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적 ‘오싱'이라는 책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80세에 성공한 사업가가 된 ‘오싱’이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며 여성의 삶과 돈, 배움과 투지 그리고 희망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 책을 읽을 당시 제 나이가 초등학교 2~3학년 때쯤 되었던것 같아요. 

TV도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동화책은 유치하고, 장편소설은 어려웠던 그런 애매한 나이에, 집에 굴러다니던 단편집 중 책 표지만 보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7살 오싱이 가난한 집에서 입 하나를 덜기 위해 그리고 아팠던 동생을 살리기 위해 50전을 받고 남의 집 더부살이(식모살이)를 살러 가는거였습니다. 

저 또한 어린나이였어서 ‘여성의 삶' 이런건 이해 못했고, 다만 그저 어린 오싱을 신기해하며 읽었었어요. 

엄마에게 어떻게 어린아이가 남의 집에 가서 식모살이를 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엄마는 엄마가 시집갈때만 해도(1960년대 중반) 더부살이가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다며..

집은 가난하고, 식구는 많고, 딸은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던 그 시절엔 왕왕 있었던 일이라 하셨습니다.

어린 아이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건 아니고, 집의 허드렛 일을 돕거나 주로 아이를 봐주는 일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집에도 맞벌이 하시던 엄마가 제 위로 오빠 둘을 키우면서 동시에 저까지 가지셨을때, 잠시 더부살이하던 언니가 있었다 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저를 맡아 길러주는 일을 했었다 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삶에 유모라는 존재가 익숙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던데, 

1980년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핵가족화가 되면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으니.. 

‘입주도우미'가 상주하는 집들이 있기는 해도, 밤낮으로 아이를 봐주는 ‘유모’는 언제가 부터는 못 본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부모 떠나 미국땅에서 아이를 낳아 키워 보니 정말로 '남의 손'이 필요할때가 있더군요. 

대표적으로는 산후조리를 할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둘째를 낳았을때, 양가부모님 누구도 도와주실 상황이 아니어서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간절했었는데.. 2주 정도 짧게 하루 3시간씩 도움받고 끝냈습니다. 한달 두달, 아니 1년 2년 길게길게 도움받았으면 큰 아이한테도 좋고, 둘째 아이한테도 정서적으로 좋았을텐데…. 

큰 아이의 셀 수없는 기다림과 희생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근데 얼마 전 지인이 오픈하우스를 한다기에 응원차 다니러 가서, 근사한 걸 발견했습니다.

7,693 스퀘어 핏, 6 베드룸, 4 car garage 집입니다.

이런 큼직한 공간들이 집 왼쪽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나머지 공간들은 뭐지? 궁금하던 차에 키친 옆에 작은 통로가 보였습니다. 

꼬불꼬불 그 길을 따라가면, 집이 끝날것 같은 위치에 방 하나가 나왔습니다.

그 방은 마스터베드룸 즉, 화장실을 가진 방이 었습니다. 

'?' 

'갑자기 여기에 왜 마스터베드룸이?'  

in-law suite 즉 시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을 모시는 방이라기엔 방 위치가 너무 멀었습니다. 

원수도 아니고, 부모님을 이렇게 까지 뒷방 노인취급을 할 수는 없는 법. in-law-suite은 아니겠지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 방을 통과하면 반대쪽에 문이 하나 더 나오는데, 

거기로 나가면 작은 거실과 작은 키친과 작은 오피스가 나왔습니다. 

구성을 다 합치면 집 한채가 될 공간이 집 한켠에 있었던 것이죠. 

듀플렉스도 아닌데 한 집에 구성이 완벽한 2개의 집.

리얼터인 남편은 “아~ 여기는 Nanny suite이네"라고 했습니다. 

'아.. 유모가 머무는 집이구나..'

함께 간 딸아이가 “아~ 이런데 살고 싶다"했습니다.

‘아가야.. 니가 나만 하겠니?’ ㅎㅎ 제가 더 부럽습니다.

독박육아로 하루종일 혼자 아이 키웠었는데… 

Nanny가 있었을 그 아이팔자, 그 엄마 팔자 다 부럽네요 ㅎㅎ

지나가던 사람이 엄청 아는척 하면서, “여긴 세컨 부엌이야. 여기서 육수같은거, 냄새나는 음식같은거 하는거야" 라고 했는데, 

땡~!

실제 설계도를 보니, “내니룸"이라고 써있었어요. 

미씨님들, 

집 구경 가셔서 Nanny suite 발견하시면 in-law-suite이랑 second kitchen이랑 헷갈리지 말고, 한 눈에 알아보셔요~ !!

뭐 사실 네모공간에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 딱히 "뭐는 뭐다" 이렇게 칼같이 구분할 필요는 없더라도, 

그래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 눈에 알아보면 보물찾기 한 듯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