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통점이 많아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남편들의 나이가 같고, 딸 2명(3학년, 8학년)의 나이가 같습니다.
결혼하면서 같은 해에 미국에 들어왔고, 취미가 상당부분 비슷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친구가 되었고, 자연스레 저까지 어울리다 보니.. 한번 만나면 손짓, 발짓 섞어서 몇시간이고 수다를 떨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에 비슷한 점이 참 많았던 우리는,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다른점도 곧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자란 저와 공산주의국가에서 자란 그녀.
삶의 처음도, 중간도 다 다른게 그 이유겠지요.
그때마다 저희는 왜 다른지, 뭐가 우리를 다르게 만들었는지 토론을 했어요.^^
자유에 대한 생각, 직업관, 삶에 사는 방식, 교육에 대한 철학, 여행에 대한 관점…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여행!
제 여행의 첫 일정은 무조건 랜드마크 구경가기입니다. 파리라면 에펠탑. 런던이라면 런던브리지. 그후에도 숨도 못쉬게 바쁘죠.
하지만, 그녀는 에펠탑 거 뭐라고 그까이거에 시간쓰지 않습니다. 에펠탑보다는 프랑스 해변을 드라이브하고, 발 닿는곳에서 밥 먹고, 배부르면 커피마시며 쉬고^^ 뭐 그런식이죠. “금쪽같은 휴가가서 왜 줄 서는데 시간쓰고, 사람 많은데서 스트레스받고, 구글만 치면 나올 장면 앞에서 카메라를 눌러대야 하는지..” 라고 했습니다.
하나만 더 예를 들자면, 사는 방식!
제 나이 44. 점점 ‘나’라는 사람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참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녀 나이 44. 그녀는 작년에 발레를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배우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늦기전에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년에 저는 2kg가 쪘고, 그녀는 예쁜 근육을 갖게 됬네요^^
저와는 참 다른 그 친구.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저는 종종 그녀의 선택에 감탄하곤 합니다.
그녀의 수많은 선택중에 집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 나누어볼까 합니다.
그 친구는 큰 길가에 있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동네의 척추같은 길 = 하루종일 차가 끊기지 않는 길입니다.
그녀의 집은 fence오른쪽 끝부분에서 한블락 더 가면 있습니다.
저는 큰 길가에 있는 집들을 볼때마다,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매연과 소음은 어쩔것이며...
아이들이 자전거나 롤러블레이드를 탈때마다 불안하진 않은지…
친구들이 놀러올때 차 파킹은 어디에다 해야하는지..
밤마다 커텐을 내리지 않으면 운전하는 사람들이 집 안을 들여다볼텐데 신경쓰이지는 않는지…’
염려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집 앞엔 버스정류장도 있습니다.
세상에.. 일리노이 suburb에 몇대 있지도 않은 버스가 말이죠.
‘생각의 차이’, ‘문화의 차이'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사이였기에, 큰 길가 집에 관해서도 진심 궁금하여 물어봤습니다.
대체 왜 이런집을 샀냐고...
제 친구는 “큰 길에 있어서"라고 명쾌히 대답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교통의 편리함.
퇴근할때 큰 길에서 집으로 쏙 들어오면 끝인데,
동네 안쪽에 있는 집은, 동네 안에서만 운전을 2~4분 해야하는데 그게 속 답답해서 싫답니다.
-소음이 있어 좋다고 했어요.
차가 마구 달리는것이 좋대요.
일부러 큰길쪽으로 벤치(사진속 화살표 끝)를 놔둘 정도로 바삐 돌아가는 세상 구경하는게 좋대요.
미국와서 집에 가만히 있다보면 가끔 에어콘이나 히터가 위~잉 돌아가는 소리 말고는 하루종일 고요한데,
뭔가가 계속계속 움직이는게 자기는 좋대요.
-안전하다고도 했어요.
동네안쪽 집들이 평화로워보이는건 오후까지라고.
깜깜한 밤이 되면 살인이 나도 모를꺼라고. 자기네 집은 24시간 안전하다고 말하더군요.
이건 저도 동의했습니다. 대로변 집들의 범죄율이 낮은건 여러 통계에서 봤거든요.
-걸어서 갈 곳이 있다고도 했지요.
그녀의 집 앞에는 커다란 슈퍼마켓과 은행, ups, 스타벅스, 맛있는 컵케잌가게, 피자집…… 필요한 모든게 있습니다.
친정부모님 혹은 시부모님이 꽤 자주 오시는데, 미국에서 운전 안하시고도 커피숍도, 슈퍼마켓도 걸어갈 수 있으니..
사람살기 이보다 좋은집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네 선택이유는 아니지만, 큰 길가 집이 싸지 않냐고. 그렇다면 why not?
맨하탄도 아닌 곳에서 주차걱정이 왠 말이냐고.. 손님주차나 아이들 자전거는 몇 걸음 걸으면 골목 안쪽에서 다 해결가능하다고 덧붙였구요.
저는 이번에도 또 그녀의 선택에 감탄하고.. “아~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큰 길 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들이 볼 때 저는 교통이 심하게 불편하고, 하루종일 심심하고, 밤에는 위험하며, 게다가 걸어서 갈수 있는 마켓 하나 없는 곳을 비싼 돈 내가며 살고 있는거네요.
그들이 저에게 그러겠죠?
대체 왜 그런집에 사냐고…
큰 길가 집 팔려고 고민중이신분들 힘내세요~~!!
시선의 차이, 생각의 차이입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습니다.^^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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