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고, 커피 한잔에 예전 생각이 나네요.

결혼식 후 바로 미국에 와야했던 저는, 

일하며 동시에 결혼식 준비와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몸이 두개여도 모자를 정도로 바빴습니다. 유학생이었던 남편과는 밤 늦게 에만 통화가 되니, 잠도 잘 못자고 일상이 말이 아니었죠.

그렇게 눈코틀새 없이 바빴던 저에게, 저희 엄마는 뜬금없이 ‘골프 레슨 30회’를 끊어다 주셨습니다.  

“미국가면 다들 골프친대. 주말마다 친대”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오셔서는, 

“우리 딸, 골프 한번도 안해봤는데, 무시당하면 어떻해. 큰일이네...”라며.

동네 실내 스크린 골프장이라도 다녀야 한다며 저를 끌고가셨죠.^^

20년 전 저희 동네에 딱 하나 있던 실내 스크린 골프장은,

일단 창문 하나 없는 지하였고, 제 또래 하나없는 동네 사랑방이었습니다.

30회 레슨은 한달 내내 와서 살라는 소리였고, 선생님도 그때 그때 거기에 있는 분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루종일 있다가 가도 좋다는 말에 엄마는 좋아하셨지만 ㅜㅜ

당장 결혼식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만나야 할 친구가 많은데…

하기 싫은 마음이 가득해서 늘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날 위해 뭐 하나라도 더 해주시려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감사해 싫다는 말 못하고 다녔어요.

그렇게 동네 온갖 아저씨, 아줌마의 참견과 오지랖 속에서 한달을 꼬박 채우고, 그렇게 몸에 골프스윙을 새기고 미국을 왔네요.

미국에 와보니…

엄마의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골프를 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환율이 1600원대. 

재벌이 아니고서는 큰 여유는 없는 때였죠.

그렇게 한 해, 두 해..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경제적, 체력적, 여러 기타의 이유로 골프는 잊고 살다가…

최근 골프장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거봐라, 내가 잘했지?”하고 물어보시네요.

“응, 엄마는 늘 최고지"

엄마 덕분에 배웠던 골프는 워낙 속성이었어서 정말 하나도 남김없이 다 까먹었지만,

그래도 엄마 덕분에 ‘골프'라는 종목이 낯설지 않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골프실력은 미천하나^^

골프장에 가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눈 앞에 초록잔디가 끝없이 펼쳐지고, 선선한 바람에 나뭇잎이 춤추고, 

새들 날아다니고, 잔디위엔 오리들이 거닐고…

기분이 참 시원했습니다.

골프코스 주변 집 살고 싶다고 남편이 늘 노래해 왔었는데…

동감했습니다. 

“그래~ 나도 살고 시프다~”

지인중에 골프 코스에 살고 있는 분이 있는데, 뒷마당에 앉아 사람들 공 치는거 보는 게 꽤 재밌다고 해요. 

예쁘게 옷 차려입고, 제각기 실력들을 뽐내는 걸 보고 있으면 한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고요.

잘 치고 기분 좋아하는 사람, 잘못치고 화내는 사람, 연인끼리 데이트하는 모습, 가족끼리 좋은 추억을 남기는 모습…

사람이 없을땐 또 확 트인 초록잔디밭을 보는게 시원해서 좋다고 했고, 뒷집이나 뒷집 마당을 신경쓰지 않는점도 너무 좋대요.

단점이라면, 내 뒷마당에 사람들이 불쑥 공을 찾으러 들어와서 잔디를 마구 밟고 가는거, 

또 혹시 유리창문이나 데크가 깨지진 않을까 가끔 염려되는거 등이 있다고 해요.

근데,

첫번째 단점은, 내 마당 끝자락에 펜스를 치는거로 해결이 되고,

두번째 단점은, Tee box주변의 집을 사는거나(어떻게 쳐도 tee box주변집은 안전해요), 페어웨이와의 거리가 먼 곳의 집을 고르는 걸로 해결을 하면 된답니다.

사실 위 두가지보다 제가 우려하는 바는, ‘혹시 제초제가 유해하진 않을까?’ 하는 부분인데요…

요즘은 사람과 동물에는 해가 되지 않고, 잡초만 죽이는 친환경제품이 많이 나와서 문제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골프코스 주변 집을 구매하실 때에는 그들이 사용하는 잔디관리 제품의 종류와 사용 빈도수를 체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1. 구매하기 전에 시간을 내어 골프코스를 걷고 레이아웃을 이해하는게 좋대요. 예를들어 Tee box근처 집은 공이 날라와 창문을 깰 확률은 적지만 골퍼들의 수다나 담배냄새가 가까이 있을수 있고, 또 뒷마당이 카트길과 너무 가까우면 담배꽁초같은게 버려지기도 하니, 골프 코스쪽에서 한번 확인해보시는게 좋겠죠?

2. 토너먼트가 개최될 만큼 좋은 골프장주변 집이라면 토너먼트 기간동안 집을 임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수도 있으니 부가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는 그 기간동안 길이 막히고, 집 주변이 어수선할 수도 있으니 골프장의 1년 일정도 미리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3. 대부분의 골프장은 오전 일찍부터 잔디깍기를 시작합니다. 혹시 아침에 꼭 늦게까지 주무셔야 하는 직업군의 사람이라면 이 점도 미리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보통의 집을 사는것보다 따져볼게 한두가지 더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골퍼들의 로망이더라구요.

혹시 골프코스주변의 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 살면서도 좋고, 팔때도 좋은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해요. 

GoGo하세요~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