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선”

이 이름은 내 어머니의 이름입니다.

내 어머니는 딸을 둘 두셨고, 큰 딸은 미국에서 살고, 작은 딸은 한국에서 삽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한국의 친정집에 가거나 어머니께서 미국에 오시면 틈틈히 어머니의 음식 사진을 찍어두었어요. 앞으로 보여드릴 어머니의 음식 사진은 3년 정도 모은 사진입니다.

“허무선 밥상” 은 곧 나의 추억이고, 내가 받은 사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저의 어머니의 맛난 밥상에서 마주 앉아 나누는 “어머니와 딸” 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저는 “김정연” 입니다.
이 이름은 나의 이름이자 내 어머니의 큰 딸 이름입니다.

이 딸은 미국에 살며 항상 엄마가 그립고, 보고싶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와 마주하면 답답한 마음도 있었고, 의견이 맞지않고, 어머니께서 하신 말 한마디가 내내 신경이 쓰여 그렇게 일년동안 그리워했으면서도 늘 헤어지는 순간 앞에서는 죄송한 딸이 되었어야했어요.

매번 어머니가 미국에 오시는 날을 받아두면 제 기도제목은 늘 “엄마와 싸우지않기” 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제목은 항상 지켜지지않았어요.

엄마는 딸이 야속했고.
딸은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헤어지고 난 후에야 늘 어떻게하면 엄마와 사이가 좋아질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엄마와 딸은 견우와 직녀처럼 일년에 한 번 마주할때면
지난 야속함과 후회는 사라지고 딸은 내 엄마가 더 늙은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엄마는 딸이 늙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았어요.

내 어머니는 겨울이되면 어김없이 미국에 사는 딸의 김장까지 담그시고, 일년에 한번은 이곳이 외롭다하는 딸을 보러 미국에 와주셨습니다. 공항에 마중나가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작은 멋진 가방을 끌고 우아하게 나오것만 우리 엄마 혼자만 얼굴이 벌게지도록 이민가방 한 가득이 김치며 국멸치, 멸치액젓, 새우젓등등을 싸가지고 나오셨어요.

김치의 발간 색처럼 공항에서 늘 마주하는 내 엄마의 얼굴은
오랜 비행시간과 무거운 짐가방이 만든 발간 얼굴이었습니다.

올해는 매운 고추가루로 만들지않았으니 아이도 먹이고,
이번 김장은 배추가 맛이 좋아 배추만 먹어도 맛나다며 도착하시자마자
제일 먼저 김치를 썽둥썽둥 썰어 딸의 입에 넣어주십니다.

엄마의 김치.
엄마가 만드신 김치가 딸의 기억이 되는 순간이예요.

그러나 같은 음식이라해도 이렇게 집집마다 주부마다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 다른 된장찌개처럼
엄마와 딸은 이제 서로 살아가며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엄마의 말씀대로 어째 내 속에서 나왔는데도 저리 나와 다를까? 하시는 그 말씀처럼
그 동안 엄마와 나는 서로가 끓이는 된장찌개처럼 생각하는 방법도, 살아가는 맛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서로 보고싶어하던 엄마와 딸의 사이에서도 된장찌개처럼 보글보글 속 끓는 소리가 들렸어요.

“어쩜 내 딸인데 저럴 수 있을까?”
“어쩜 내 엄마인데 저러실 수 있을까?”

그러나 곧 엄마의 한국에서 가져오신 파김치와 겉저리는 식탁 앞에서 또 사이 좋은 엄마와 딸을 만들어주며
서로서로 한 공기 더 먹을까? 하며 갑자기 하나의 마음이 되기도 해요.

“엄마, 역시 엄마의 파김치는 맛나요.
요즘 내내 익은 김치와 신김치만 먹었는데, 와~ 오래간만에 겉저리를 먹으니 정말 맛있어요.”

식탁 앞에서 모녀는 밥 위에 돌돌 말아 먹으면 맛이 최고인 파김치처럼
작은 수다가 입에서 살살 감겨요.

그러던 어느날 딸이 가장 좋아하는 밥반찬인 끓인 “된장 우거지지짐” 을  만들어주시는 엄마.
분명 시차가 있으실텐데도 엄마는 미국만 오시면 금방 시차적응을 하시고, 딸은 한국에만 가면 금방 시차적응을 잘도 합니다.

그리고 둘은 다시 한국으로 미국으로 돌아오면 시차적응이 안된다며 이상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돌이켜보면 엄마는 딸을 만나 신나서 시차를 이긴 것이고, 딸도 한국 가서 엄마 보고, 동생 보고, 엄마 음식 먹어서 신나서 시차를 이긴 것 같아요.

그렇게 무와 무줄기는 총각김치와 우거지로 변하여 어머니의 내 딸에게 먹일 맛난 반찬이 됩니다.

엄마는 늘 우거지는 이렇게 물에 담구어 두었다가 깨끗이 씻어 데친 후 물기를 쫘악 뺀 후 된장으로 조물조물 무치고, 큰 국물 멸치넣고, 파, 마늘로 양념하여 폭폭 끓였다가 먹기 직전에 참기름 둘러 내어놓으면 맛나다며 오늘로써 열두번째 이 된장 우거지지짐을 설명해주셔요.

이 밥반찬을 좋아하는 딸이 마흔이어도
엄마 마음에는 당신이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딸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혼자 해 먹을 수 있도록 계속 설명해주십니다.

“엄마, 그래도 엄마가 해주시면 이상하게 맛이 달라요.
왜? 나는 엄마와 똑같이 해도 그 맛이 안날까요?”

엄마의 요리가 딸의 요리와 겨누면 승이듯이.
아무리 잘났다고 종알종알거려도 엄마의 사랑앞에서는 딸은 패입니다.

때르르릉~

이 시간즈음이면 꼭 한국에서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
이번 한국에 겨울이 너무 춥고, 길어 올겨울은 야채가 많이 비싸다시며 김치가 다 떨어지면 배추를 사다가 몇 장 뜯어 채썰듯이 쫑쫑 썰어 두었다가 멸치액젓, 간마늘, 파, 고추가루, 약간의 설탕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둔 후 먹기 직전에 버무려 먹으면 맛난 한 접시가 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물론 부추도 있으면 부추를 넣으면 참 좋고, 오이 무침도 그렇게 먹으면 맛나다시며
딸이 안 만들어 먹을까봐 꼭 해 먹으라고 몇번을 당부하십니다.

그러며 아빠와 엄마는 이 배추무침을 만들면 배추잎이 3장이 필요하시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내 엄마는 부추를 참 좋아하십니다.
어린 딸은 부추를 참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딸이 엄마의 나이가 되어가자 따라 부추가 좋아졌습니다.

이 사진은 엄마가 미국에 오셨을 때 만들어주신 부추무침 사진인데…

이 날은 돼지고기를 삶아 엄마가 가장 자주 하시는 잘 씻은 부추로 먹기 좋게 썰어 얇게얇게 채썬 양파와 진간장과 고추가루, 약간의 설탕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 놓은 한 접시예요. 이는 그냥 먹어도, 오늘처럼 이렇게 고기와 함께 먹어도 맛나게 먹을 수 있고, 게다가 하루 이틀 지나면 부추는 더욱 숨이 죽고, 양념간장이 더 많아지는데 한 술 뜬 밥에 그냥 이 부추무침만 넣어 밥을 비벼 먹어도 너무 맛있어요. 물론 이 부추무침에 밥을 비벼 먹은 날은 하루종일 입에서 부추냄새가 납니다. 이를 닦아도 변함없어요. ㅡ,.ㅡ::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보니
때로는… 이 부추처럼 어린 내가 안 좋아하던 것이
엄마의 나이가 되면 좋아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은 나에게 하셨던 엄마의 말씀들이 모두 부추가 맛있다는 엄마의 말씀처럼 모두 맞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단한번도 나에게 틀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되었어요.

이 사진은 한국에 갔을 때 엄마가 해주신 음식 사진이예요.

엄마는 고기를 굽는 날이면 늘 커다란 대파를 썰어 파무침을 잘 해주시고, 막 사온 콩나물을 잘 씻어 냄비에 소량의 물로 한 번 김이 날 정도로 콩나물을 데쳐서 이렇게 고추가루 양념에 조물조물 무치는 이 두가지 반찬을 참 많이 해주셔요.

콩나물 무침도 금방 만들었을때 먹으면 더 맛나다는 것과 파무침은 고기와 먹으면 맛나다는 것을
말이 아닌 밥상에서 알려주셨어요.

딸은 어느새 엄마의 밥상의 기억으로 음식을 만듭니다. :-)



그러고보면 나도 모르게 엄마가 맛나다 하는 음식은 언젠가부터 저에게도 가장 맛난 음식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엄마가 풀 반찬만 밥상에 늘어놓으시고, 두부 한 모 부쳐주시면 어린 저는 두부반찬도 풀반찬도 그리 좋아하지않았어요. 엄마는 토끼냐며 툴툴거리며 밥상에서 천천히 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풀이 많은 밥상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을 쓴 밥상이며 두부 한 모 지져내어도 주부로써 노하우가 없으면 엄마처럼 이렇게 두부 한모로 밥상을 풍요롭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러던 어느날부터 딸은 엄마 흉내를 밥상에서 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두부가 맛있는지~ 한 번 먹어봐라~”

그러면 내 아이는 나의 어린 시절 흉내를냅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 같아요. :-)

세상도 돌고 돌고~
밥상도 돌고 돌아…

엄마의 김치찌개에는 원래 비계가 많은 돼지고기가 든 김치찌개였는데.
딸이 허무선 밥상에만 앉으면 엄마는 갑자기 돼지고기 대신에 멸치를 넣고 김치찌개를 해주세요.

“네가 비계가 있는 돼지고기를 싫어해서 안 넣었다. 먹어봐라~”

엄마는 미국에서 딸이 오면 김치찌개에 돼지고기를 안 넣으시고,
딸은 엄마가 한국에서 오시면 김치찌개에 돼지고기를 넣습니다.

어느날 부터인가
나는 엄마가 되고, 엄마는 내가 되고…

유난히 바싹 익히는 것을 싫어하시는 울 어머니 미쎄스 허무선님.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미듐으로 구워내듯이 울 어머니는 바닷가에서 자라 그러신지 생선도 미듐으로 구워내세요. 그러나 딸은 육지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생선이나 고기는 아주 바싹 익혀야 먹는 촌스러운 입맛을 지니고 살아 엄마는 그 덕분에 딸만 오면 생선을 바싹 익혀주십니다.

“먹어봐라~ 네가 좋아하게 바싹 구웠다.”

정말 바싹 구워주셨어요. :-)

내 엄마의 고향은 경상남도 진주입니다.

엄마는 고등어는 생선중에 가장 싸고, 그리 맛난 생선이 아니라시며 멀리서 딸이 왔다고 벼르고 별러 살이 많은 조기도 함께 구워주셨어요. 그러나 육지에서 나고 자란 딸은 생선 중에 짭짤하게 소금에 절인 이 고등어가 제일 맛난 것 같아요.

그런 딸을 보시며 “조기 좀 먹어봐라~” 하시며 속상해하시는 어머니.
그러나 딸이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는 정말 잘 맞아요~
엄마는 조기를 좋아하시고, 딸은 고등어를 좋아하니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거예요.”

그러고보면 때로는 취향이 다른 것도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반찬을 진심으로 거절을 할 수 있어서요. :-)

그러나 어떤 경우는 진심으로 절대로 거절을 할 수 없는 음식도 있어요.
이 반찬은 제가 아주 어렸을적부터 좋아하던 반찬이예요.

엄마는 늘 미국에서 딸이 오면 차리시는 똑같은 메뉴가 있습니다.

((우거지멸치 된장, 오이지무침, 파래무침, 시금치 무침, 오이무침, 고구마줄거리,
비듬나물, 그리고 엄마의 달걀찜, 등등))

아, 정말 어느것부터 먹어야할지 모를만큼 허무선 밥상 앞에서 첫사랑 만난듯 설레입니다. :-)

같은 시금치여도 어머니의 시금치는 어찌 이리 더 파릇파릇하고, 싱그러운지
엄마가 시금치를 무치실때면 어김없이 옆에서 꼭 붙어서 나와 다른 비법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해요.

도대체 무엇이 엄마의 시금치나물과 제 시금치 나물을 다르게 만드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

그러는 사이 삐익~ 삐익~
밥이 다 되었다고 허무선 밥솥이 알려줍니다.

그런데 저와 동생이 모두 결혼을 하고 난 후 제일먼저 이 집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밥솥이예요. 어느날인가 어머니의 부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만 드시기 딱 좋은 이 자그마한 전기밥솥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이상했어요.

그냥…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나저나 잡곡밥을 드시는 울 어머니와 아버지는 제가 오면 이렇게 하얀 쌀밥을 해주시려고 하십니다. 어렸을 적에는 잡곡밥 안 먹는다고 혼내시더니 미국에서 오래간만에 온 딸에게는 알아서 콩만 넣은 쌀밥을 해주세요.

그리고 부엌 뒤쪽 베란다에는 한국에서 딸이 마실 청량음료도 사 놓으시고…
그렇게 몸에 안 좋다며 먹지말라 하시더니 딸이 온다니 두 분이서 걸어서 이 청량음료를 사놓으셨더라고요.

음료수도 찡하고…
내 마음도 찡하고…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끝에 물 한방울도 안 묻히고 멋진 진수성찬이 차려졌습니다.
이게 웬 호강인지… 하며 벙긋벙긋 웃는 딸의 웃음만 보아도 엄마는 밥값을 후하게 받으신듯
네가 먹는 것만 보아도 배부르다시는데…

저는 아직도 어머니의 밥상 앞에서는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어머니, 잘 먹겠습니다~” :-)

고기반찬보다 딸이 더 좋아하는 달걀찜이 식기 전에 먹어보라며 제촉하시는 어머니.
제촉안하셔도 다 먹을 수 있는 딸이 엄마의 이 맛난 달결찜 비법을 작년에도 묻고 올해도 또 물어요.

“엄마, 정말 엄마 달걀찜은 최최고예요~” :-D

아, 그런데 이런 음식 하나도 소개해드려요.

제 어머니는 어렸을적부터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큰 멸치 몇 마리에 콩나물을 넣고 끓이다 밥을 넣고 한 번 더 끓인 “김치국밥” 을 잘 해주셨고, 적당히 익다가 조금 더 익으면 그 김치를 쫑쫑 썰어 참기름과 약간의 설탕에 조물조물 무쳐 그냥 김 위에 밥 올리고 이 김치무침을 올려 김치김밥을 싸주시는 음식을 자주 해주셨어요.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하나의 김치요리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씻은 김치에 밥을 올리고 갈치속젓을 조금 올려 먹는 씻은 김치쌈밥을 자주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처음 들어보고, 처음 맡아보는 갈치속젓 냄새에 손도 못 대었는데… 어느새 한국에 가면
그냥 하나정도는 먹게되었어요.

이유는 엄마가 좋아하시니까요.

그러고보면 아마도 엄마가 제가 먹는 과자 하나를 드실때 이런 기분이실 것 같아요.
“그렇게 맛있니?” 하시는 것처럼요.

그렇게 마주한 엄마 얼굴과 엄마의 맛난 밥상에서도 어김없이 시간이 흐릅니다.

엄마와 마주하는 시간이
처음에는 많아보이던 이 오이지 수만큼 보였는데
딸이 미국에서 살게되자 앞으로 우리가 만날 날이 셀 수 있는 오이지처럼 보여요.

늘 마음 속으로 한 번, 두 번, 세번… 셉니다.
일년에 한번을 본다해도 앞으로 몇 번 더볼 수 있을까? 하며 공항에서부터 오이지처럼
마음이 노랗게 조그라들어요.

이제 이 오이지가 무쳐질 즈음이면 엄마가 미국에 들어오시기 바로 전이거나
딸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한국의 우리집 모습입니다.

이 오이는 100 개입니다.

딸이 너무도 좋아하는 오이지.

엄마는 미국에 가시기 전이나 딸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전에는 늘 이렇게 다용도실에서
오이지를 하나가득 담궈두세요.

엄마는 늘 맛난 오이지 만드는 방법은 오이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빼서 말린 후, 항아리에 담고, 돌로 눌러 소금을 넣은 물을 팔팔 끓여 따라 붓고 빨리 뚜껑을 닫아 짜게 되었다면 한 달 후에 덜 짜면 보름이나 이십일만에 꺼내어 먹을 수 있다며 소금물을 아주 팔팔 끓여야 오이가 더욱 아삭아삭해진다며 내내 말씀해주세요.

그러나 저는 한번도 오이지를 만들어 본 적이 없어요.

이유는 엄마가 이렇게 백개의 오이지를 매번 담구어주시거든요.

정말 너무도 많아서 커다란 그릇에 담겨져 엄마가 고추가루~ 하시면 고추가루 갖다드리고,
마늘~ 하시면 마늘 갖다드리고, 설탕, 참기름, 깨소금~ 하시면 저는 옆에서 종종거리며 갖다드리는데…

엄마가 미국 오실 때에는 옆에서 이 조수 역활을 아버지께서 해주십니다.
물론 아버지께서 하시는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미국에서 엄마가 가져오신 오이지를 먹으면
두 분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그렇게 많아보이던 100 개의 오이지가 오이지 무침이 되어 이렇게 개별 포장되었어요.

분명 가장 좋아하는 오이지무침이라 행복해야하지만…

이 오이지무침을 이렇게 싸서 준비해두면 저는 어김없이 미국으로 내일모레 돌아가기때문에
이 오이지 무침이 언젠가부터는 슬퍼졌어요.

그리고 오이지와 덩달아 준비되는 허무선표 동그랑땡!

육류종류는 미국에 가져갈 수 없다해도 엄마는 이렇게 해두면 딸이 집으로 돌아가 한 동안은
반찬 걱정 덜한다며 반나절을 내내 동그랑땡을 만들어주세요.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동그랑땡을 부치시는 내 어머니.

주부마다 각자 하기 싫은 분야가 있듯이 내 어머니는 늘 버릇처럼 전을 부치는 것이 제일 싫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딸이 미국에 돌아가 그래도 한 동안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이 동그랑땡을 만드시는 날이면
전 부치는 것이 제일 신나시는듯 하나하나 부치세요.

딸은 이렇게 만들다보면 점점 꾀가 나 괜히 샌드위치에 넣는다며 동그랑땡이 커져만 가는데…

엄마는 그 싫은 전 부치시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동그랑땡 크기예요.

이 사진은 만 2 년 전 사진인데…

엄마는 부치시고, 저는 옆에서 집어 먹으며 이렇게 사진이나 찍었네요.

시집 간 딸이 어디가서 이렇게 해보나~ 하시는 것을 잘 아시는지 옆에서 돕는다해도 티비보며 동그랑땡이나 집어 먹으라 하시니 딸은 더욱 얼굴만 동그라해지며 기쁨이라도 되어드릴까싶어 옆에서 힘 안드는 수다만 늘어놓아요.

“엄마, 감사합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나도 모르게 배운 엄마의 밥상을 흉내내며 살아가고 있어요.

엄마가 밥은 될 수 있는대로 그 때 그 때 지어먹으라 하셨어요.
그러면 반찬이 별로 없어도 금방 한 밥만 있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북어국은 엄마가 북어를 씻어 침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액젓으로 간을 한 후
뽀얗게 국물이 우러나오면 두부, 마늘, 파, 달걀을 넣으라 하셨어요.

고기를 먹을 때는 엄마 말씀처럼 파무침은 꼭 있어야 한다며 파무침을 흉내내고 있고요,
파가 없으면 양파를 쫑쫑 썰어 이렇게 무쳐먹어도 좋다고 하신 말씀으로 그 다음부터는
파가 없으면 양파무침을 해서 고기와 같이 먹어요.

그런데 아직도 고기만큼은 엄마처럼 살짝 익혀 먹지는 못하겠어요.
그러나 따라하든 따라 못하든 딸은 늘 부엌에서 엄마의 밥상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나는 혼자있는 부엌에서 늘 엄마의 밥상을 기억합니다.
허무선 밥상을 기억합니다.

엄마가 갈아놓고 가신 간마늘이 들어있던 병에 새로운 마늘을 사와 갈아 넣으면 어느새 엄마 목소리가 들려요.

“애미야~ 마늘은 직접 갈아 먹어야 깨끗하고, 음식 맛이 좋단다.
귀찮더라도 마늘은 꼭 직접 갈아서 먹으렴~”

마늘 갈며 매워서도 눈물이 나고,
엄마 생각나서도 눈물이 납니다.

사랑의 발렌타인이 있어 웬지 이월은 사랑이 가득한 달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언젠가부터 이 사랑의 달이되면 드라마 속 멋진 주인공들이 하는 사랑보다
타지에 살아 만날 기회조차 부족한 딸과 엄마의 사랑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여러해 동안 엄마가 그리 보고싶었는데도 엄마와 마주만 하면 무엇이 그리 안 맞다고
엄마에게 대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한 4년 전부터일까요??

저는 엄마와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자라며 어른이 되며 엄마가 되며 이제는 엄마의 딸로써도
엄마에게서만 받던 사랑을 주고 받는 방법을 새로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주 늦게 깨달았지만 혹시 도움이 되실 분이 있으실까 공감을 해주실 분이 있으실까싶어
대단치는 않으나 몇 가지 사랑의 비법을 알려드려요.

비법은 딸이 먼저 달콤한 여린 봄딸기가 되는 거예요.

여린 봄딸기처럼 내 엄마에게도 여려지는 거예요.
시부모님 앞에서만 예의와 웃음을 짓지말고, 내 어머니 앞에서도 그렇게 해드려요.
한 번 더 물어봐드리고, 자꾸 이야기하시는 같은 이야기들도 즐겁게 들어드려요.
그리고 눈 마주치면 웃어드리고, 감사하다, 죄송하다, 어머니 덕분이다 라는 말도 자주 해드려요~
또 이것은 가장 중요한데요…

고우시다,
예쁘시다는 말씀도 많이 해드려요.
세상에 나 곱다~ 하는 사람이 섭섭한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내 딸이 그래주면 나를 엄마가 인정해주시면 기분 좋듯이 엄마도 그러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엄마 옷 중에 이해가 안 가는 옷이 있어도 예쁘다 해드려요.
나중에 우리도 나이가 들면 갑자기 그 옷이 예뻐보일지도 모르거든요.

같은 이야기를 자꾸 하셔도 들어드려요.
나중에 우리도 나이가 들면 자꾸 같은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거든요.

부모님께 무엇이든 좋은 것 해드리고 싶으시지요?
그 마음이 바로 내 엄마가 나를 낳아서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갖고 있으신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혹시라도 엄마에게 서운한 기억이 있어도 엄마 앞에서는 여린 봄딸기같은 딸이 되려고해요.

지금부터 잘해도 엄마의 마음을 반만이라도 따라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아주 만일 너무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엄마와 딸이 있으시다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언제일지 모르는 헤어짐 이후에 바라는 ‘오늘 같은 날 엄마를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하는 그 마음을 먹은 날에 마술처럼 얻은 그 하루가 바로 오늘이라고 생각하시고 기쁘게 잘 해드리세요. 그러면 다시 사이가 좋아지실거예요.

누가누가 먼저랄 것 없이 먼저 해보시면 엄마도 함께 나에게 여린 봄딸기가 되어주실거예요.

아무리 우리가 애를 쓴들…

엄마의 마음과 손 맛은 못 따라가고.

아무리 우리가 메어두고 싶어도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이 엄마와 딸은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겠지요…

이제 우리 차례같아요.

이렇게 한 입에 쏘옥 넣어 먹기 좋은 동그랑땡 음식 조차도 만들며 내내 간이 세지않을까? 간이 약하지않을까? 조바심 내고 조금이라도 이르면 덜 익고, 조금이라도 더 늦으면 타버리는데 자식을 낳아 키우신 우리의 어머니 마음은 그 동안 어떠하셨을까? 싶으면… 행여 부모님이 서운하게 하시거나 나 괜찮다는 말씀하셔도 다 마음에 두지말고, 음식을 만들때처럼 만드는 내내 짜지는 않은지 싱겁지는 않은지 간 보듯이 부모님의 마음을 살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빨라도 안되고, 늦어도 안되는 음식처럼 할 수 있을 때 부모님의 마음도 몸도 보살펴드리시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너무 잘 하고 계시겠지만…
사랑의 달을 맞이하여 한 동안 이렇게 살지 못했던 저의 지난 시간을 주워 담고 싶은 마음으로
용기내어 이번 글 드립니다.

사랑한다 자주 말해드리고~
손도 잡아드리고, 안아도 드리고, 눈 마주치면 별 일 없어도 벙긋벙긋 웃어드리며
우리 엄마 곱다고 우리 아버지 멋지시다고 많이 말씀해드리세요.

더 늦기 전에요.


사랑이 가득한 이월을 시작으로 부모님과 사랑을 가꾸는 행복한 따님이 되시기를 바라며
이번 이야기에 맛난 밥상 사진을 허락해주신 허무선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엄마, 감사하고,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