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빠에게 집은 늘 ‘짓는 것'이었습니다.
신혼집을 시작으로 그 후에도, 또 그 후에도 저희 아빠는 늘 집을 지으셨어요.
15살때 쯤인가?
아빠는 외벽만 지어 놓은 공사장에 저를 데리고 가셔서
“니 방은 어디에 하고 싶니?” “얼마나 크게 하고 싶니?” 물으셨어요.
저는 콘크리트위에 발걸음으로 10발자국, 20발자국 걸어가며 “이만큼?” 했고, 그렇게 땅에 금그은게 제 방이 되었죠.
전문가가 지은게 아니라서 가끔 심각한 오류가 나기도 해요.
어릴적 제 아이디어로 화장실이 오빠방과 제 방 사이에 지어졌었는데..
덕분에 화장실엔 창문이 없었고, 게다가 아빠마저 깜빡하셔서 환풍구가 없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곰팡이 한번 없던 그 화장실을 위해 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또 한번은 엄마가 다용도실이 충분히 컸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다용도실이 거실만큼 큰 적도 있었고,
텃밭이 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에 베란다에 텃밭을 만드셨다가 집 전체가 무너질뻔 한적도 있었어요. 2톤이나 되는 흙을 올려놓으셨거든요.
그렇게 집 모든곳에 아빠의 꿈과, 아빠의 사랑과, 아빠의 센스 그리고 우리가족만의 이야기가 있지요.
비전문가인 아빠와 마찬가지로 비전문가인 저도 공사할때마다 자꾸 아이디어를 냅니다.
Half bathroom을 업데이트 할 때의 일입니다.
가장 먼저, 수납이 있는 베니티와 수납이 없는 베니티 중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전 수납이 없는 pedestal sink를 놓고 싶었지만, 리얼터인 남편은 절대 결사 반대.
‘충분한 수납공간’을 갖는것이 얼마나 중요한것인지에 대해…잔소리를………
오케이. 거기까지.
1.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습니다.
기존에 있던 캐비넷과 같은 모양(가운데 큰 통, 양쪽에 서랍달린 작은 통 2개) 이런 모습을 찾을수가 없었어요.
버젯과 시간안에 구할 수 있었던건 큰통 1개과 작은통 1개였어요.
(왼쪽-Old/오른쪽- New. 회색장은 후에 다시 흰색장으로 바꿨습니다)
구할수 있는게 저것뿐이니 아저씨가 서랍을 오른쪽에 둘껀지, 왼쪽에 둘껀지 물어보시더라군요
서랍을 오른쪽에 두자니 도어트램에 걸려 서랍이 끝까지 안 열렸어요.
하는수없이 왼쪽에 서랍을 둬보니 윈도우트램과 베이스보드와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로 열렸어요.
간당간당 했지만 새 집을 짓는게 아니라, 기존집을 업데이트를 할때는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맞춰야 하는거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어찌됬건 서랍을 fully 쓸수 있는거에 감사하며 넘어가려는데..
2.싱크.
이제 오른쪽에 위치한 큰 캐비넷위에 싱크를 놓자니, 손 씻을때마다 문 손잡이에 옆구리가 찔리겠더라구요.
좁은 화장실에서 양쪽 대칭이 깨진것도 싫은데, 불편하기까지 할꺼라니..
‘이런.. 그냥 옛날캐비넷에 페인팅이나 할껄 그랬네. 괜히 일을 벌렸구나… ‘
후회가 되었습니다.
너무 속상해 하는 저를 보던 아저씨가 이쪽저쪽 문짝을 열었다 닫았다 한참을 보시더니 톱을 꺼내셨어요.
그리고 장을 잘라, 싱크를 가운데 놓을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셨어요.
(왼쪽- 첫번째 서랍열고 찍음 / 오른쪽- 싱크 밑에서 찍음 )
3.‘그럼 첫번째 서랍은 못쓰나?’
서랍옆 벽을 저렇게 잘라버렸으니 레일을 못 달꺼라 생각했어요.
“글루로 붙여서 서랍 문을 막을거야?” 했더니, 걱정말라며 서랍바닥에 레일을 붙이시네요.
4.그렇게 완성된 화장실
아저씨가 시중에 잘 팔지도 않는 바닥용레일을 온라인으로 구하고, 엑스트라 톱질을 하느라 고생 많이 해주신 덕분에
그 결과 싱크가 가운데 쏙 박힌 캐비넷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고 나니 후련하네요. 목소리를 내길 잘했다 싶고요.
너무 아니다 싶은건 아저씨들이 안된다고 말해 주실테니, 말이라도 한번 해보는게 좋겠어요.
결국 공사를 마친 후 그 집을 두고두고 봐야 하는건 우리니까요.
"Life is short, it is up to you to make it sweet." (Sarah Lo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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