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앞집에 나이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사십니다. 

매일매일 앞마당을 가꾸고, 강아지 산책도 하루 3번이나 하시고, 옷도 항상 깔끔하시고… 

동네에서 젤 부지런한 집입니다. 

그런데.. 그 집. 추우나 더우나 차가 항상 차고 밖에 세워져 있습니다. 

시카고의 겨울. 차가운 차 탈때마다 엉덩이 엄청 시려울텐데 말이죠. 

보기와는 달리 지저분한 스타일인가? 차고(garage)에 잡동사니가 가득인가? 생각해봐도.. 흠.. 글쎄요..

앞마당에 낙엽하나만 굴러다녀도 매번 허리숙여 치우시는 분들이 쓰레기를 모아놓을리 없는데… 뭘까? 가끔씩 궁금했습니다. 

어느 추운날, 그날도 어김없이 차고 밖에 차를 세우시길래 물어봤습니다.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할머니께서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데코 소품들을 만들어서

12월에 garage sale로 팔고, 그 수익금 전부를 불우이웃에게 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참 멋있는 부부, 배울게 많은 어른입니다. 

친구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garage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한 친구가 하는말. 

많은 흑인들이 자기집 garage에서 미용일을 한다고 합니다. 

흑인들은 미용에 특히, 꼬부라지는 머리카락 해결하는거에 평생 많은 돈을 써야한다고 하네요. 

손님입장에서는 실력있는 싼 미용실 + 미용사 입장에서는 세금안내고, cash로 돈 버는 미용실

손님도 미용사도 윈윈하는 방법으로 비공식 garage hair salon을 많이 운영한다고 해요.

garage를 하나의 ‘공간’으로 여기는 친구가 한명 더 있습니다. 

주말부부라 평일밤에 애를 맡길때도 없는데, 어디가서 운동하냐고 하니까 ‘garage’에서 한다고 하더라구요. 

막 뛰어도 집이 울리지 않아 애들이 안깬데요.  

운동을 좋아하는 그 친구네 부부가 하루는 crab party를 한다고 초대했습니다. 

garage에 테이블을 차렸더라구요. 

What? 여기서 먹으라고? 싶었는데... 

여러사람이 망치로 crab깨면서 먹으면, 파편이 사방팔방으로 날라가 집을 치워도 치워도 비린내가 난다며..

자기집 노하우라 했어요. 

garage에 이런 office.. 상상해보셨나요? 

엊그제 남편이 지인분 가게에 다녀왔는데, garage에 사무실을 만들어놨다며 신기해 했어요. 

담배를 피려고 창문대신 garage문을 확 여시고는,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하고 다 인사를 하더래요. 

앞집 개가 와서 간식도 받아먹더랍니다. 

일하다 말고, 사무실을 나가지도 않았는데.. 바깥세상과 연결되다니...ㅋㅋ 트루먼쇼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저희동네 OO고등학교 앞에 집을 보러 갔더니

아이들 친구들와서 놀 수 있게 garage를 club house로 만들어 줬더라구요. 

사진에 나온모습은 집 팔려고 치워놓은거고, 원래는 쇼파가 4개 더 있었다네요. 

쇼파+TV+냉장도… 그리고 엄마아빠 허락없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문. 

이 정도면 동네 최고 사랑방되겠죠? 

저는 그 이야기를 나눈후, 저도 뭔가 저희 garage에 의미를 두고 싶었습니다. 

garage나 living room이나 네모모양인건 같은데, 

저는 한 군데는 쓸고닦고 꾸미고 예뻐라 하고, 또 한 군데는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로 취급했거든요.

물건 가득한 garage를 정리해서 한쪽 구석에 선반하나를 놓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칸엔 과자

다음칸엔 음료수

다음칸엔 우리딸들이 더이상 안쓰는 장난감

마지막칸엔 우리딸들이 더이상 안읽는 책들을 놓았습니다.

선물받았는데 마음에 안들어 한거, 세일이라고 쟁였는데 안 쓰는거… 등등 아이관련은 다 챙겨서 놔두었습니다. 

그리고 옆집 꼬맹이, 뒷집 꼬맹이…  저희집 앞을 지나가는 꼬맹이를 만나면 장난감 하나씩을 슥 나눠줍니다.

저로서는 물건을 버리지 않아서 좋고, 동네 꼬맹이들은 재밌어서 좋고^^ 일석이조입니다. 

제일 가까운 마트도 걸어서 30분이나 가야하는 이 동네 유일한 ‘공짜문방구’ 혹은 ‘공짜편의점’입니다. 

소소하게 재미있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꽃보다 garage입니다^^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