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주전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소식을 시동생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아들을 먼저보내고 13년을 더사시다가 어느날 갑자기 홀연듯 돌아가신 어머님… 어금니가 빠져서 치과를 가셔야 하는데 그땐 백신이 나오기전이라 치과를 못가시다가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바람에 체력이 너무 약해져서 백신이 나왔는데도 주치의는 너무 약해져계신 어머님에게 백신을 맞지말것을 권고했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괜찮다고… 잘 드시고 회복되면 백신도 맞고 치과가셔서 치료도 하시고 하겠노라고… 엘에이로 다시 이사를 왔다고 하면서 찾아뵈니 너무나 기뻐하시며 냉장고 새로 사라고 나와 딸에게 흰봉투를 건네주시던 어머님… 아파트 입구에서 마스크끼신채 허그도한번 못하고 6피트 떨어진곳에 서서 눈인사만 하던게 불과 석달전… 백신을 못맞으셔서 같이 밥도 못먹는다고… 나와 딸에게 맛있는거 사주시겠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신지가 엊그제같은데… 갑자기 쇠약해지셔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남편 살아서 잠깐 같이 모시고 산적이 있는데 누가누굴 모시고 산건지 모를정도로 잘해주셨다. 어찌보면 나를 너무 스포일 시킨분이기도 하다. 시어머니라기 보다는 이모같은 분이셨다. 아침이면 항상 먼저 일어나셔서 사과당근쥬스를 녹즙기에 내려 남편과 내것 두잔을 아일랜드위에 올려놓으시고 아침상으로 항상 고등어 구이에 된장찌개를 끓여 식탁위에 말끔하게 차려놓으시고는 소리없이 방으로 들어가시던 어머님… 아들 학교 보내느라 분주히 움직이다가 학교보내놓고 들어오면 남편은 어김없이 아침밥상에서 아침을 먹으며 신문을 보고있었고 우리 시어머님 시아버님 두분은 우리딸을 데리고 샤핑몰로 나가고 안계셨다. 그렇게 남편을 출근시키고나서 나는 아들이 돌아올때까지 딸아이가 시부모님과 놀다 들어올때까지 자유의 몸이었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사우나가서 때마사지도 받고 메니큐어 페디큐어도 하고 속눈썹 익스텐션도 하고 그야말로 삼십대 초반은 나의 황금기였다. 시어머님과 시아버님 두분덕에 나의 서른세살은 적어도 겉으로보기엔 빛이나고 찬란했었다. 딸아이를 조산해 병원에 두고 제왕절개수술후 일주일만에 집으로 왔을때 시어머님은 내머리를 감겨주셨다. 내가 허리가 아플까 두꺼운 담요를 허리에다가 밀어넣어주시고는 능숙능란한 솜씨로 내머리를 감겨주시던 어머님이 생각난다. 딸아이가 병원에서 삼개월동안 몇번의 위기를 넘길때마다 “괜찮을거야. 건강하게 집에 올거야” 하시며 나를 위로하시던 시어머님… 엘에이를 떠나던 오년전 서운함을 감추지못해 눈물흘리시던 어머님. 우리가 다시 엘에이로 살러온다니까 그누구보다도 좋아하시던 어머님… 단한번의 재회… 그것도 육피트의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가실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고 이제는 편히 잠드시길 바랄뿐이다.