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집을 보다보면 쉽게 niche를 보게 됩니다.

niche란 벽을 움푹하게 파서 장식한 공간입니다.

niche는 장식과 수납의 효과가 동시에 있어서 ‘물건수납을 예쁘게’ 하고 싶을때 좋습니다.

그런데 한 집에서 아주 작은 niche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장으로 쓰기에는 폭이 좁고, 액자를 놓기에는 낮고, 열쇠를 놓기에는 현관앞도 아닌… 

‘혹시 그 옛날 촛불놓는곳인가?’ 생각했었습니다. 

리얼터인 남편이 ‘뭐래?’ 하는 눈으로 쳐다봤네요. 

뜨끔.. ^^ 제가 너무 갔죠? 

촛불이라니.. ㅎㅎ 중세시대에 지은 집도 아닌데요.

종교적인 이유인가? 싶기도 했어요. 

성모마리아나 예수님 등의 작은 동상을 모셔놓은 곳인가? 매일아침 지나치며 기도하나?’ 싶었죠.

‘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 공간은 바로바로 전화기를 놓는곳이라고 합니다. Phone niche혹은 telephone nook라고 불리네요.

벽을 움푹하게 판 후

이런 선반같은걸 놔서 전화기를 올려두는 것이죠.

초창기 전화기는 무거웠대요. 선반 하나만 놓고 올려놓기에는 불안할 만큼요. 

게다가 전화기가 세로로 키가 컸대요. 그러니 그 비싼걸 지나가다 툭하고 쳐서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어째요. 벽안으로 쏙 집어넣는게 현명했겠죠?

Phone niche가 저런 모습으로 완성된 또 다른 이유는 유선 전화기의 선과 아울렛 때문인데요, 아울렛과 기다랗게 늘어진 줄은 어떻게 정리를 해도 지저분 하지요. 늘 먼지가 앉아있고요. Phone niche 캐비넷의 하단이 열고 닫히는데, 그 안에 아울렛과 긴 전화선을 수납하고 상단으로 통하도록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그 선을 연결했다고 하네요. 때론 거기에 전화번호책도 보관하고요. 

거의 대부분의 niche는 폭이 14”로 정해져 있는데, 이유는 2개의 stud(건물의 수직 지지대) 사이에 쏙 들어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stud는 보통 16~24인치당 하나씩 세우게 되어있으니 14인치면 어디에 심든 남으면 남지 모자르지 않습니다.

Phone niche가 있는 장소는 좀 랜덤이었는데, 

굳이 분석을 해보자면, 공간과 공간 사이인것 같았어요. 

방과 거실의 중간, 부엌과 화장실의 중간, 혹은 1층 계단 옆. 

방에 있던 사람도 뛰어나와 전화 받을수 있고, 부엌에 있던 사람도 몇걸음만에 전화받을수 있고, 2층 사람도 재빨리 내려와 전화 받을 수 있게..  

한 곳에 치우친게 아닌 여러공간의 중간쯤에 있다고 보였어요

제가 어릴적 집에 전화가 오면 엄마가 “전화받아라~”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뛰어올때까지 전화 끊기지 않게 전화기 주변에 있는 누구라도 전화를 받고 있으라는 거죠.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한땀한땀 뜨게질로 받침대를 만들어가며 귀하게 모셨던 그분들이 미국에서도 잘 대우받았었나 보네요.

참고로 

이런건 Kitchen niche라고 하고, 

이런건 Bathroom niche라고 하니,

이제 집 리모델링할때 “벽 파서 물건 놓을수 있는 그거 만들어줘"라고 하지 않고 “니쉬 or 니취 만들어줘"라고 하면 되겠어요.

혹시라도 이사갈 집에서 phone niche를 만나시면,  

이 또한 '역사의 흔적'이니 무조건 없애버리기 보다는 살릴수 있으면 예쁘게 장식해서 꾸미는것도 좋을것 같아요.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을 만나면 포스팅할께요.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