽이도, 3 살 아기 달팽이도...
2003 년 멋진 가족 프로젝트로 추억이 되어주었습니다. :-)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별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모여 그 날의 이야기들이 우리들의 추억이 되고,

성준이가 좋아하던 도시락 동화책을 흉내 내어 만든 우리 세가족 도시락과
삶아 먹고 남은 달걀 하나와 다 마신 주스 병으로 만든 달걀 아저씨와
엄마가 흰 종이를 붙여주어 집을 그리게 한 이~ 집 모양 과자상자 모빌은

이제 우리 세가족의 멋진 “독수리 프로젝트” 라고 기억되어집니다. :-)




이렇게 아이가 자라며 같이 자라나는 프로젝트들...
이제 다박다박 걸어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고, 한 단어 한 단어 말하는 아이의 입이 신기하던 그 조그마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더하기 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하여 시작 된 일명 “2005 년 아름다운 비밀 프로젝트~” ^_____^:::

엄마가 놀아주는 척하며~ ^^:::
흰 종이에 마구잡이로 칸을 나누고,
숫자를 적어 막 주사위에 눈을 뜬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자고 했어요.

처음은 주사위 두 개로 나오는 두 숫자를 더하여 누가 더 빨리 가나 내기하기.
그러다 점점 덧셈이 빨라지자... 아이가 주사위를 더 늘리자고 제안했어요.

엄마가 속으로 외칩니다.

‘아름다운 비밀 프로젝트 성공~~~‘
멋진 숫자게임 판 대신 꿩 대신 닭이라며 만든 종이 한 장위에 그린 게임 판.
이 또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즐거운 “독수리 프로젝트” 였어요. :-)




그러던 어느 날...
기숙사 이층에 방문들이 바람이 불때마다 갑자기 꽝! 하고 닫히는 일이 종종 일어났어요.

"오머나~ 깜짝이야~"
그렇게 시작 된 우리의 “안전 프로젝트“

아직까지 물감을 다루기 힘들어하는 여섯 살 어린이를 데리고 걱정 말라며~
엄마가 주워 온 돌멩이에 스카치테잎을 붙이고 칠하게 해주었어요.

아크릴 물감이 다 마른 후~
따란~~~ 붙여 두었던 테이프를 떼어주니~ 아주 깔끔하게 색칠된 물고기 모습에 여섯 살 어린이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눈도 붙이고 엄마가 오려 준 지느러미들도 붙여주고... 마커로 자신이 싸인도 해주며...
아이는 내내 방문에 물고기를 세우고 자랑스러워했어요.



갑자기 닫히는 방문으로부터 안전하려고 만든 우리의 “안전 프로젝트” 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내 자신을 이끌어 줄 “자신감” 도 더불어 안겨주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놀아준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엄마인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인생의 “안전한 프로젝트” 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한 뼘씩 자라게 해 준 것 같아요.



엄마가 아이에게 주었다고 생각하는 그 사랑이...
아이에게 웃음과 자신감을 만들어 주고, 그 아이의 웃음과 자신감은 또 엄마인 내가 살아가는 내내 그 어떤 힘보다 더 따스한 힘이 되어줄테니까요...

사랑...
이 보다 더 안전한 프로젝트는 없는 것 같아요. :-)




다음은 “우리에게도 추억의 프로젝트가 있다.” 를 소개합니다. ^^

이는 제가 아이의 프리스쿨에서 발런티어로 어린 아이들도 따라 만들기 쉬운 아트프로젝트를 했을 때 가르쳐 주었던 만들기예요.

그리하여 어느 날 아이와 프리스쿨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도란도란 만들어보았습니다.
(아빠의 코끼리는 저희가 억지로 만들어 달라고 해서 바쁜 척하는 아빠가 만들게 된 거예요. ^^::)



설계도면은 아주 간단합니다. ^^::
저 위 완성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점선부분을 접어 풀로 붙여주기만 하면 되어요. :-)



아! 그리고~
이렇게 예쁜 아가씨들이 너무 좋아할만한 공주님들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



비밀의 설계도면은~ ^_^
바로 이렇게 공주님 그림을 그리고... 흰 부분을 붙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뭐~ 요즘 유행하는 3D 가 별거인가요?
이렇게 그림이 입체가 되면 3D 이지요~ ^^:::



자~ 일명 “3-D 프로젝트” 를 시작해 보세요~
아이들이 엄마보다 아빠보다 분명 더 잘할 거예요. :-)




2006 년 10 월 24 일.
성준이가 학교에서 할로윈을 맞이하여 3-D 마법사 만드는 법을 배워왔어요. ^^



그런데 자기 딴에는 그 만들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조용히 무언가하더니~ 이렇게 만들어왔어요.

과자상자로, 종이로~ 골판지로... ^^::



그런데 갑자기 성준이의 여러 인형들을 보니...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어요.

“성준아~ 우리 이 인형들로 영화처럼 장면들을 연출한 다음 사진을 찍어 책을 만들어보자.”
하고 엄마가 제안하고, 성준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새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책 제목: 왕의 따뜻한 마음 (The King's Warm Heart)



먼저 이야기를 만들고~
장면 장면을 사진 찍고~
프린트를 하여~

종이에 붙이고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어요. (^_^ ^-^)



이야기의 꽃인 클라이막스 부분은 노란색 종이위에 쓰고~
이야기의 주제인 따뜻한 마음을 상징하는 하트 책갈피도 만들어 나름 신경써 주었습니다. ^^::



이렇게 2006 년 11 월 27 일에 시작된 책 만들기 프로젝트는
그 해 12 월 3 일에 딱! 한 권 출판되었습니다.



원작: 윤성준 (교정 윤상호)
제작: 윤성준
연출: 윤성준
보조: 김정연
촬영: 김정연

제작 기간: 상당히 긴~ 7 일

아이가 인형을 만들지 않아도~ 좋아하는 인형들을 주인공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세요~
긴 시간 프로젝트는 엄마에게 아이디어를 빨리 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답니다. ^^::




지난 시간 동안.
혼자 꿩 대신 닭이라며... 생각해 왔던 우리들의 프로젝트가.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정말 많은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 준 멋진 “독수리 project" 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이 독수리 그림은 2009 년 8 월 성준이가 만든 책에 등장하는 정의의 독수리 그림입니다. ^^::)

거기!
꿩~ 부럽지않아~
이제 나는 닭이 아니라 독수리라고~ ^^:: 하며 자신 있게 아이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에 아이가 좋아하는 정의를 위하여 싸우는 독수리 이름을 붙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추억이 되어 줄 고마운 그 이름~ “독수리 project" :-)




그러나 저희에게는 이 책 만들기 프로젝트보다 훨씬 긴~ 프로젝트도 있었어요.
7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프로젝트 기간 7 년. ^_^
일명 “또또 프로젝트” 또또는 이미 예전부터 저희 미래의 강아지 이름이었어요.

미국에 온 첫해부터 2 살인 아이와 함께 종종 산책을 할 때면 제가 버버데는 아이에게 산책하는 내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아빠가 공부가 끝나시고, 직장을 잡으시고, 우리에게 훗날 집이 생기고, 마당이 생기면 강아지 또또도 있을 것이고... 등등 그렇게 들려준 엄마의 이야기 속 강아지 또또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등장합니다.



강아지 또또에게 밥을 주고,
눈 오는 날 강아지 또또와 뛰어 놀고,
마켓에 갈 때도 카트에 강아지 또또와 함께 타고,



2007 년 학교에서 내어 준 family tree 에서도 성준이는 미래 강아지 또또도
2006 년에 키웠던 햄스터 잭도 그려 넣어 주었어요.

그렇게 아이의 그림 속에 또또 프로젝트는 가족으로 이어져 갔습니다.



2001 년, 2002 년, 2003 년, 2004 년, 2005 년, 2006 년, 2007 년, 2008 년.

(두 사진 속 틀린 그림을 찾아주세요~ ^^::)

성준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많은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작년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강아지 또또는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겨울 코트 사라고 주시고 가신 돈으로 2008 년 성준이의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우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대신 겨울코트가 덜 필요한 남쪽으로 이사 감. ㅡ,.ㅡ::)

2001 년 여름.
낯선 곳에 도착하면서부터 아기 성준이를 데리고 산책하며
들려주던 이야기 속의 강아지 또또는...

2009 년 여름.
이제 어엿한 어덜트 개가 되어 엄마와 소년 성준이와 나란히 산책을 합니다.

  정말 우리에게 꽤 길었던 “또또 project" 완성~ :-)




다음은... 최근 저희 가족이 수행하고 있는 일명 “지구를 푸르게 project" 를 소개합니다. ^_^::

첫 번째 사진은 2005 년 학교 기숙사에 살 때의 저희 집 뒷마당이예요. ^^
콘크리트로 메워져있는 작은 마당에 오다가다 모아 놓은 돌멩이들과 공동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작은 사다리에... 작은 화분 하나 얹어 놓고 너무 흐뭇해서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그 때는 이렇게 화분 하나 있는 것도 얼마나 좋은지 보고 또 보고했어요. ^_^::

두 번째 사진은 이번 여름에 생긴 저희 집 뒷마당 꽃밭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제가 예전에 사왔던 그 화분의 꽃이 또 있어 무척 반가웠어요. ^_^



지구를 푸르게 프로젝트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러했기 때문입니다. ㅠㅠ

오래된 집이라면 집은 낡았더라도 마당은 오래된 정원이 아름다운 법인데... 저희 집 전 주인 할머니께서는 가드닝에 전혀 관심이 없으셨는지... 뒷마당에 덜렁 수영장 하나 파 놓으시고, 모두 콘크리트 바닥으로 메워 놓으셨더라고요.

아마 외계인이 지구라고 찾아 온 곳이 저희 집 뒷마당이라면 지구가 다 이런 줄 알고 놀랄 것이라며... 저는 지구를 푸르게 해 보자고 어느 날 다짐했습니다. 불끈~ ㅡ“ㅡ::



화분이란 화분은 이상하게 모두 죽이던 제가 태어나 처음으로 꽃을 가꾸기 시작했어요.
뒷마당이 너무 심각해서... ^^:::

먼저 www.craigslist.org 에서 다른 사람이 쓰다 내어 놓은 화분들을 사 모았어요.
(참고로 이 싸이트는 내가 사용하던 물건을 내어놓을 수도 있고, 남이 사용하던 물건을 구입 할 수도 있는 싸이트입니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는 달리는 말도 팔고, 닭도 팔아요... ㅡ,.ㅡ::)

조기 보이는 화분 모두가 $20 이고, 옆에 꽃들은 Lowe‘s에서 $1.99 하는 꽃들을 사왔어요.



그리고 토기가 아닌 꽃을 덜어낸 플라스틱 화분은 집에 있던 페인트로 색칠해주었습니다.



하루는 craigslist 에서 사온 화분에
우리 집 세그루의 다육이(Jade) 에서 분양 받은 다육이를 심고,
또 하루는 동네 어떤 집이 이사 가며 버려두고 간 화분에 다육이와 꽃을 심으며

그렇게 삭막한 지구 한 귀퉁이를 초록으로 바꾸는
“다육이 project” 도 한참이나 해 주었습니다. ^_^::



2009 년 여름.
2008 년 여름에 목수아저씨께서 만들어 주시고 간 하얀 벽 위의 나무 울타리와,

작년에 허연 콘크리트 바닥을 가리기 위해 칠해 놓은 붉은 바닥 사이의 삭막해 보이는 콘크리트 벽을 가리기 위해,

Lowe‘s 에서 구입한 벽돌로 새로운 작은 화단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남편이 벽돌을 날라주고,
저는 남편과 함께 벽돌을 쌓고, 성준이와 화단을 만들어...

정말 너무도 더운 여름 내내 하루에 세 시간씩 이 꽃밭을 아이와 함께 가꾸었습니다.



그리고 성준이는 나팔꽃 씨($1.89) 를 심고, 여름 내내 물을 주며 가꾸었어요.

프로젝트명 “morning glory project"
아이는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새싹이 자라고, 우리가 심어준 막대를 타고 올라가는 나팔꽃을 보며 좋아했어요.



그리고...
이 참에 여러 종류의 다육이들을 빨간 화분 하나 사서 심어...
아이 방에도 푸르른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허락해주었어요.

아이가 예전부터 조기 반 잘린 아보카도를 닮은 다육이를 좋아했거든요.
그러고 보면 다육이들은 생김만 귀여운 것이 아니라 키우기도 참 쉬운 것 같아요.

물을 자주자주 안 주어도 되고,

아이의 책임감도 키워주고 말이예요. ^_^



그렇게 황량하기 그지없던 우리 집 뒷마당에...
드디어 꽃밭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덩달아 아이 방에서 바라보이던 풍경도 바뀌었어요.

이런 프로젝트를 일석이조라고 하나 봐요~ :-)



솔직히 그 동안 꽃도 나무도 별로 관심이 없던 저는...
이번 지구를 푸르게 프로젝트를 하며... 다시 한 번 이 지구가 푸른 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주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더불어.
이제는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들을 줄 알게 되었습니다.

“목말라요~ 우리에게 물을 주세요~”
라고 외치는 꽃나무들의 소리를요... 진짜 그런다니까요~ ^^::

몸을 움직이니 땀이 나고, 땀이 나니 살아있는 것 같고,
아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니 아이와 할 말이 생기고,
나의 노력으로 채워져 가는 초록색을 바라보며 온 식구가 모두 함께 행복했습니다.

그 동안 못 생긴 우리 집 뒷마당이 정말 너무 미웠는데...
이제는 못 생겼던 뒷마당에게 감사합니다. 예쁜 뒷마당이었다면 저는 이렇게 푸르른 지구가 소중한지 잘 몰랐을 테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 하나를 잃어버렸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족함은 많은 노력을 선물해주고, 많은 노력은 기쁨을 선물해주니까요.

그렇게 오늘도 지구를 푸르게 프로젝트는 계속 되어집니다... :-)




마지막으로 얼마 전 성준이와 엄마가 마친 아트프로젝트를 가장한 “정성을 배우는 프로젝트” 를 이야기를 하며... 마치겠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배워야할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저는 아이가 자라는 내내 “정성의 힘” 에 대하여 가르치고 싶었어요.

늘 부족한 엄마가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정성만 들이면... 지금보다 한 결 나아질 수 있단다.
스케치를 하고, 색을 칠하고, 남아있는 연필 선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안 지웠을 때와는 그림이 한결 다르듯이... 이 한 번의 손길이 모두 정성이란다. 한번이라 하면 간단해보이지만... 살아가는데 있어서 한 번 더 무언가 하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란다. 그 한 번 더는 바로 정성을 들이는 마음의 이름이고, 그래서 정성은 마음이기에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단다. 정성은 자기가 갖고 있는 실력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힘이란다.“ 라고 말하며...

아트프로젝트를 가장한 정성을 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솔직히... 이 정성의 힘 프로젝트는
성준이가 연필을 쥐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어졌어요. :-)

삐뚤빼뚤 그림을 그려오면
좁은 벽 한 켠에 이렇게 잘 그린 그림들을 엄선하여 전시를 해주었어요.

그림을 평가하는 엄마의 기준은 늘 “정성” 이었습니다. :-)



선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는지.
색칠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는지.

얼굴에 코가 있는지,
귀가 있는지, 몸통에 팔이 제대로 붙었는지,
다리가 제대로 붙었는지 보다... 더 중요한 정성.

정성은 아주 작은 아이도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항상 아이의 벽에 아이가 자라는 내내 아이가 정성을 들인 그림들을 전시해주고, 집에 돌아올 남편에게 먼저 전화하여 오늘 성준이가 그린 그림을 정성이 가득 들었다고 칭찬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정성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인다고 알려주기 위해서였어요. :-)



때로는 아이가 걱정스럽게 말합니다.

“이 그림 별루이지요?”

그럴 때마다 말합니다.
“별루라고 생각되어지는 그림도 정성이 들어간 그림이란다.

별루는 내가 정성을 들였는데 내 마음에 안 찼을 때 하는 말이거든. 그러나 그 별루라는 말에는 자신만 그렇게 생각되어질 뿐 다른 사람에게는 좋게 보일 수도 있는 희망이 들어있단다...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오이를 별루라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오이를 무척 좋아하잖니? 그러니... 별루라고 생각되어지더라도 언제나 용기를 잃지 말으렴. 네 그림은 지금 오이 같은 그림인가보다.“

하며 여섯 살 성준이가 그려 온 왕자님도 공주님도 타잔도 자랑스럽게 붙여주었어요.

“엄마는 이 그림들이 너무 좋아. 왕자님은 버튼이 많은 옷을 입고 계시고, 공주님의 소매는 한껏 부풀려져 딱 봐도 아름다운 공주님 드레스이고, 이 타잔은 누가 봐도 딱 타잔이구나...
정글에서 살아 옷차림도 그렇고, 머리도 야생적이네~” 하고 말이예요. ^_^::



그리하여 이번 프로젝트는 (112cm x 112cm) 의 커다란 화판을 준비하고,
엄마와 진지하게 그림 이야기를 만들고, 하나하나 엄마와 함께 정성스럽게 스케치하고,
정성스럽게 색칠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엄마의 정성어린 간섭으로~ ^^:::

2009 년 4 월 27 일에 시작하여 2009 년 5 월 7 일에 완성되어졌습니다.

아마도... 이 그림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비하면 정말 아주 작은 한 조각일거예요.
그런데도 이 작은 한 조각을 끝내는데도 정말 많은 노력과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내심과 엄마의 간섭되어진 정성이 많이 들어갔어요.

엄마인 제가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이 프로젝트처럼
많은 노력과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내심과
엄마의 계속되는 간섭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성으로 키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세상 모든 프로젝트는 “정성을 배우는 프로젝트” 같아요. :-)
(이 사진은 엄마가 성준이에게 선물한 인형으로 가장한 “행복 프로젝트” 였습니다. ^^::)




바로 2009 년 8 월 5 일 오후 3 시 45 분...

“성준아~ 엄마가 매일 꿩 대신 닭이라고 하는데...
너는 꿩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  하며 꿩을 그려보라고 했어요.

꿩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성준이의 말에 엄마는 인터넷에서 꿩을 서치하고 이미지를 보여주었어요.



그리하여 성준이가 완성한 진짜 “꿩 project” ~ ^____^::

물론 이 꿩을 색칠하는 동안 엄마는 “정성을 들여야 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일러주었어요.
성준이가 자신이 그려놓고, 자신이 색칠해놓고... 혼자 놀라워합니다.

“엄마~ 꿩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정성은 이렇게 작은 실력을 크게도 가꾸어주고,
메말라 있는 사람의 마음도 다시 살아나게 해주고,
가까이에서 보는 이에게도, 건너건너 듣게 되는 이에게도 모두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




이 외계인 인형들은 얼만 전에 성준이가 주문을 해서 만들게 된 엄마의 프로젝트입니다.

첫 번째 커다란 연두인형만 빼면 모두 성준이가 입던 티셔츠로 만들었어요.
조기 아래 칸 중간에 있는 초록 외계인 인형의 입은 아이의 티셔츠 소매 끝단으로 만들었고요. ^^::

물론 산 인형보다는 덜 예쁘지만.
아이는 보게 될 거예요.

외계인형의 삐뚤빼뚤한 바느질 한 땀 한 땀에서 엄마의 정성을요. :-)




이렇게 2000 년에 아이와 함께 시작되어진 우리 집 꿩 대신 닭이었던 프로젝트는...
어느새 “독수리 project" 가 되어 10 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일들에게도 “프로젝트” 라는 이름을 붙여 주어보세요~
하기 싫었던 일들도, 미루어져왔던 일들도, 갑자기 활기찬 일이 생긴 것만 같고,
진지해지며 좀 더 적극적이게 되어질 거예요.

오늘 저는 더 자라면 절대 엄마와 한 침대에서 안 잘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낮잠 자기 프로젝트” 도 했고요~ ^^::: 저녁에는 갑자기 얼큰한 것이 먹고 싶어서 “김치찌개 프로젝트“ 에도 가담했고요~ ^^:: 지금 ”설거지 프로젝트“ 는 부엌에서 제가 언제 도착하나~~~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구~ ^_^::

 그럼, 아이가 방학 중인 어머니시라면~ 아이와 함께 긴 방학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숨은 마음이 담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프로젝트” 를 하시기를 바라며~ 새댁이시라면 남편에게 맛난 소고기 무국으로 “너 밖에 없다! 프로젝트” 를, 지금 집이 어질러있으신 분들은 “더는 못 참는다! 프로젝트” 를,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그리우신 분들은 “사랑의 전화선 프로젝트” 를 살짝 추천해드리며 갑니다. ^^::

  다시 뵐 날까지...
하시고 계신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시기를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하루 활기찬 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