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에서는,

보물찾기같은 경험을 하기도 vs 무서운 상상력, 더러운 추리력을 발휘하게 되기도 합니다. 

지난번 ‘낡은 도마’에 대한 이야기가 전자라면, 오늘은 후자 즉 더러운 추리력을 발휘했던 이야기입니다.  

집을 보러 갔었고, 

무심코 지하에 한 발 내딛었을때 이런 장면을 보았습니다.

어? 뭔가 어색한데? 

Unfinished basement에 덩그러니 놓인 변기통. 

화장실이란 곳은 뭐니뭐니해도 privacy가 중요한데..

대체 벽도 없고, 

아니 벽도 안바래요. 심지어 칸막이도 없고…

세면대, 거울 이런거는 원래부터 없었던것 같고….

쓸데없이 상상력이 커져가고, 몹쓸 추리력이 올라오더니

새삼 등골이 오싹..

제 머릿속은 스물스물 이런장면으로 채워졌습니다.

고문실이었나? 

누굴 여기 감금했었나? 

변태가 살았나? 

‘고문' ‘고통' ‘처참' 뭐 이런생각이 점점 퍼져나갔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오하이오 어느 마을에, 8살짜리 옆집 여자아이를 유괴해서 자기네 지하에서 15년을 가두어놨다는 뉴스가 생각났습니다.

그 당시, 제가 “미친놈! 나쁜놈! 옆집 친부모와 아침저녁 인사하면서 어떻게 저런짓을.. 인간의 탈을 썼지만 사람이 아닌것!” 이라며 흥분했던 일이 바로 대입�營윱求�.

찜찜..
찜찜..

대체 벽도 없는 저 변기통은 뭐야? 

집에와서 또 폭풍검색을 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제가 오버했더라구요. 그것도 엄청 많이요^^

이름하여 피츠버그 변기(pittsburgh potty). 

'pittsburgh potty'라고 불리는 이 시설은 철강업 노동자들이 퇴근후 집에 돌아와 하루의 먼지와 흙을 씻어내기 위한 용도로 쓰였답니다.

집 바깥에서 지하실로 바로 연결되는 문을 통해 내려와서 일단 먼저 씻고, 윗층으로 올라가는 거죠. 

먼지와 흙을 집안에 흘리고 다니지 않도록 말이에요. 

제가 본건 텅빈 지하에 변기 하나였지만, 욕조나 샤워기가 주변에 있는 경우도 간혹 있대요.

제 상상력이 1도 안 맞았네요^^

이 집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초기 혹은 이전에 지어진 집에서 찾아볼수 있는데,

또 다른 썰도 있어요.

도시에 '하수도시설'이 생긴 초기에는 자주 역류했대요.

길거리에 있는 하수구가 막히면 거기서부터 다시 각 가정으로 거꾸로 역류해서 올라왔는데,

오물이 가구나 러그를 망치게 둘 수 없으니 변기를 집에서 가장 낮은 곳 즉, 지하에 설치했던 것이고,

또한 오물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 오물을 쉽게 닦기 위해 unfinished로 지하를 놔둔거라는 썰이 있더라구요.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위키피디아(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거기에는 첫번째 철강업 이야기만 써있었어요.

그럼 두번째는 썰인가?^^

둘 다 맞는 역사인지, 하나만 맞는 역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유괴, 살인을 상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도 한때는 당연했고! 필요했던! '사람이 살아온 역사'였던건 확실해요.

제목에 피츠버그가 들어갔지만 꼭 거기만 있는건 아니라더니 저 또한 저희 동네(시카고 근교)에서 봤네요.

리얼터인 남편 말로는 아주 드문건 아니라고, 가끔 봤다고 하네요.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리모델링으로 이 공간을 없앴지만, 

다수의 Pittsburghers 와 그들의 자손들은 이 역사적인 이 공간에 의미를 두고 커텐이나 [밑에 사람있어요] 싸인과 함께 현재도 소유하고 있다고 하니 missy님들도 살면서 한번쯤은 만나실 수도 있겠어요.

제가 이 집의 주인이라면 어땠을까요? 

싹 부수고 근사한 basement를 만들었을지 vs 역사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보존했을지… 

역사를 흔적도 없이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기에 너무 아쉬운데...

‘모던'과 ‘역사'가 상생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긴 글을 마무리하며 오늘의 결론은, 

▶ 집 보러갔다가 pittsburgh potty를 만나더라도 저처럼 섬��해하지 마세요~~~~^^

    무서운거 아니더라구요. 해치지 않아요^^

▶ 처음보는 낯선것에 눈 감지 마시길.

'이상하다' '쌩뚱맞다' 싶은 것들이 많은 buyer들을 내쫓아주고 나에게 굿딜을 가져다 줄테니까요.

감사합니다.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