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에 친구와 유럽여행을 했었습니다. 옛날이야기네요^^
45일이 넘는 여행동안, 하룻밤에 $200이 넘어가는 호텔은 언감생심 발도 못 들여봤습니다.
1순위는 무조건 유스호스텔(당시 $13~$25).
유스호스텔은 예약을 받지 않았어서 각 도시에 도착하면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썹 휘날리게 뛰어야 했어요.
선착순이어서 침대수가 다 차면 더 이상 숙박객을 받지 않았거든요.
행여나 기차시간이 11AM 이후 도착일땐 갈등합니다.
유스호스텔에 과연 침대가 남아 있을까? vs 김치먹은지 몇일됬지?
20년전엔 해외에 한식당이 많지도 않았고, 굳이 거기까지 가서 비싸게 한식을 사먹기는 아쉬운 차에 아침과 저녁에 한식을 제공하는 한인민박집은 여행 중 오하시스나 다름 없었거든요.
이미 유스호스텔이 늦었다면, 미련없이 오하시스 찾아 발길을 돌렸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잘 나가는 한인민박집은 늘 숙박객이 바글바글했어요.
공간이 허락하는 모든 곳에 2층 침대 꽉차게 들여놓고, 그마저도 자리가 없으면 바닥에 이불깔고 재웠지요.
대학교 MT라도 간것마냥 다닥다닥 엉켜서 자고, 개인 가정집이다 보니 한두개의 화장실을 수십명이 기다리며 하룻밤을 지새면
얼굴 한번 본적없는 낯선이들이 하룻밤만에 절친이 되는 마법같은 공간이었죠.
그 중 제일 인상깊었던 바르셀로나의 한 민박집.
바르셀로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소매치기로 유명한 도시였습니다.
집시처럼 눈 깜짝할새 털어가는 그런것 말고, 실제로 목을 졸라 뺐어가는 류의 것이었죠.
어쩌나보니 밤 9시 도착. 위험한 바르셀로나를 헤맬 마음은 없었습니다.
이미 유스호스텔은 방이 없을테니 한인민박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자 2명인데 가도 되냐고 여쭤보니, 오라고 하시더군요.
도착하니 밤 10시. 주인어르신께서 저희를 부엌으로 안내했습니다.
밤이 늦어 이미 잠든 사람들이 많으니 방으로 안내하기 좀 그렇다고.
마침 문이 달린 부엌이니 오붓하게 바닥에 이불깔고 자면 어떻겠냐고.
뭐. 그 밤에 별다른 선택있나요? 알겠습니다 하고 하룻밤을 잤습니다.
다음날, 이번엔 저희를 옥상으로 데려가셨습니다.
뻥 뚫린 옥상에 간이 침대가 6개 정도 있었는데, 빈 침대가 그게 유일하다 하셨죠.
와우. 그때도 별다른 선택이 없었습니다. 숙소찾으러 오전시간을 보낼수는 없었으니까요.
최대한 집 밖에서 시간보내고 들어가서 잠만 자자고 하고, 밤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하늘에 별은 반짝이죠~ 불빛 가득한 바르셀로나가 눈앞에 펼쳐지죠~ 세상에.. 너무 낭만적인거예요. 너무 환상적이었죠.
그 날, 그 분위기에 취해 밤을 꼴딱 샜답니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엄마, 나 이제 내가 하고싶은 일을 찾았어. 민박집 주인될꺼야"라고 외쳤죠^^
울 엄마 뒷목 잡으셨습니다.
대학교육 다 시켜놨더니, 민박집 아줌마가 되겠다는 저를 보고.. 거품 무셨죠..
그게 2000년에 했던말이니, 저는 다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난것 같습니다.
airbnb보다 제가 한수 빨랐던 거니까요.
그렇게 ‘민박집 주인’을 마음 한구석에 접어둔 저에게 2019년에 airbnb investor라는 사람이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렌트집이 하나 있었는데 제 렌트집을 airbnb로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 말로는,
집을 깨끗하게 사용한다 - 화장실 곰팡기, 변기 때.. 등등 관리가 늘 새것같다.
집이 고장나면 바로바로 이야기한다- 제때제때 고치면 비용이 적게들겠죠?
yard관리도 그림같이 예쁘게 잘 하겠다.
몇년지나 우리가 집을 팔려고 한다면, 그동안의 수익이 좋았을 경우 자기네가 이 집을 사겠다.
몇년지나 우리가 집을 팔때, 자기네 예약없는 날엔 집 쇼잉도 하게 해주겠다.
스테이징이 아주 잘된 집 사진도 주겠다.($500 value)
등등 이점이 많다고.. 슬슬 꼬시더라구요~
굉장히 혹했습니다.
또 하나, airbnb에게 렌트를 주는 진짜 큰 장점 중 하나는 airbnb사이트에서 그 집의 리뷰를 볼 수 있다는 거라며
호스트에 대한 리뷰 중간중간에 “시설이 좋았다 혹은 나빴다”, “OO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등등 집에 대한 리뷰도 간간히 캐치할수 있다고 했어요.
생각을 해보니 그동안 렌트를 줬을때
신용검사 월급, 백그라운드 체크.. 있는대로 하고, 운전면허증 사진으로 관상^^ 까지 봐가며 고르고 골라서 집 월세줘도
렌트끝나고 이사 나갈때 보면, 뭐 하나 부서져있는건 일도 아니고,
부서졌다고 하면, 처음부터 그랬던거라고 우겨대고
혹시나 디파짓에서 제하자니 서로 감정 상할까봐 그런 말도 못했었던.. 기억들이 스쳐지나가더라구요.
엄청나게 테넌트만을 위하는 이빅션도 못하게 하는 나라 미국.
‘개인'이 아닌 ‘업체’에게 렌트를 줘 볼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친구에게 상의하니,
자기네 렌트집은 싱글대디 5명의 share house라더군요. 양육비, 위자료 다 뺐긴 돈없고, 직장있는 멀쩡한 싱글대디들이 집을 share해서 산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US bank에게 집을 빌려준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공항근처 렌트집인데 파일럿이나 스튜어드들이 share해서 쓴다고 했습니다. 책임자는 한명이고, 몇명이 사용하는지는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중간에 3-4시간 낮잠자고, 샤워하고, 간단히 음식 데워먹을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더라며..
이런...
나빼고 다 똑똑해...
사실 가족이 더 깨끗히 쓴다는것 또한 고정관념인데.. 저만 해도 저희집 참 안치우고 살거든요.. 흠흠
저는 당시 모험정신으로 airbnb 투자자에게 렌트를 주었고, 단 하루도 말썽없이 계약기간 종료하는 날까지 최상의 상태로 집을 관리 받았고, 예약없는 날 집 쇼잉도 가능하게 해주어 다음 세입자와 하루차이로 계약시작 할 수 있는 등 좋은것+좋은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는건 테넌트가 집주인보다 ‘갑'인 요즘같은 때에,
이빅션금지 걱정하랴, 좋은테넌트 고르랴 애쓰시는 분들께 테넌트에 대한 자신만의 고정관념을 넓혀보시는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남깁니다.
테넌트 잘 못 만나면 1년 혹은 수년을 고생합니다.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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